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세이·최성주> 쿠데타·내전·테러피해 직접 영향 '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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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세이·최성주> 쿠데타·내전·테러피해 직접 영향 '고난'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35)순탄치만은 않은 외교관의 길
  • 입력 : 2021. 07.19(월) 13:43
  • 편집에디터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외교관은 외국에서 국가이익과 재외국민보호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다. 근무 국가의 정치상황에 따라 어렵고 때론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 국가시스템과 거버넌스가 취약한 나라에서 주로 발생한다. 어느 나라 외교관이든 근무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가에서 지내기를 희망하는 경향이 있으며 어찌 보면 인지상정이다. 즉, 험지 근무를 자청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얼마 전 러시아의 대규모 해킹과 선거 개입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연합은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한 바 있다. 이에 대응해 러시아도 미국과 유럽 외교관을 모스크바에서 맞추방 했다. 외교관 추방은 국가 간의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국가의 공식대표인 외교관이 '본보기'로 당하는 셈이다. 동서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최대 80명이 넘는 외교관을 한꺼번에 추방 및 맞추방한 적도 있다. 주권국가 간의 외교관 추방은 십중팔구 상대국에 의한 맞추방으로 연결된다. 외국 외교관을 추방하는 국가는 해당되는 외교관을 '기피인물(PNG: Persona Non Grata)'로 지정하며 일반적으로 72시간내 추방 조치한다. 지난 1998년 러시아 정부가 모스크바 주재 우리 외교관 1명을 추방하자 우리도 서울 주재 러시아 외교관 1명을 맞추방했다. 러시아가 우리 외교관을 맞추방함으로써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라, 러시아와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 정부가 일단 양보하는 선에서 상황을 종결한바 있다.



외교관은 근무하는 국가의 쿠데타, 내전, 또는 테러 등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기도 한다. 1986년 레바논에서 근무하던 도재승 서기관이 우리 외교관 중 최초로 납치된다. 현지 무장단체에 납치된 그는 1년 9개월만에 석방됐다. 전쟁 등으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될 경우 외국정부는 최종적으로 해외공관을 철수한다. 우리 정부도 과거 베트남, 소말리아, 예멘 등에 소재한 우리 대사관을 철수한 바 있다. 1975년 4월 북베트남(베트콩)이 베트남을 공산 통일할 때의 일이다. 당시 남베트남의 수도인 사이공(현재의 호치민)에서 대사관 철수를 준비 중이던 우리 외교관 2명은 북베트남군에 체포 및 구금돼 수년간 고초를 겪었다. 북베트남을 도와준 북한의 요원들이 우리 외교관들을 겁박하고 심문했다고 한다. 1991년 1월 동부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내전이 격화되면서 정상적인 해외 탈출로가 봉쇄됐다.

당시 남·북한 대사와 외교관 및 그 가족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서로 협력해 극적으로 소말리아를 탈출한다. 그 과정에서 북한 직원 1명이 소말리아 반군의 총탄에 맞아 즉사한다. 다음 주 개봉되는 영화 '모가디슈'는 이를 소재로 제작했다. 일반적으로 대사관을 긴급 철수할 경우 단계별 조치가 취해지는데 직원가족 등 비필수 요원부터 귀국토록 하는 것이 보편적인 원칙이다. 대사와 통신요원은 마지막 단계에서 철수한다. 외국에서 발생한 정변으로 외교관이 곤경에 처한 대표적인 경우 1979-1980년간 발생한 이란 주재 미국 외교관 인질사건이다. 이는 '테헤란 인질사건'으로 통칭되는데 1979년 이란에 회교 혁명정권이 등장한 직후 반미성향의 극렬청년들이 주동한 것. 2015년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조찬행사에 참석하던 중 흉기로 피습을 당한 바 있다.

최악의 상황은 외국에서 근무하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다. 2012년 리비아에서 근무하던 스티븐스 미국 대사를 비롯한 미국 외교관과 보안요원 등 4명이 테러범들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2016년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는 현지 연설 중 과격회교도에 의해 피살됐다. 외교관과 외교공관에 대한 공격은 1961년에 채택된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 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행위다.



필자는 2009년부터 3년간 알제리에서 대사로 근무했다. 당시 알제리는 알카에다에 충성을 맹세한 소수 과격테러 그룹이 준동하고 있었다. 동부 산악지역에서 테러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 필자는 해당 지역 주지사를 면담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어 출장을 강행했다. 장갑차를 앞세운 현지 경찰당국의 중무장 경호를 받으면서 출장을 다녀온 기억이 생생하다. 이 순간에도 우리 외교관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테러 위험국가에서 근무 중이다. 지난 2월1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서 한국 대사와 외교관들은 재외동포와 기업의 안전을 챙기고 있다. 험지에서 생활하는 기업인과 동포, 외교관의 무사안전을 거듭 기원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