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영윤>그린 뉴딜과 농촌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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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영윤>그린 뉴딜과 농촌의 가능성
기영윤 농협구례교육원 교수
  • 입력 : 2020. 11.19(목) 13:43
  • 편집에디터
기영윤 농협구례교육원 교수
삼한사미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가을이 익어가면서 3일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몰려온다. 끝을 모르게 올라가는 파란 하늘 아래로 붉게 타오르는 단풍을 상상하며 나선 산행에 미세먼지가 심술을 부렸다. 짧아진 늦가을 해만큼 산행 또한 짧아질 수밖에 없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도 주춤하는가 싶었던 미세먼지가 다시 돌아왔다. 탁한 목을 만지며 자연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것에 짜증을 내보지만 자연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모두 사람들이 뿌린 것을 거둘 뿐이다. 석유와 석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인간의 활동이 자연이 정화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자 자연이 사람들을 향해 반격을 하고 있다. 노고단 정상을 가려버린 뿌연 미세먼지를 보면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농업인의 날 기념사에서 국가식량계획과 농촌공간계획을 수립해 농촌이 한국판 뉴딜의 핵심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업과 농촌은 지속가능한 미래의 주역이 될 것이고 식량안보 체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며 포스트코로나 전략인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이 농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사회로의 대전환을 위한 디지털 뉴딜에 이어,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하고 있다. 지난 16일 대통령은 2050년 탄소중립 실현과 관련해 "다음 정부에 넘기지 말라"며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디지털과 저탄소 사회·경제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만이 생존의 길이고, 발전하는 길이며,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그린 뉴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해 세계와 연대하며 나아갈 방향이다. 그런데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말처럼, 그린 뉴딜로 가기 위해 속도를 낼 때 따를 수 있는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보아야 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태양광과 풍력 설비용량을 각각 305GW, 152GW 등 총 457GW를 구축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지난해 말 기준 태양광과 풍력 설비용량은 13.2GW에 불과하다. 태양광, 풍력 설비를 지금보다 무려 35배나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에너지 전환에 있어 가장 많은 용량의 설치가 예상되는 재생에너지원은 단연 태양광이다. 이와 관련해 자연스럽게 시선은 농촌으로 쏠리고 있다. 부지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농가 소득 및 농업인 감소, 고령화 등 농촌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태양광 보급 확대를 꼽기도 한다.

그런데 태양광을 보급한다는 명분으로 온실가스 흡수에 가장 좋은 수단인

숲을 황폐화시킨 면적이 여의도 면적의 27배라고 하니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양상이다. 또한 실제 농민이 아닌 도시 자본이 유입되면서 농지를 잠식하고 농지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농촌 태양광은 농민이 주도해야 한다는 관점이 필요하다. 때마침 시범 운영되고 있는 영농형 태양광의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일조량 감소로 인한 작물 수확량 감소가 크지 않고 100㎾급 시설에서 20년간 연평균 2736만원의 발전소득이 생기는 것으로 전망되었다. 실제 보성 옥암리의 영농형 태양광은 600평 논에서 벼 재배 소득 100만원에 더해 태양광 발전으로 1277만원의 순이익을 거두었다.

이러저런 이유로 매년 잠식되는 경지면적이 2만 ha가 넘는다. 농촌이 그린 뉴딜의 유력한 공간인 것은 맞지만 식량 안보의 측면이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세계식량계획(WFP)이 선정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식량 위기가 심각해져가고 있음을 반증한다. 농민이 중심이 되지 않는 농촌의 그린 뉴딜, 식량 자원을 위협하는 그린 뉴딜은 언젠가 또 다른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여전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