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오후 9시 '땡'… 코로나가 바꾼 新 밤문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 사회

오후 9시 '땡'… 코로나가 바꾼 新 밤문화

오후 9시만 되면 도시 전역이 고요
2차 호프집 손님 없어 문 닫는 날 많아
택시기사 "9시가 마지막 손님 태울 기회"

게재 2021-01-11 17:21:02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며 오후 9시 이후 식당과 카페 등 매장 내에서 취식이 불가능해진 가운데, 10일 오후 9시께 광주 남구 봉선동의 한 맥줏집이 영업을 종료해 문이 닫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며 오후 9시 이후 식당과 카페 등 매장 내에서 취식이 불가능해진 가운데, 10일 오후 9시께 광주 남구 봉선동의 한 맥줏집이 영업을 종료해 문이 닫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뒤 광주 도심 풍경이 오후 9시 이후로 갈리고 있다. 오후 9시 이후로는 식당, 술집 등에서 취식이 불가능하게 되면서 이른바 일찍 만나 일찍 헤어지는 '조기 음주문화'가 새롭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 탓에 2차 손님을 주로 상대하는 동네 호프집은 그야말로 고사 직전의 상태고, 택시기사들 역시 오후 9시를 기점으로 막바지 손님을 태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결과 오후 9시가 지나면 가게 주인도, 손님도, 택시 기사도 도심에서 사라져버리는 이른바 코로나 '실종'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말 마지막날인 지난 10일 오후 5시30분께 찾은 광주 남구 봉선동의 먹자골목.

다소 이른 시간이지만 식당과 술집 등이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업종과 관계없이 먹자골목 내 여러 가게에는 외출한 시민들이 거리를 두고 앉아서 유흥을 즐기고 있었다.

술집을 운영하는 민혁수(57)씨는 "평소라면 밤 10시부터 유흥을 즐기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9시 이전에 문을 닫다 보니 대부분 이른 시간에 가게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씨는 "요즘은 시민들이 이른 시간부터 음주를 하다 보니, 조기 영업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며 "우리 매장도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강제적으로 오후 9시에 문을 닫게 되면서 아예 조기 영업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봉선동 먹자골목 가게들은 과거엔 보통 오후 7~8시 이후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날 방문해 본 결과 대부분의 가게가 오후 6시 이전부터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날 술집에서 만난 김대훈(31)씨는 "가게가 일찍 문을 닫다 보니 지인들과 술 한잔하는 것도 이른 시간에 하게 되는 것 같다"라며 "회사 업무 등 여러 스트레스가 많아 술이 생각날 때가 있는데, 과음하지 않고 딱 9시까지만 즐길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기 음주문화가 자리를 잡는 것에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이른바 '간단하게 한잔'을 하는 2차 문화의 중심인 맥줏집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같은 날 오후 8시50분께 광주 서구 쌍촌동 인근의 한 맥줏집에는 수많은 테이블이 준비돼 있었지만, 가게에는 한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또 인근 10여 곳의 맥줏집 중 문을 연 곳은 이곳을 포함해 두 곳뿐이었다.

맥줏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손님들 대부분이 식당 등을 갔다가 2차로 우리 가게를 들르는데 9시에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야 해서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며 "그렇다고 저녁 장사를 아예 안 하자니, 벌이가 없고, 문을 열자니 어차피 9시에 닫아야 해 속이 터질 노릇이다"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달라진 점은 음주문화만이 아니다.

시민들이 음주를 즐기는 시간대가 변하자 택시기사들도 손님을 태우는 영업시간이 달라졌다.

평소라면 심야 먹자골목이나 유흥가 주변에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택시들이 줄지어 대기했지만, 이제는 옛말이다.

오후 9시 손님들이 가게에서 나오는 시간부터 대략 30분 정도가 유일하게 손님을 태울 수 있는 시간이 됐고, 이 시간이 지나면 더는 손님이 없어 자연스럽게 퇴근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택시기사 이상동(59)씨는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상무지구, 첨단2지구, 구시청 등 음식점과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곳에서 손님들을 기다리면 귀가하는 손님들을 태울 수 있었다. 이제는 9시가 지나면 한두 명의 손님 이외에는 길에서 손님을 태우기가 어렵다"며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도로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얼마 벌지 못하고 집으로 퇴근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길거리에 수많았던 대리기사도 거의 사라진 상태다.

과거에는 오후 9시께부터 대리기사들이 상무지구 인근에 모여서 '콜'을 기다렸는데, 지금은 음주를 즐기는 시민들이 줄어들고, 심지어 차를 놓고 오는 사람도 많아 대리기사의 일감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대리운전 기사 김해룡(45)씨는 "9시 이후로는 일거리가 뚝 끊긴다"며 "여기에 9시 이전 이용하는 사람들도 줄어들다 보니 경쟁적으로 대리 운전비도 인하하고, 대리기사는 다른 일거리를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