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기고·김석순>헬멧 쓴 신(神)을 부르는 방법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 오피니언

기고·김석순>헬멧 쓴 신(神)을 부르는 방법

김석순 광주 동부소방서 119재난대응단장

게재 2020-11-22 14:18:25
김석순 광주 동부소방서 119재난대응단장
김석순 광주 동부소방서 119재난대응단장

지난 10월 울산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95명 부상)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 당시 33층에서 구조된 일가족 3명은 자신들을 구해서 업고 내려온 소방관들을 보며 '헬멧을 쓴 신(神)'이 나타난 것 같았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로 신속한 출동에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3년간 전국 아파트 등 공동주택 화재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화재 1만4000여건, 사상자 432명, 재산 피해 13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2018년 부산 한 아파트에서는 화재 당시 불법 주·정차된 차량으로 소방차 진입이 늦어져 일가족 4명 모두 숨지는 일이 있었다.

공동주택 거주자들은 노란색 바탕에 흰색으로 쓰인 '소방차 전용구역'이란 표시를 보았을 것이다. 소방차 전용구역은 소방 활동구역 확보를 위한 것이다. 소방 활동구역이란 재난상황 발생 시 소방차 및 소방공무원이 현장에 출동하여 화재를 진압하고 고가사다리차와 굴절차 전개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은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 및 진압을 위하여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지만, 일부 공동주택에는 좁은 주차공간으로 인해 소방차가 진입하는 시간을 지연시키고 신속한 초기 대응에 장애를 주고 있는 실정이다.

재난현장의 원활한 소방 활동을 위해 지난 2018년 2월9일 소방기본법이 개정, 아파트 단지 내 소방차 전용구역 확보 의무화가 시행됐다. 주요 내용은 100세대 이상 아파트, 3층 이상 기숙사에는 각 동별 전면 혹은 후면에 가로 6m 세로 12m 크기로 1개소 이상의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 및 물건 적치, 노면표지 훼손, 전용구역 진입 방해 시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파트 소방차 전용구역 외에 도로 위 상황은 어떠할까?

소방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4% 이상의 소방관이 '재난현장 출동 시 차량들이 비켜주지 않는다' 라고 응답했다. 최근 교통량의 증가, 불법 주·정차 등으로 소방차 출동여건은 급속히 악화되어 촌각을 다투는 재난현장에서 골든타임인 5분 이내 도착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차량 골든타임은 4~6분 사이로, 화재 발생 시 5분이 경과되면 연소 확대범위가 급격히 커지고 인명구조를 위한 구조대원 진입이 곤란해지며 심정지 등 응급환자의 경우 구급차량의 도착 지연으로 응급처치 및 병원 이송이 늦어지기 때문에 소중한 생명이 빠른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긴급차량이란 구급차, 소방차 등 긴급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자동차를 말한다. 긴급차량은 응급상황 발생 시 사이렌을 통해 위급상황을 알리고 길 터주기를 요청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길 터주기가 의무가 아닌 배려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 때문에 긴급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도로교통법에서는 긴급차량이 우선통행 가능하도록 법적으로 규정하여 출동 중인 소방차의 진로를 방해했을 때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긴급차량을 만났을 때 어떻게 길을 비켜줘야 할까?

일반 통행로나 1차선을 주행하는 경우 오른쪽 가장자리에 일시정지 후 긴급차량이 지나가면 원래대로 주행하고 3차선이라면 긴급차량이 2차선으로 주행할 수 있게 1차선 또는 3차선으로 양보한다. 마지막으로 횡단보도에서는 긴급차량이 보이거나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보행자는 즉시 횡단보도에서 멈추고 소방차가 지나간 후 이동한다.

사마천 사기에 나오는 중석몰촉[中石沒鏃]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돌 가운데 박힌 화살촉, 즉 '정신을 집중하여 전력을 다하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있다'라는 의미이다. 소방서에서는 화재 위험이 증가하는 겨울을 앞두고 매년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해 화재예방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국민들도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안전의식을 가지고 화재 예방을 위한 관심을 기울여준다면,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헬멧 쓴 신(神)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