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섬 진흥원 유치' 놓고 전남 지자체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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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한국 섬 진흥원 유치' 놓고 전남 지자체 내홍
목포시·신안군 각각 유치 선언 ||지지부진 섬 박물관 두고 갈등 ||전국 지자체 유치 열 올리는데 ||불피요한 소모전… 조율 필요
  • 입력 : 2021. 03.03(수) 16:24
  • 김진영 기자
목포시와 신안군이 지난 2019년 1월 21일 신안군청에서 협약식을 갖고 신안군에는 국립 섬 박물관을 목포시에는 섬 문화 플랫폼 및 국립 섬 발전연구진흥원을 유치하기로 했다. 신안군 제공
전남도가 사활을 걸어온 한국 섬 진흥원 공모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전남 지자체들이 각자 유치를 선언하며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간 한국 섬 진흥원 유치를 위해 힘을 합쳐온 섬의 관문인 목포와 신안은 각각 유치를 선언, 두 지자체 모두 오는 8일부터 시작되는 행안부 공모에 접수할 방침이다.

두 지자체는 애초 2019년 협약을 맺어 공동 노력을 결의했으나 신안군에 양보하기로 한 섬 박물관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역 공모 첫발을 떼기 전부터 내홍이 깊어지는 가운데 다른 지자체들 역시 적극적 유치 의사를 표명하면서 자칫 전남 유치가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섬 진흥원은 섬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조사 수행 및 소외된 섬의 균형발전을 위한 시설이다. 유치 지역은 앞으로 5년간 400억 원 이상의 생산 유발 효과를 비롯해 270억 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그간 전남이 특별히 공들여왔던 국가기관이다. 지난해 12월 지역 국회의원이 발의한 '도서개발촉진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통과됨에 따라 만들어지게 됐다.

그러나 최근 시작되는 지역 공모를 앞두고 전남 지자체가 각자 유치 의사를 표명하면서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목포시는 지난달 25일 '한국 섬 진흥원 목포 유치 추진위원회'를 발족, 유치를 공식화했다. 추진위는 섬 진흥원 설치는 목포에서 씨앗이 뿌려졌고 결실이 맺어진 점, 목포가 대한민국의 '섬의 수도'로 기능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섬 진흥원의 목포 설립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달 24일 신안군도 한국 섬 진흥원 유치 공모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신안군은 누구나 인정하는 '섬 정책 선진 지자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목포시는 신안군이 애초 약속을 어겼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두 지자체장은 지난 2019년 제1회 섬의 날 개최를 앞두고 목포시가 섬 발전 연구진흥원을, 신안군이 섬 박물관을 유치하기로 결의했다.

목포시 관계자는 "섬 박물관 유치가 어려워졌다고 해서 기존 약속을 어기고 섬 진흥원 유치전에 뛰어든 신안군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공동 유치를 위해 신안군과 수차례 논의를 하려 했으나 이를 회피해 전남 지자체 간 경쟁이 불가피해 졌다"고 했다.

신안군 입장은 다르다. 섬 박물관 유치가 전혀 논의되지 않는 상황에서 합의의 전제조건이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현재 섬 박물관 유치와 관련해 전남도가 추진 중인 계획은 전무하다.

신안군 관계자는 "두 지자체장이 합의해 섬 진흥원과 섬 박물관 유치를 결의했다면 당연히 섬 박물관 설립과 관련해서도 최소한의 논의가 이뤄져야 했다"며 "섬 박물관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변죽도 울리지 않는 현 상황에서 섬 진흥원 유치를 위해 공들여온 신안이 참여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했다.

또 "목포시의 실무 논의 주장에 대해 정무적 차원에 논의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한 것"이라며 "애초 행안부가 시군구장 명의로 유치를 결정한 상황에서 목포시에서 주장하는 공동 유치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전남 지자체의 내홍 속에 경남 통영, 충남 보령, 인천 옹진 등 그간 분위기 선점에 밀린 타 지자체들이 빠르게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남도가 사전 조율을 하지 않아 지자체간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도 관계자는 "광역 지자체별로 2개까지 접수가 가능하다는 것이 행안부 원칙"이라며 "목포시와 신안군의 공동추진위 결성이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두 시군 모두 추진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