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고민, 사마여우에게 털어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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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무거운 고민, 사마여우에게 털어놔볼까
사막여우 비밀우체국 광산지점 개소||재정악화 불구 사연자들 호응으로 새지점 선봬
  • 입력 : 2020. 12.01(화) 15:54
  • 박상지 기자
사막여우 비밀우체통.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요?' '이직할까 고민 중이에요.' '오늘은 좋은 일이 있었어요.' '저 응원 한 마디만 해주실 수 있나요?' 등 여러 가지 편지들이 찾아드는 곳이 있다. 바로 '사막여우 비밀우체국'이다.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영감을 받아 (사)청년문화허브에서 5년간 운영해 온 '나미야 비밀우체국'이 프로젝트의 고유한 컨셉과 향후 저작권 문제 등을 고려해 올 가을부터 '사막여우 비밀우체국'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운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털어놓고 싶은 고민이나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 별칭으로 편지를 적어 우체국에 보내면 자원 활동가가 편지를 읽고 답장하는 공공 문화예술 프로젝트다. 벌써 5년간 수천여 통의 편지에 답장을 하며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힘이 돼 오고있다.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막여우 비밀우체국'이 광주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에 이어 광주 광산구 송정역 시장에 광산지점을 오픈한다.

소소한 일상의 대화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 진지한 고민까지 '사막여우 비밀우체국'의 자원 활동가들은 편지를 가리지 않고 모든 편지에 답장을 보내고 있다. '사막여우 비밀우체국'의 목적은 상담이나 문제 해결이 아니다.

'사막여우 비밀우체국'을 이용해 온 이들은 종종 편지 말미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쓰다 보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라는 내용을 붙이곤 한다. 한 사연자는 "몇 년 전에 죽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을 받고 조금만 더 살아보자고 생각했고, 지금은 살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반가운 소식을 전해오기도 했다.

활동가와 계속 편지를 주고받기를 희망하는 사연자도 있고, 답장해줬던 활동가를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찾는 사연자도 있다. 편지를 보내는 이와 답장하는 이가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팍팍한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 '사막여우 비밀우체국'의 핵심이다.

특히 활동가들은 모두 20~30대 일반 시민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문가 집단이 아니지만, 답장을 받은 사연자들이 한결같이 만족도가 높은 이유에 대해 정두용 (사)청년문화허브 대표는 "5년간 비밀우체국을 운영해 오며 활동가들이 알게 된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속 마음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스스로 본인의 답을 찾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이 프로젝트가 존재를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사막여우 비밀우체국' 광산지점은 청년들의 정서심리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에게 차마 털어놓지 못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청년이라면, 광산지점에 직접 찾아가거나 손편지를 써서 광주 동구 궁동 52-2, 3층 청년문화허브 사막여우 앞으로 보낼 수도 있다. 사연은 이메일(foxletter@daum.net)로도 발송이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사막여우 비밀우체국'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