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세이·최성주> 제2 대량학살 방지 '포용·배려문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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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세이·최성주> 제2 대량학살 방지 '포용·배려문화' 절실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25)유대인과 폴란드, 히틀러(2)||
  • 입력 : 2021. 02.22(월) 12:51
  • 편집에디터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히틀러는 평소 유태인을 극도로 증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태인이 만들어낸 이념인 공산주의도 철저히 증오했다. 히틀러가 공산주의자를 박해하고 소련을 침공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미국 등 승전국들은 패전국인 독일에 1320억 마르크의 전쟁 배상금을 요구한다. 당시 2년 분 독일 국내총생산량(GDP)에 해당하는 액수다. 전쟁 배상금을 지불하기 위해 독일은 어쩔 수없이 화폐를 마구 발행한다. 그 결과 통제 불능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 독일 국내경제는 피폐해진다. 세계 대공황 속에서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이 시점에 히틀러라는 희대의 악마가 출현한다. 1930년대 초반 히틀러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화하기 위해 유태인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히틀러는 게르만족의 시조로 알려진 '아리안'족의 인종학적 우월성을 내세운다. 1939년 9월 폴란드를 침공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을 촉발한다. 전쟁 초반 승승장구하던 나치는 소련을 침공한 이후 1943년부터 전세가 불리해지며 퇴각한다. 히틀러 특명을 받은 나치 친위대는 퇴각하면서도 '최종 해결'이라는 암호명의 유태인 '인종청소(ethnic cleansing)' 작전을 수행한다. 최단 시일 내 최대 인명을 학살하기 위해 독가스인 '사이클론B'를 수용소 샤워기를 통해 방출하는 방식을 택한다.



명화 '쉰들러 리스트'의 주인공 오스카 쉰들러가 실제로 운영하던 군납물품 생산공장은 크라쿠프에 있다. 나치 당원이던 쉰들러는 전쟁을 기회로 돈을 벌기 위해 크라쿠프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유태인들을 고용한다. 나치 장교가 유태인들을 파리 잡듯 살육하는 현장을 본 후 그들을 구하기 시작한다. 쉰들러가 구한 유태인 숫자는 1000명이 넘는다. 유태인 대학살은 1915년 오토만터키의 아르메니아人 대학살 및 캄보디아의 킬링필드(1975-1980년)와 함께 20세기 3대 참혹사로 꼽힌다. 이스라엘 역사학자인 예후다 바우어(Y. Bauer)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유태인 대학살 근본 동기는 '유태인들이 아리아인의 세계 지배에 강력히 반발할 것'이라는 나치의 허황된 상상에 의거한다. 여태까지 알려진 어떤 학살도 이처럼 황당한 이념에 기초하지는 않았다."



히틀러는 전범 재판을 받기 전 1945년 4월 베를린에서 자살한다. 1998년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인종청소죄, 대량학살(genocide)죄, 전쟁범죄와 反인도죄를 4대 극악범죄로 규정하고 있는데 히틀러야말로 이 범죄 모두를 자행한 희대의 살인마다.



필자는 90년대 후반 오스트리아 근무 시절 나치가 수십만 명의 반체제 인사와 유태인을 학살한 마우트하우젠(Mauthausen) 수용소를 방문하고 인간의 잔혹성에 치를 떤 적이 있다. 수용소 내부에 희생자들의 안경과 신발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다녀온 후 마음이 편치 않아 밤잠을 설친 적이 있다. 이런 연유로 필자는 최근 폴란드 근무기간 중 크라쿠프는 수차례 방문했지만 인근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가지 않았다. '홀로코스트(holocaust)'는 곧 유태인 대학살을 뜻하며 히브리어인 '쇼아(shoah)'도 동일한 의미다. 원래 홀로코스트는 고대 그리스에서 신에게 동물(holos)을 태워서(kaustos) 제물로 바치는 것을 뜻한다. 2차 세계대전 동안 폴란드 및 소련과 루마니아, 헝가리 등 유럽 각지에서 550만 명의 유태인이 학살됐다. 전대미문의 역사적 참극을 거쳐 건국된 이스라엘은 유태인이면 누구나 시민권을 갖도록 허용하고 있다. 조부모 중 유태인이 있거나 유태교로 개종한 경우 모두 유태인에 해당된다.



증오와 독선의 산물인 대량학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포용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고통스러운 과거사를 공유하는 우방국이다. 한국인과 유태인은 높은 교육열과 강인한 정신력이라는 유사점을 공유한다. 한국인의 별칭은 동양의 유태인이기도 하다. 천신만고 끝에 독립국가를 건설한 유태인들은 주변의 적대적 아랍국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모든 국민이 상시 출동태세 속에서 생활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북한의 상시위협 하에 있는 대한민국이 보고 배워야 할 대상이다. 이스라엘은 면적과 인구로는 소국이지만 첨단기술과 정보, 국방 분야에서는 강국이다. 대표적인 강소국으로 분류될 만하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신속하게 접종받는 이스라엘 국민들이 부럽다. 마스크가 최고의 백신이 될 수는 없지 않는가. 국가적 위기 속에서 '진정한 리더쉽'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