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는 고가인데 왜 날씨 맞히기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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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는 고가인데 왜 날씨 맞히기 어려울까?
●국가기상위성센터·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가보니||슈퍼컴퓨터 한 달 전기요금만 3~4억||컴퓨터 한대에 520억원 달하지만…||오보청 오명 여전 “우리도 답답해”
  • 입력 : 2020. 10.22(목) 16:48
  • 김해나 기자

국가기상위성센터 전경

광주지방기상청은 지난 15일 기상예보 생산 과정의 이해와 언론 소통을 위해 광주·전남 지역 언론인 6명을 대상으로 기상정책 현장 취재를 진행했다.

사전에 기상청 슈퍼컴퓨터에 대해 어느 정도 들었던 터라 기대감과 동시에 '왜 날씨 예보는 안 맞는지?'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을지 호기심도 발동했다.

약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진천의 국가기상위성센터와 청주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생각보다 큰 위용과 함께 매 시간 바뀌는 날씨, 기후 등의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는 기상청 직원들의 표정이 강한 첫인상을 남겼다.

●위성을 이용한 자료 제공, 국가기상위성센터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기상위성센터는 국내 유일의 기상위성 전문기관으로 기상청 소속의 국가기관이다. 이곳의 주요 업무는 기상위성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사용자들에게 양질의 위성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위성이 보내온 자료를 직경 10m가량의 안테나에서 수신한 후 처리·분석을 하고 있다. 처리·분석한 자료를 다시 위성으로 보내면 위성이 각각 안테나 수신기를 가진 지역에 직접 자료를 제공한다.

실물로 접한 천리안 안테나는 크기가 위성센터 건물의 높이 만큼 치솟아 있어 거대함과 웅장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센터는 지난 10년 동안 천리안위성 1호와 천리안위성 2A호를 개발했으며 지난해 7월부터 1호보다 3~5배 정도 향상된 성능의 천리안위성 2A호의 자료를 받아 언론, 연구소 등 각 기관 사용자들을 위해 제공하고 있다.

위성의 발사, 관제 업무 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함께 담당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면 접촉을 최소화 하면서 주로 화상회의를 통해 정보를 나누고 있었다.

국가기상위성센터 외부에 설치된 천리안 안테나.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전경

●다양한 분야 활용,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위성센터를 방문한 다음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있는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를 찾았다.

이 센터는 기상청(본청) 소속으로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수치 예측 자료를 생산해 수치 예보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수치 예보는 기온, 기압, 강수, 적설 등을 구체적인 수치로 전망하는 예보 방식이다. 많은 양의 수식을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해야 해서 빠른 성능을 가진 슈퍼컴퓨터가 있어야 한다.

슈퍼컴퓨터센터에서 운영하는 슈퍼컴퓨터는 매일 생산되는 일기 예보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 예보, 기후 변화 시나리오 등도 생산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가격이다.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5호기는 520억원이며 사용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4호기는 172억원이다. 전기요금 또한 한 달에 약 4억에 달한다.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관계자는 "슈퍼컴퓨터센터의 한 달 전기요금은 3~4억이며, 그 중 80%가 슈퍼컴퓨터의 전기요금이다"고 말했다.

이날 본 슈퍼컴퓨터 '누리'와 '미리'는 슈퍼컴퓨터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를 만큼 어마어마한 크기로 성인 남성의 키보다 큰 높이에 10여명이 나란히 서도 가리지 못할 만큼의 너비를 뽐냈다.

현재 센터는 지난 4월 말부터 5호기 초기분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 최종분 검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에 사용자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인 슈퍼컴퓨터 5호기는 4호기의 이론적인 시스템 계산 성능인 5.8PF를 뛰어넘어 49PF의 성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슈퍼컴퓨터센터는 지구환경시스템 및 대기과학 분야 연구·개발 지원도 하고 있으며, 센터에서 생산된 자료들은 국가기관, 공공기관, 지자체, 대학, 방송사 등에 제공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4호기 '누리'와 '미리' 중 '누리'.

●그런데 날씨는 왜 안 맞나?

천문학적인 금액의 슈퍼컴퓨터까지 견학하자 한가지 강한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날씨 예보는 왜 안맞는지?'

이런 의문은 취재진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지난 1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장마철 기상예보 정확도에 대해 지적했다.

안 의원이 기상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기상청 예보 적중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간 평균 강수 유무 정확도(ACC)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92%대 이상 정확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8월 기준 정확도는 89.9%로 약 2%포인트 정도 이상 차이가 났다.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도 "올해는 폭염·장마 예측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외 기상자료를 찾는 기상망명족이 늘었다"며 "기상청은 해외보다 정확도가 높다고 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것과는 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기상청 관계자의 추가 설명을 부탁하자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다. '예보는 예언이 아니고 예측을 위한 도움을 주는 정보'라는 것이다.

국가기상위성센터 관계자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날씨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이용자가 많다"며 "과거와 달리 기상의 변화가 다양하고 빨리 바뀌어 이를 분석·해석하는 것이 어려워질 때가 있다.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도 예보가 틀릴 때는 우리들도 많이 허탈해진다"고 말했다.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