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했던 자신에게 건네는 화해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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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했던 자신에게 건네는 화해의 기록
  • 입력 : 2021. 07.08(목) 15:54
  • 박상지 기자
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 민음사 | 1만4000원

성인 ADHD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ADHD'라는 단어에서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는 아마도 수업 시간에 교실을 뛰어다니는 남자아이의 모습일 것이다. 회의 시간에 홀로 공상에 빠지고 중요한 미팅을 깜빡하고 흡연과 음주 욕구에 매번 굴복하는 성인 ADHD 환자의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성인 ADHD의 증상은 아동 ADHD와 다른 모습으로 발현될 뿐 아니라 개인의 특성으로 이해되기 쉬워 당사자조차 질환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성인 ADHD 발병률은 약 4%로 한국에서도 82만 명이 질환을 겪고 있을 거라 추정되지만, 실제 치료를 받는 비율은 1%에 불과하다.

신간 '젊은 ADHD의 슬픔'은 성인 ADHD 환자가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풀어낸 보고서이자, 진단과 치료에 이르는 과정을 낱낱이 담아낸 성인 ADHD 환자들의 실용서다. ADHD의 증상과 검사 및 치료 내용에 대해서는 저자의 담당 의사인 ADHD 전문의의 감수를 거쳤다. 병원에 가면 어떤 검사를 받게 될까. ADHD 약물 치료의 효과와 부작용은 뭘까. ADHD인 것 같은데 병원에 가기 망설여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지음은 이러한 질문들을 되뇌며 밤을 지새울 이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가감 없이 풀어놓는다. 나아가 일상의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유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온갖 딴생각에 빠지느라 청소를 시작하지도 못하는 스스로에게 청소를 하도록 하는 법, 소비 충동을 이기지 못해 돈이 줄줄 새는 지갑을 지키는 법 등.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일부러 그러는 거야?'라는 주위의 타박에 노출되기 쉬운 ADHD 환자를 위해 문제를 최소화하고 자존감을 지키는 노하우도 공유한다.

자신의 '모자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신랄하게 자조하는 정지음은 모자람의 가장 명랑한 대변자다. 그가 그리는 성인 ADHD의 삶은 눈물나게 애잔한 동시에 슬플 틈 없이 유쾌하다. '문제아'로 불리며 어떤 미래도 꿈꾸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에 대한 애틋함,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실수들로 인해 힘들었을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모자람이 주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긍정과 기대. 정지음은 이 모든 감정들을 자신만의 유머 속에 녹여 낸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