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작가 작품에 담긴 어린시절 이야기의 추억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문화일반
청년작가 작품에 담긴 어린시절 이야기의 추억
하승완 작가, 내달 15일까지 개인전||신화·성경 등 주제 담은 15점 전시||갤러리 리채 '청년작가 지원 프로그램'
  • 입력 : 2021. 09.14(화) 16:08
  • 최권범 기자

하승완 작 'Crying Lazarus'. 갤러리 리채 제공

누구나 어린시절 이야기에 관한 추억이 있기 마련이다.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끼며 심취하고 등장인물에 자신을 투영했던 어린시절의 일상은 평생에 걸쳐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소중한 경험이다.

이야기에 관한 소중한 추억을 작품으로 기록하는 이가 있다. 청년작가 하승완이다. 하승완 작가는 이야기에 관한 추억을 작속에 담고있다. 특히 인간과 세계를 기반으로 작성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신화나 성경에 나오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비롯해 동시대 매스미디어에서 다루고 있는 각종 이야기들은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소재다.

하 작가는 과학서적이나 역사서적 속 내용에서 시작, 리서치를 통해 내용들을 더욱 확장시켜가며 작업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그의 작업은 신화나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차용해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서사적 구성과 상징적 요소를 사용해 현실 상황의 이야기를 과거의 이야기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는 서로 다른 입장을 펼쳐내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보고 이는 상황이 객관적으로 믿을수 있는 것인지' '의심할 여지는 없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본질적인 것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지나온 인류의 역사, 진화, 문명의 발전과 함께 인간이 만들어낸 국가, 사회라는 규범, 우리 사회를 규정짓고 있는 틀, 체계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절대적인 정의, 도덕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까'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의'라는 것도 입장을 바꿔 보면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권력'과 '힘'도 누가 어떻게 쥐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 하 작가의 생각이다.

세상에 대한 청년작가의 통찰력이 신화, 성경 등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 전시가 광주 남구 갤러리 리채에 마련된다. 청년작가를 지원하며 지속적으로 전시를 열어오고 있는 갤러리 리채가 지난 6월 청년작가 노은영 개인전에 이어 하승완 작가의 개인전을 오는 17일부터 10월 15일까지 연다. 전시에서는 인간과 세계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을 신화와 성경을 비롯해 동시대 대중매체까지 관통하는 주제로 표현한 작품 15점을 감상할 수 있다.

하 작가는 여러 미디어를 통하거나 일상 속에서 경험한 사건들의 내러티브와, 신화와 역사 속 사건의 내러티브의 구조적 유사성을 극의 형식을 띤 이미지로 모방해 작업했다. 예를들어 2019년 작에서는 과거 르네상스 시대에 라파엘, 파울로 우첼로 등 여러 화가에 의해 그려졌던 주제인 '성 게오르기우스(St. Georgius)와 용'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성 게오르기우스가 용을 무찌르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그가 재구성한 이야기에서는 영웅의 얼굴과 용의 얼굴을 바꾸어 보여줌으로써, 맹목적인 믿음에서 나오는 폭력성을 말하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서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가 만들어내는 '회화적 이미지'이다. 작품들은 대부분 강렬한 동적인 움직임과 암갈색의 색채, 판타지스러운 분위기를 내뿜는다. 과거의 이야기, 이미지, 판타지,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작업을 만들어냄으로써 회화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전달하는 것, 그것이 그가 작업을 하는 이유이다.

하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현인류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는 불의 종족이라 불러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그 기저에는 폭력성이 깔렸다. 폭력은 사건의 기폭제이며 불과 유사하다. 중요한 것은 폭력의 당위성에 있다. 하지만 대게 결론이 나버린 상태에서 그 결과에 대한 검증은 불필요해질 때가 많다. 결과 그 자체가 타당성을 가지게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는 순수함을 강요받는다"고 설명했다.

하승완 작 'For Justice'. 갤러리 리채 제공

최권범 기자 kwonbeom.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