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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동시대미술의 눈으로 생태 전시를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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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동시대미술의 눈으로 생태 전시를 바라보다.

장민한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 전공 교수)

게재 2021-01-10 13:52:18
김신윤주-one heart1-전경
김신윤주-one heart1-전경

광주시립 하정웅미술관에서는 <생태조감도>전시(20.12.8.~21.3.21)가 열리고 있고 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이퀼리브리엄>전시(20.11.20.~21.3.14)가 열리고 있다. 두 전시 모두 '생태'(ecology)를 전시 주제로 삼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상황에서 모든 생명체가 서로 공생 혹은 먹이 사슬 관계에 있다는 의미에서 '생태'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전시가 생태에 관해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동시대미술 전시는 그 이전의 미술 전시와는 다르다. '순수 미술'(fine art) 개념이 형성된 이후 미술 전시는 '진리의 은유'로서 미를 보여주는 역할을 수행하였고, 세월이 흘러 낭만주의 이후에는 미술가의 천재성을 보여줌으로써 예술적 감수성 체험의 장으로 역할을 해왔다. 동시대미술 시대의 미술 전시는 인간의 다양한 관심사 소통의 장으로 역할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일상 언어와 형식 논리로는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메시지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수단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동시대미술 전시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그리고 그 취지에 적합하게 작품을 선정하여 성공적으로 그 메시지를 풀어냈는지가 동시대 전시의 성공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동시대미술 큐레이터는 미술사 전문가가 아니라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생태조감도>와 <이퀼리브리엄>전은 생태에 관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했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어떻게 전시 구성을 했는지 콘텐츠 기획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도 흥미 있는 일 것이다. '생태'라는 용어에는 인간과 환경은 필연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관계이고, 그 영향에 따라 인간은 그 변화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생태조감도>전에서는 인간과 환경, 혹은 인간과 인간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퀼리브리엄>전에서는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대한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강조하고 있다.

<생태조감도>전에서는 환경은 인간의 정복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대상이라 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라는 메시지를 한국 작가 4명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안나 작가는 대기 오염 등 기후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되는 숲의 이미지를 가상 이미지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외부 환경의 변화가 나와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나와 불가분에 있다는 메지지를 관람객에게 주고 있다. 김신윤주 작가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 제작한 '마음 조각' 퀼트들을 하나로 연결하여 거대한 터널을 만들고 있다. 나와 우리 공동체의 관계는 자연 생태계처럼 상호영향을 받는 존재라는 점을 퀼트 조각 터널로 형상화하여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문선희 작가는 현대사회 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두운 사건들의 함의를 간결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사진 작품으로 표현한다. 정면을 응시하는 새끼 고라니의 초상 사진 연작을 통해 인간의 관점에서 동물의 가치를 규정했던 우리 시선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박소연 작가는 황칠나무, 비타민 나무 등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연약한 잎과 가지에 붕대와 지지대를 감아서 나무가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전시는 인간과 환경, 더 나아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필연적으로 상호영향을 주고받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더 나아가 작가들은 각각 '숲', '고라니', '황칠나무' 등 타자의 시선으로 이 관계를 바라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퀼리브리엄>전은 개개인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대한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환경이 변화하게 되면 그 구성원들은 그 변화된 환경에 반응하여 다시 '평형'을 유지하려는 여러 시도들을 하게 된다. 이 전시는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는 국내외 11명 작가(팀)의 개인적인 반응들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첫째, 이 전시는 환경 변화에 대한 개인의 기억을 제시하고 이것을 관람객과 공유하려는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라일라 친후이판 작가(대만)는 과거 고전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를 촬영하여 동영상 작품으로 만들고, 해당 고전 작품과 자신의 영상 작품을 동시에 전시한다. 이 두 작품을 동시에 감상함으로써 해당 장소에 예전에는 있었지만 사라져버린 대상들과 그 소리 등을 기억해내게 유도한다. 김준 작가는 자신이 과거에 머물렀던 장소에 놓여 있던 일상 사물과 함께 남아 있던 소리를 들려준다. 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진 자연석, 식물, 일상 대상들과 함께 경험했던 촉각적, 청각적 경험을 소환하여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 환경의 변화는 단지 한 사건의 발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전 영역의 변화를 야기한다는 점을 암시하는 듯하다.

둘째, 적극적으로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작가의 다양한 시선들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케친위안 작가(대만)은 자신의 고향인 '장화'라는 갯벌이 공업단지로 개발되면서 오염된 모습과 이에 대응하는 시위, 인터뷰, 운동 등을 영상으로 선보이고 있다. 유지수 작가(한국)은 온산 지역이 공업화됨으로써 변화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여러 개인들의 기억과 경험을 비디오 설치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김설아 작가(한국), 첸첸유 작가(대만)는 다양한 형태의 가상 생명체를 만듦으로써 변화된 환경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인 인상을 강력하게 제시하고 있다. 김설아 작가는 폐허가 된 도시에서 발견된 미생물체에서 착안하여 가상의 생명체를 만들고 있고, 첸첸유 작가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가상의 형상을 만들어서 환경 변화에 대한 자신의 인상을 관람객과 공유하려고 한다. 백정기 작가(한국), 응우엔 우담 트랑 작가(베트남), 몰이나 작가(인도네시아)는 자신의 지역에서 발생하는 환경 변화에 대해 그 지역의 고유한 서사를 이용하여 설명해내고자 한다. 백정기 작가는 물, 응우엔 우담 트랑 작가는 뱀과 코키리, 몰야나 작가는 산호초를 가지고 그 변화의 심각성을 제시하고 있다.

동시대미술은 작가가 바라보는 방식대로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도록 유도하는 데 그 핵심이 있다. 이것은 논리적 설득이 아닌 관람객과 공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청각적 수사 장치에 의해 성취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에서 보듯이 앞으로 예측할 수 없는 여러 요인들이 우리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다. 그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동시대 작가들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서 고민하고 그 대안을 작품으로 제시할 것이다. 이번 두 전시처럼 그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서사를 만들고 우리 관람객들에게 그 서사에 초청함으로써 그 변화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통찰과 위안을 줄 것이다.

장민한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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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나-숨-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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