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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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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힘

게재 2020-11-22 17:40:53

예나 지금이나 문학이 인류에 미치는 힘은 실로 가늠하기 어렵다. 문학은 삶의 길라잡이가 되기도 하고, 때론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1852년 헤이럿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그렇다. 흑인 노예의 비참한 삶을 고발한 이 책은 미국과 유럽을 뒤흔들어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며 노예제 폐지를 이끈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이후로도 1960년대 흑인 인권운동까지, 미국사회에 끼친 영향은 막대해 미국 문학사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문학의 위대한 힘에는 '치유'를 빠뜨릴 수 없다. 문학작품을 읽은 독자는 그것으로부터 자기만의 줄거리를 만들면서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치유를 경험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또 다른 독자와 나눌 때 공감과 위로의 크기는 더욱 커지게 된다.

지난 2017년부터 광주에서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5·18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을 간직한 공간에서 전쟁, 분단, 독재 등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는 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모여 문학으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자는 취지다. 항쟁의 심장부인 옛 전남도청이 자리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엔 국내외 문인들이 매년 다녀가고 있다.

지난달엔 광주와 인연이 깊은 황석영 작가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다녀갔다.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다루며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그만의 독특한 문학적 조탁으로 풀어 낸 신작 '철도원 삼대'를 들고 고향같은 옛 도청을 찾은 그는 강연에 앞서 무거운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강연 직전 티타임에서 있었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최고책임자와의 에피소드였다. 그 책임자는 600페이지가 넘는 황 작가의 신작을 보고 "어휴~두껍네, 이렇게 두꺼운걸~ 난 요새 소설 같은 건 안 읽어"라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팔순의 노작가가 격앙한 것은 자신이 평생을 바쳐 온 문학에 대한 폄하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내 이웃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아파하고 있는지 공감해 본 적 없는 그 책임자가 어떻게 문화를 이해할 수 있으며, 광주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일 것이다. 노작가의 탄식은 곧 개관 5주년을 맞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전당이 독립 기관으로 홀로서기를 위한 법제정비에 앞서 예술과 인문학, 과학의 융복합을 통해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지평을 여는 문화전당으로서 그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예우를 다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