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3관왕 '광주의 딸' 안산, 대한민국을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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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양궁 3관왕 '광주의 딸' 안산, 대한민국을 홀리다
‘대표팀 막내’ 흔들림 없는 경기력 ||차분한 모습에 ‘강철멘탈’ 별명도 ||걸그룹 팬심 고백하는 ‘반전매력’||‘동일한 이름’ 마케팅 경쟁도 치열
  • 입력 : 2021. 08.01(일) 17:36
  • 곽지혜 기자
대한민국 역대 하계올림픽 사상 첫 3관왕을 차지한 양궁 국가대표 안산이 지난달 30일 2020 도쿄올림픽 선수촌에서 세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한양궁협회 제공
2021년 대한민국의 여름이 두 글자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바로 '양궁'과 '안산'이다.

광주 출신 안산(20·광주여대) 선수가 올림픽 양궁 사상 첫 3관왕을 거머쥐며 그야말로 '안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안산은 양궁 여자 대표팀의 막내로 올림픽에 첫 출전했지만, 어린 나이답지 않은 침착하고 흔들림 없는 경기력으로 대회 초반부터 국민적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첫 금메달을 딴 혼성 단체전에서는 목이 터져라 '파이팅'을 외치는 김제덕(17·경북일고)과 상반된 차분한 모습으로 활시위를 당기며 '멘탈갑', '강철멘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여자 개인전에서는 상대 선수였던 옐레나 오시포바(러시아)와 화살 한 발로 승부를 가르는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을 치르면서도 심박수가 100회 안팎을 유지할 정도의 차분함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게 한 마지막 슛오프 때도 안산의 심박수는 분당 118회. 오시포바의 심박수는 167회였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경기마다 화살로 과녁의 한 가운데를 꽂던 안산도 3관왕에 오른 시상식에서만큼은 그동안 꿋꿋이 다잡았던 마음을 풀어내듯 눈물을 흘렸다.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그녀는 "원래 울보다. 2주 전쯤 도쿄로 출발하기 전에도 힘들어서 울었다"면서도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너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올림픽이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광주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애호박찌개를 언급하며 "한국 음식을 빨리 먹고 싶다. 엄마가 해준 고추장 애호박찌개가 먹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강철심장'의 그녀도 경기장 밖에서는 영락없는 20대 또래의 모습을 보이며 '반전 매력'을 뽐내고 있다.

여자 단체전 후에는 러시아 선수들과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는가 하면, 평소 팬이었던 걸그룹 마마무 멤버인 솔라의 SNS 게시글에 본인이 언급된 것에 감격해 "아니 이거 꿈인가. 눈물이 좔좔 흐르고 진짜 너무 사랑한다"는 내용을 올리며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산'이라는 동일한 이름을 가지고 슬그머니 마케팅을 벌이거나 재치있는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구청은 "안산 선수의 올림픽 3관왕을 축하한다"면서 서대문구에 있는 안산(鞍山)을 언급, "기막힌 우연"이라며 소개했고 국립산림과학원은 선수의 한자 이름인 '安山'의 산이라는 공통점을 끄집어내 "우리 장르 최고"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경기 안산시는 축하 꽃다발에 "안산에 안사는 안산 선수 축하한다"는 재치 있는 내용의 문구를 보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광주시는 "안산 선수는 안산에 살고 있나요? 아니죠? 안산 선수는 광주에 사는 광주의 자랑"이라며 반박 아닌 반박을 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반면 안산 신드롬이 뜨거워질수록 도를 넘어선 페미니스트 논란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정치권, 연예인 할 것 없이 해당 논란에 동조 혹은 반박하는 입장을 밝히며 공방은 가중되고 있다.

그녀의 짧은 머리와 과거 SNS에서 언급한 단어를 중심으로 페미니스트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온라인 학대'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외신도 한 운동선수를 향한 무분별한 공격으로 보도하고 나섰다.

이번 논쟁에 대한 반발로 '안산 선수를 지켜주세요'라는 내용의 포스터가 제작됐고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에는 "안산이 사과하게 만들지 말라", "악성 댓글을 올리는 네티즌들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분노한 여성들을 중심으로는 SNS를 통해 '국가대표 선수의 헤어스타일을 두고 사상검증을 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숏컷 사진을 올리는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