기고·박석용>알 카포네와 세탁소 그리고 자금세탁방지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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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석용>알 카포네와 세탁소 그리고 자금세탁방지제도
박석용 농협전남지역본부 상호금융마케팅지원단 과장   
  • 입력 : 2020. 09.27(일) 16:17
  • 편집에디터
박석용 농협전남지역본부 상호금융마케팅지원단 과장
미국에서 활동하던 이탈리아계 마피아 알 카포네는 26세의 젊은 나이에 마피아 두목이 된 이후 파격적으로 성장해 전설적인 갱스터가 됐다. 그의 영향력은 미국 정계에까지 미치고 있었기에 체포가 어려웠다고 한다. 어떻게 그는 그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을까?

당시 마피아 조직에서는 불법적인 현금수익을 합법화 하는데 자신들이 직접 관리하는 수많은 세탁소를 이용했다. 세탁소는 현금 거래가 많았고 영세하였으며 거래대상을 확인하는 것이 어려워 수익을 측정하고 조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감독당국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매일 세탁소에서 실제 벌어들인 돈과 마피아가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돈을 합쳐서 여러 곳의 세탁소의 수익을 부풀려서 과세당국에 신고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돈으로 매수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알 카포네와 같은 마피아가 불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세탁소를 이용한 것에서 자금세탁(Money Laundering)이라는 용어가 유래됐다. 그러면 왜 그들은 자금세탁이 필요했을까? 불법 조직이 벌어들이는 현금수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초월한다.

이렇게 많은 현금을 보관, 운반, 전달하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불법자금을 합법적인 수익으로 위장해 제도권 금융기관에 보관하게 되면 자금을 관리하기 수월하므로 자금세탁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불법도박 사이트를 통해 1년 6개월 만에 벌어들인 170억원 중 110억원을 2011년 전북의 한 마을 땅 속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한 사건이 있었다.

5만원권으로 110억원의 무게는 220Kg, 높이는 대략 아파트 10층 정도로 24m가 넘는다고 하니 그 규모를 볼 때 왜 범죄조직에서 불법자금을 자금세탁 하고자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각국의 정치·사회적 환경, 연구목적, 법령 등에 따라 달리 정의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자금세탁이란 범죄행위로부터 얻은 불법자산을 합법적 자산인 것처럼 위장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자금세탁의 대상이 되는 자금은 뇌물, 횡령, 탈세, 인신매매, 마약판매 등으로 그 종류가 다양한데 이러한 불법자금의 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자금세탁방지제도이다.

자금세탁방지제도는 금융제도, 사법제도와 함께 국제공조가 있는데 이들은 상호 연계하여 자금세탁행위를 효율적으로 차단하는 종합적인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금융제도는 금융회사 등이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에 의거 고객확인의무와 자금세탁행위로 의심되는 거래, 고액현금거래 등을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다음으로 사법제도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의해 자금세탁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고 범죄로부터 얻은 수익 및 재산을 몰수·추징하며 금융회사 등이 범죄수익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공조는 국가 간의 자금세탁 관련 정보교환, 범죄인 인도, 수사협조 등의 상호협력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3월에는 가상자산 관련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됨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서도 자금세탁행위방지 의무가 부과됐다.

따라서 자금세탁의 책임이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거래소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로 인해 최근 범죄자들이 가상화폐로 범죄자금을 수수하는 부분에 대한 예방이 일부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확산을 틈타 더욱 극성을 부리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비대면 디지털 마약판매 등으로 얻은 불법자금 또한 이러한 자금세탁의 과정을 거칠 것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저원가성예금을 포함한 예수금 유치가 필요하므로 고액자금에 대한 유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금융회사의 자금세탁방지 노력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고 이에 대한 제재 또한 엄격해지고 있어 고객의 금융거래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많은 폭력·살인사건을 배후에서 지휘했음에도 주 정부와의 밀착관계로 잡을 수 없었던 알 카포네도 연방수사기관에 의해 탈세혐의로 결국 수감되게 된다.

언터처블이란 별명의 엘리엇 네스가 이끄는 수사팀을 공갈협박과 뇌물로 매수하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계기관들의 언터처블은 오늘도 검은 돈이 자금세탁 되어 합법화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호협력하고 있다.

일부 거래정보가 제공되는 것에 고객은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나 이를 통해 수많은 범죄를 예방하고 처벌하는데 일조하여 더 안전하고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어쩌겠는가? 아이러니 하게 마피아 꼴레오네 패밀리의 이야기를 다룬 걸작 영화 "대부"에서 돈 마이클 꼴레오네 역(役)의 알파치노도 "친구는 가까이에, 적은 더 가까이에"라고 하지 않았던가?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