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들여 섬 난개발…섬 주민과 함께 섬 가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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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4조원 들여 섬 난개발…섬 주민과 함께 섬 가꿔야"
24일 광주전남연구원 섬 정책 토론회||백화점식 중구난방 정책 더 이상 안돼||섬 정책 중심엔 ‘섬 공동체’ 함께해야||한국섬진흥원 설립 구심점 역할 기대||
  • 입력 : 2021. 06.24(목) 17:36
  • 김진영 기자
'지속 가능한 섬 정책과 섬 진흥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24일 광주전남연구원 상생마루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토론을 펼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섬을 보유한 전남에서 '섬 가치'를 드높이고 섬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전남일보와 광주전남연구원이 24일 공동개최한 '지속 가능한 섬 정책과 섬 진흥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바로 그것. 이번 토론회에서는 개발논리에 갇힌 섬 정책의 문제점과 지속가능한 섬 육성을 위한 과제를 전문가들이 심도있게 논의했다. 특히 7월 목포에 설립예정인 한국섬진흥원이 섬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섬 정책 패러다임 전환 나서야

정부와 지자체의 섬 정책이 컨트롤 타워 부재로 중구난방식 정책과 인프라 확장에 치우쳤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행정안전부 지역균형발전과 정태욱 사무관은 "정부가 섬 개발계획을 수립한지 30년 동안 4조원이 넘는 예산이 섬의 생활 여건과 소득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데 투입됐다"며 "그러나 '개발'이라는 단어에 갇힌 채 인프라 조성에만 치우쳐 주민과 생태는 뒷전에 밀렸다"고 지적했다.

정 사무관은 "섬의 위상을 육지와 똑같이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행정자료부터 육지의 읍면동을 기준으로 작성되다 보니 섬을 기준으로 가공·편집하는데 많은 손길이 필요한 반면 제대로 된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김건효 사무관 역시 "과거 섬 정책은 단기간 보여주기식 성과에 치중해 백화점식 사업 발굴이 이뤄졌다"며 "섬 정책의 중심은 인프라 확장이 자리 잡아 섬이 관광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박형욱 보성 장도 가고 싶은 섬 추진위원장은 "어촌뉴딜, 가고 싶은 섬 등 많은 섬 정책들이 진행 중이지만 지자체로 내려갈수록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속가능한 섬 정책과 섬의 진흥을 위해서는 통합된 정책, 통합된 네트워크, 통합된 조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섬 정책 핵심은 '섬 주민'

토론자들은 섬 정책에 가장 필요한 역할로 '섬 주민들에 대한 관계 정립'을 주문했다. 섬 개발정책의 철학적 토대 위에는 섬 주민들이 바탕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건상 전남일보 선임기자는 "세계적인 섬 개발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일본 나오시마 예술 섬 전략에서 시선을 끄는 건, 주민과 결합하는 섬 개발 방식"이라며 "섬 갯벌, 연안 양식바다 생태계, 마을 숲, 고유의 생태문화 등에 대한 조사와 보전, 전승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태욱 전문위원 역시 "섬은 주민들이 살고 있는 생활 터전"이라며 "도로, 선착장과 같은 인프라 시설도 중요하지만, 주민이 참여하고 공동체가 참여하는 사업과 이를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형욱 추진위원장은 "섬사람도 육지 사람도 오가는 데 불편하다면 그곳이 바로 오지"라며 "섬 주민들의 삶의 기본이 되는 섬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연안여객선 공영제가 하루빨리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섬진흥원 역할 기대

이번 토론회에서는 '한국섬진흥원'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정태균 전문위원은 "한국섬진흥원 설립으로 섬의 무한한 자원을 발굴하고 섬 주민의 생활 여건 개선과 경제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섬 관련 사업과 섬 연구기관 집적화를 통한 대한민국 섬 정책 수립의 중추적 역할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살고 싶고, 가고 싶은 섬은 주민이 행복하고 출향 인사가 귀향하고 싶고 여행객이 만족하는 섬이어야 한다"며 " 이를 위해서는 섬의 수용력, 미래세대, 주민의 삶의 질, 사회적 규범이 존중되는 섬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욱 사무관은 "한국섬진흥원이 '만능해결사'는 아니지만 '개발'의 틀에 갇힌 정책을 꺼내줄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에서 단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사업이 협력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건상 선임기자는 "이제 섬은 전남의 독점적인 지역 자산"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섬을 좀 더 섬세하게 연구하고, 관리, 보전할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