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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유순남> 또 다른 시작

유순남 수필가

게재 2021-01-14 13:23:14
유순남 수필가
유순남 수필가

다시 또 새해다. 사람들은 새해가 오면 새 희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올해는 그 어디에서도 희망의 싹이 보이지 않는다. 더 나쁘지 않기만을 기원할 뿐이다. '코로나 19'때문만은 아니다. 올라도 너무 오른 서울의 집값 때문에 서울의 집 없는 사람들은 절망하고,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 빈곤감으로 우울하다. 젊은이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을 사고, 직장에서 건실하게 일하기보다는 빚을 내서 주식 투자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럴 능력이 없는 이들은 희망 없음에 분노한다. 금 년 한해는 또 어떻게 지나갈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그저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랄 뿐 특별한 희망은 가질 수가 없다. 이제 어떤 계획을 세우거나 희망을 노래할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랬다. 지난달 한편의 글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데 지난달 20일 경 지인으로부터 한 편의 글을 받았다. 내용은 대강 다음과 같았다. 66세 된 한 미국 할머니는 그제야 등산하기 좋은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81세부터 90세까지 97개의 봉우리에 올랐으며, 북미에서 가장 높은 휘트니 산(4,797m)에도 올랐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켈리포니아주 의회에서는 1991년 휘트니 산봉우리 하나를 그녀의 이름을 따서 '크룩스 봉'이라고 명명했다. 그녀는 94세 때 18세 소녀의 심장과 폐를 가지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필자가 등산을 즐기기 시작한지는 오래되었다. 등산단체에도 참여하고 가끔씩 지인들과도 산에 오르곤 한다. 하지만 목표가 있거나 계획을 세워서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글을 읽은 후 계획을 세워 규칙적으로 해볼까하는 고민을 했다. 생각해보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도중에 그만둔다 할지라도 나쁠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 며칠 후 모 스포츠웨어 회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한국의 100대 명산'에 도전하기 위해 회원 가입을 했다. 회원 가입만으로도 행복감에 가슴이 벅찼다. 이왕 하는 것이니 '100대 명산', '100산 플러스' 100개, '섬 산' 100개까지 모두 300개의 산에 도전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웠다. 계획은 꿈이 되고 희망이 되었다. 마음이 급했다. 직장이 있는 여수 주변에서부터 시작했다. 그 주 토요일 오전에는 고흥 팔영산에 올랐고, 오후에는 여수 낭도 상산에 올랐으며, 일요일에는 금오도 대부산에 올랐다. 새해 첫날 오전에는 사도와 하화도에 다녀와 오후에는 백야도 백호산에 올랐다. 개도 봉화산, 돌산 봉황산, 여수 영취산도 여러 번 올랐지만 인증을 위해 다시 올랐다. 광양 백운산 상봉에서 내려다본 산맥들의 장엄함은 '100대 명산' 도전이 아니면 아마 느껴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금수강산에 태어나 가보고 싶은 곳도 다 가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면 억울할 것 같다. 한라산과 지리산은 오른 적이 있어서 천천히 오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산중에서 가장 두려운 산은 설악산이다. 정상에 오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몇 번이나 오르려 마음먹었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이제는 '100대 명산' 도전이 동기부여가 되었기에 반드시 오르고 말 것이다. 하루에 오르지 못하면 이틀에 오르면 어떠랴!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걸어서 정상에 올라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고 건강을 지키면 되지 않겠는가? 가거도도 마찬가지다. '섬 산' 도전이 아니면 가보고 싶은 마음뿐 감히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필자에게 300산 도전은 삶의 활력소이자 삶의 의미가 될 것 같다.

또 다른 시작은 설렘의 행복을 준다. 실업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무척 힘들어한다. 하지만 힘들어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어떤 방법으로든 삶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직장을 잃었거나 사업을 접었다면 각자의 상황에서 '코로나 19시대'에도 흔들리지 않을 또 다른 시작을 해보자. 그것이 일이든 공부든 운동이든 거기에 집중하는 시간 만큼은 잡념이 사라지고, 어쩌면 성공에 대한 설렘으로 행복을 느낄 수도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