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헐리는 근대 건축물… 관리·보존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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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소리없이 헐리는 근대 건축물… 관리·보존대책 시급
광주, 100여 곳 중 20곳 사라져 ||25곳만 문화재로 지정 보존 ||일신방직 등 7곳 사라질 위기 ||“가치 높은 곳 광주시 매입해야”
  • 입력 : 2020. 10.21(수) 18:41
  • 박수진 기자
전남방직 전경. 나건호 기자
 광주의 오래된 근대 건축물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근대 건축물은 보존해야할 소중한 유산. 하지만 광주시는 활용방안 계획 수립은커녕 보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소리없이 헐리는 근대유산

 현재 광주시가 파악하고 있는 근대문화유산은 100여개에 달한다. 18년 전인 2002년 광주시의 '근대건축물 전수조사' 내용이다.

 교육·종교·산업·주거시설 등 9개 분야의 근대건축물 등이다. 하지만 이 중 20개가 넘는 근대 건축물이 소리없이 헐렸다. 건축물 설계도면 하나 남기지 못하는 사이 모두 '개발'을 이유로 사라졌다.

 광주 충장로 5가에 있던 옛 조흥은행(신한은행) 건물은 지난해 2월 헐린 뒤 1년이 넘도록 빈 터로 남아 있다. 1943년 충장로에 문을 연 조흥은행은 1962년 신축된 광주의 대표적 근대 건물의 하나였지만 한 건설업체에 매각된 뒤 순식간에 헐려 버렸다.



 광주 동구 장동에 있던 옛 광주여고 건물도 헐리고 없다. 현재는 주차장이다. 옛 광주여고 건물은 1923년 개교해 조만간 100년 역사를 맞이할 유서 깊은 건물이었다.

 옛 전남도청 인근 광주와이엠시에이 금남로관 옆의 일본식 목조주택(1910년대 건립)과 남광주역사(1934년), 일본식 주거였던 김용덕 가옥, 이상근 가옥 등도 광주시의 무관심 속에 철거된 지 오래다.

 만석꾼 최상현 선생이 1942년 지은 남구 사동의 청운독서실 건물은 전통한옥, 일본·서양식 건축양식이 혼재된 독특한 근대 건축물이지만 점차 훼손되고 있다.

 남구 백운동 지성고시원은 1930년대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로 한 때 신학대 기숙사로 사용됐다가 학생들이 공부하는 독서실로 바뀌었다.

 1967년 건립된 학생회관 건물은 시에서 리모델링해 '광주청소년삶 디자인센터'로 바뀌었다.

 전남·일신방직, 북동성당, 중앙초교 본관 등 7곳은 재개발 사업으로 헐릴 처지에 놓여있다.

 문화재로 지정·등록돼 보존·관리 중인 근대건축물은 25곳에 불과하다. 전남여고 구본관, 조선대학 의대 본관, 전남대학교 인문관 1호관, 수피아여고 예배당 등 이다.



 ●광주시 대책 '미흡'

 광주시의 미흡한 대처가 문제다. 21일 열린 광주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장재성 의원도 부실한 광주시의 대책을 질타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광주시의 근대건축물 보존 조치는 18년 전인 2002년도 '근대건축물 전수조사'와 2010년부터 추진 주인 '근대건축물 기록보존 사업'이 전부다.

 올해 광주시는 '근대건축물 전수조사 및 목록화 사업 용역'을 추진하려 했지만, '용역과제 심의 위원회'에서 부결돼 무산되기도 했다.

 장 의원은 "근대건축물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2002년 이후 단 한차례도 없는 전수조사를 다시 해 유산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며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근대건축물은 광주시가 직접 또는 기금을 운영해 매입하는 등 시민자산화 운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근대건축물과 관련된 담당 부서가 사업별로 분산돼 체계적인 관리가 미비하다"고도 지적했다.

 장 의원은 "도시재생정책과, 문화기반조성과 두 부서에서 제출한 광주시 근대건축물 문화재 현황을 살펴본 결과, 양 부서에서 관리하고 있는 문화재 개수가 다르고 문화재 목록이 불일치할 뿐더러 상호간에 빠져 있는 것들도 있다"며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고 있는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또 "근대건축물 관련 업무가 사업별로 여러 부서에 분산 되어 있음에도 사업을 시행할 때 부서간의 협업을 한 적 없고, 근대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조차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장 의원은 "단순히 우수건축자산 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 전시 공간 혹은 부산 F1963처럼 공연장으로 활용한 시 전반적인 활용 정책까지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