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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세이·최성주> 미-중 대결 강화 속 '영-일 공조'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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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세이·최성주> 미-중 대결 강화 속 '영-일 공조' 움직임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32)영-일 동맹 재현되나

게재 2021-06-07 12:36:46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지난 1월 20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중 대결 양상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못지않게 직접적이고 전방위적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정책은 트럼프 시절보다 더 치밀하고 전략적이다. 신흥강대국인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은 동맹과 우방을 통한 중국 견제로 가시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4국 협력체(쿼드·Quad)이다. 바야흐로 동아시아에는 지정학의 시대가 회귀하고 있다. 최근 영국과 일본의 긴밀한 공조가 눈에 띈다. 두 나라는 공히 미국의 동맹국이기도 하다. 영국은 국제무대에서 사안별로 미국과 역할을 분담하면서 전통적인 '찰떡 공조'를 과시하고 있다. 일본도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두고 미국과의 동맹 심화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섬나라인 영국과 일본은 해외에서 길을 찾기 위해 일찍부터 제국주의 정책을 표방한다. 영국은 19세기 중엽 산업화와 근대화를 추구하던 일본의 표상이었다. 그 시절, 일본은 '아시아에서 벗어나 유럽의 일원이 된다'는 소위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추구한다. 그러고 보니, 일본이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은 적이 없음에도 차량의 핸들은 영국처럼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다. 1868년 메이지 유신을 거친 일본은 한반도를 침탈하고 식민 지배한다. 이어 중국을 침공하고 1941년 미국을 상대로 세계대전을 일으키며 전범국가의 길을 간다.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결정적인 사건은 바로 1904년 러일 전쟁의 승리다.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있던 러시아 대제국을 꺾기 위해 일본이 기울인 외교적 노력은 지극히 정교하다. 우선, 일본은 '대영제국'과 1902년 동맹 조약을 체결한다. 영국도 맞수이던 러시아 제국을 겨냥한 동맹이니 반겼을 터이다. 일본은 영국에서 국채를 발행해 전쟁비용을 충당하고 영국산 군함으로 무장한다. 일본과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는 북유럽에 있던 발트함대를 극동지역으로 동원한다. 그런데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인 영국이 일본 편에 서자 러시아 해군은 증기기관으로 기동하던 당시 군함의 연료(석탄)는 물론, 기항할 항구조차 확보하기가 어렵게 된다. 중립국들도 영국의 눈치를 보느라 러시아 함대에 대한 석탄판매와 항구기착을 불허한다. 발트해에서 출발, 남아공 희망봉을 거치는 등 초 장거리를 운항하면서 기진맥진해진 발트함대는 결국 한반도 남해에서 일본함대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다. 이처럼 일본의 러일전쟁 승리는 사실상 영국과 동맹 덕분이다.

2차 세계대전 중 동남아 등지에서 교전한 영국과 일본이 최근 부쩍 가까워지고 있다. 영국이 일본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의사를 발표하고 쿼드 동참 의향을 표시하자 일본은 이를 환영한다. 영국은 일본의 '파이브 아이스(Five Eyes·영어권 5개국 사이버 동맹체) 가입 희망에 대해 화답하고 나선다. 원래 Five Eyes는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영어권 5개국(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및 뉴질랜드) 간의 동맹이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전범국인 일본의 Five Eyes 가입을 영국이 지지하고 있다. 작년 1월말 유럽연합(EU) 탈퇴로 유럽 내 위상이 약화된 영국은 아시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동맹국 영국과 협력 강화에 적극적이다. 그러다 보니, 약 120년 전의 영일 동맹이 오늘에 와서 재현되는 형국이다.

영국과 일본의 밀착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생각한다. 국가 간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가장 중요한 척도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대한민국은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물샐틈없는 국가안보 확립'에 두어야 한다. 우리와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확립되지 않은 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건 결국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뿐 아니라 우리와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도 공조를 강화해야 할 때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안보체제 구축을 위해서도 절실히 필요하다.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면서 필요시 우리 입장을 중국정부에 분명하게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해야 한다. 힘의 정치(power politics)가 횡행하는 동북아 지역에서 살아남으려면 전략과 비전, 결기를 갖춰야 한다. 후손들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이기는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국방과 외교 분야에서 실책을 거듭하면 나라가 통째로 무너진다.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