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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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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둑'

게재 2021-01-13 15:54:41

인간사에서 도둑의 역사는 장구하다. 그리스 신화에는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준 프로메테우스가 그 대가로 독수리에게 영원히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는다. 구약성서에도 선악과를 훔쳐 몰래 따먹은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광야에서 양을 치던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하나님에게 받았다는 십계명에도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고조선의 팔조법금에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노비로 삼는다'고 했다.

중국 춘추시대 도척이라는 유명한 도둑이 있었다. 9000명의 부하를 이끌고 천하를 누볐다는 그는 주로 제후의 재물을 약탈했다. 특히 유가사상에 비판적이었던 그는 공자의 '오상지덕' 을 빗대 '도둑에게도 도(道)가 있다'고 했다. 털려는 집안의 사정을 살피는 것이 성(聖), 먼저 훔치러 들어가는 것이 용(勇)이다. 훔친 다음 맨 뒤에 나오는 것은 의(義), 훔칠 것의 옳고 그름을 아는 것이 지(知), 훔친 것을 골고루 나누는 것이 인(仁)이다. 이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춰야 큰 도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도척은 또 도둑에 등급이 있다고 했다. '작은 도둑은 죄수가 되고 큰 도둑은 제후가 된다'는 식이다. 다산 정약용도 저서 감사론(監司論)에서 도둑의 등급을 분명하게 구별했다. 지위가 높아 도덕적 행위가 더 많이 요구되는 높은 관리는 큰 도둑, 그보다 덜한 하급 관리는 작은 도둑, 배가 고파 어쩔 수 없이 남의 재물을 턴 이는 좀도둑이다. 한 술 더 떠 그는 굶주려 남의 재물을 훔친 좀도둑은 도둑 축에도 끼지 못한다고 했다. 대신 막중한 책임을 지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자들의 공인된 도둑질은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광주에서 불과 1분 만에 금은방을 '싹쓸이'한 베테랑 '경찰'이 붙잡혔다. 오랜 경찰 근무를 경험삼아 도주 차량의 번호판을 바꾸는 등 경찰수사까지 따돌렸다니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그렇다고 이 사람만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혈세를 빼돌리고, 권력을 이용해 국민을 약탈하는 큰 도둑이 득실득실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반칙과 기득권을 이용한 큰 도적질도 부지기수다. 작은 도둑이라고 용서할 순 없지만, 정작 나라를 갉아먹는 큰 도둑은 외면한 채 어리석은 삶을 탐닉한 '작은 도둑'이 전부인 양 덤터기를 씌우는 현실이 애잔하다.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