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세일' 하는 줄도 잘 몰라"… 소외된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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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세일' 하는 줄도 잘 몰라"… 소외된 전통시장
2주 맞은 ‘대한민국 동행세일’ ||‘세일 효과’ 없고 장마에 손님 뚝 ||온라인 판매 입점 조건 까다로워 ||상인 “오던 손님도 줄어” 하소연
  • 입력 : 2021. 07.08(목) 10:16
  • 김은지 기자

7일 오후 찾은 남구 남광주시장 입구에 '대한민국 동행세일 2021' 행사 포스터가 걸려있다. 세일 기간 중이지만 시장을 찾는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입구에 포스터 걸어 둔 것을 보고 올해도 '동행세일'을 하는구나 싶었다. 세일 한다고 더 북적이기는커녕 오히려 장맛비 때문에 오던 손님도 발길을 끊었어요."

광주 남광주시장에서 수산물 점포를 운영 중인 허모(38)씨는 손님이 없이 휑한 시장을 둘러보며 하소연했다. 허씨는 "매년 한다고는 하는데 동행세일 기간이라고 해서 상인들한테 딱히 달라지는 건 없다. 아마 시장 어르신들은 동행세일이 뭔지도 모르실거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24일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침체됐던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21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시작했다.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할인행사로 오는 11일까지 진행된다.

동행세일이 2주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은 매출 증가는 커녕 평소보다 줄어든 손님 탓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난 7일 찾은 남광주시장에서도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면거래 기피에 늦장마로 인한 폭우까지 겹치면서 오히려 한산했다.

동행세일 행사의 일환으로 각 전통시장은 다양한 이벤트와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특별한 행사를 하지 않는 전통시장의 경우에도 1일 5만원 이상 구매 영수증을 '시장애(愛)' 홈페이지에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5만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동행세일이라는 이유로 전통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이를 활용하는 상점도 없었다.

더욱이 남광주시장은 이번 '대한민국 동행세일'에 라이브커머스, VR(가상현실) 전통시장관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면서 매출 신장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돌아온 것은 실망 뿐이었다.

남광주시장에서 식육점을 운영 중인 정모씨는 "동행세일이 시작되고 오히려 찾아오던 손님도 줄고 매출도 감소했다. 작년에도 지지부진했던 터라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올해는 몇몇 가게가 열심히 홍보도 했기에 조금이나마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별반 다르지않다"며 "오는 손님들도 동행세일을 알고 온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런 행사가 진행 중인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양동시장에서 17년째 건어물 가게를 운영 중인 이모씨는 "동행세일한다고 한창 시끄럽더니 정작 지금 진행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 여기 시장 상인 태반이 모를 거다"며 "코로나가 시작되고 시장 찾는 사람들은 줄었는데 전통시장은 계속 소외만 되고 있는 것 같다. '동행세일'이 누구랑 동행하자는 건지,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통시장이 취약한 온라인 판매를 돕기 위해 마련된 정책도 실효성이 부족해 참여 점포가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동행세일을 주관하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온라인 유통 기반이 미비한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해 시장애(愛) 사이트를 개설하고, IT기술을 접목한 '전통시장VR관'을 운영해 코로나 때문에 전통시장을 찾지 못하는 시민들이 간접 체험하게 했다.

그러나 VR시장에 입점한 점포는 광주에서 남광주시장, 무등시장, 1913송정역시장 등 3곳의 3개 점포에 불과하다. 이는 시장 점포들 가운데 기존에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던 점포만 VR시장에 입점할 수 있게 한 탓이다.

남광주시장의 한 상인은 "VR시장에 입점하고 싶었지만 기존에 온라인 판매업에 등록돼있는 업체만 가능하다고 하기에 접었다. 시장 상인들은 연령대도 높아 온라인 판매에 익숙하지 않은데 마땅한 대안을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싶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이번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통해 전통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길 기대했던 바가 컸다"며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행사들이 많았던 만큼, 앞으로도 상인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더 좋은 행사로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동행세일 2021'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광주 서구 양동시장의 모습.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