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으로 쌓인 일상의 소소한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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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탑으로 쌓인 일상의 소소한 기억들
예술공간 집, 설치작가 권승찬 드로잉전||9월3일까지 '슬기로운 백수생활 – 권승찬의 드로잉일상'||1년여 기간 동안 진행해 온 드로잉 160여 점||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드로잉으로 기록||지난 5월부터 유튜브 채널도 운영… 온라인으로 작품 소통도||설치 작품에서 벗어나 온라인·영상 등 다양한 시도 눈길
  • 입력 : 2021. 08.25(수) 15:25
  • 박상지 기자

권승찬의 '슬기로운 백수생활 드로잉 일상'전이 진행되고 있는 예술공간 집 전시장 전경. 예술공간 집 제공

설치 위주의 작업을 진행해 온 권승찬 작가의 일상 속 소소한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 전시장을 가득 메운다. 지난 2018년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전시 이후 3년만의 개인전으로, 지금까지의 선보여왔었던 설치작업이 아닌 '드로잉 일상'이라는 전혀 새로운 작품세계를 펼쳐낸다. 전시장에는 스케치북 정도의 작은 드로잉부터 50x70㎝의 작품들까지 작가가 느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권 작가는 지난해 7월부터 드로잉을 시작했다. 설치작품 위주로 작업을 진행해오며 드로잉의 필요성을 느껴왔다고 한다. 마침 코로나로 인해 외부 활동들이 대부분 취소되거나 중단됐고, 해외레지던시의 경우도 가능성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간 미뤄왔던 드로잉을 실천했다.

흔하게 사용되는 냅킨에 날마다 그림을 그려 냅킨 드로잉으로 업로드하고, 아들이 좋아하는 통닭집의 포장봉투에도 드로잉을 했다. 그렇게 일상은 작가의 내면에도 종이에도 압착되어 흔적이 남겨졌다. 최근 소셜미디어 메인뉴스에 떠 있던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나오시마 섬의 태풍으로 인해 떠밀려 있던 것도 드로잉으로 남았다. 작가가 붙인 제목은 '표류하는 예술', '의외로 가벼운 예술'(작품을 옮기는 장면)이다. 연필로 수채화로 그려진 그림들에 그 순간을 기억하는 메시지들이 씌여 있다. 작업실에 싸온 도시락 그릇을 탑처럼 쌓은 '도시락 탑', 몇 년째 써오는 수건에 새겨진 똘이장군 첫돌의 주인공이 누군지 몰라 '넌 누구냐? 똘이장군'이라 제목을 써놓은 드로잉, 소주병 맥주페트병으로 그린 '정물' 등 일상을 재치있고도 깊은 시선으로 바라본 작가 특유의 진중한 유머가 돋보인다.

흘러가는 시간만큼 드로잉 작품은 쌓여갔고 전시까지 이르게 됐다. 400~500여 점의 작품 중 전시에는 160여점의 작품들이 출품됐다. 일상의 탑이 된 것이다. 소소하고 별 것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그 일상들이 모여 한달을, 일년을 채우고, 또 우리 삶의 거대한 서사를 만드는 게 먼지같은 일상들이 모임 집합체이다.

팬데믹은 작품형태에만 변화를 준 것이 아니었다. 권 작가는 드로잉을 지속해 오던 중 지난 5월부터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온라인 전시를 비롯해 경매 등 다양한 온라인 예술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는 트랜드에 맞춰 권 작가 역시 '권승찬의 드로잉일상'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권승찬 작가는 3년 전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열린 청년작가초대전까지만 하더라도 설치위주로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전시는 전혀 다른 작품으로 선보이는 드로잉 전시이지만, 작가의 내면에 흐르는 사유의 지점들이 더욱 다양하게 포괄적으로 이해해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권 작가는 그간 광주, 서울을 비롯 인도네시아, 일본 등에서 전시를 개최했으며 2018년에는 광주미술상을 수상했다.

전시는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실시간 스트리밍은 오후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매일 진행된다.

권승찬의 '슬기로운 백수생활 드로잉 일상'전이 진행되고 있는 예술공간 집 전시장 전경. 예술공간 집 제공

권승찬 '슬기로운 백수생활 일상 드로잉'전.

권승찬 '슬기로운 백수생활 일상 드로잉'전.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