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의 정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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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추석의 정치화
이기수 수석 논설위원
  • 입력 : 2021. 09.16(목) 16:55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수석 논설위원
코로나19 대유행이 2년 가까이 계속되면서 명절 체감도가 더욱 약화되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와중에 추석 명절임을 도심을 뒤덮고 있는 현수막을 통해서 무한 반복적으로 강요받고 있다. 내년 6월 전국 동시 지방 선거를 앞두고 시장·교육감, 구청장, 광역·기초의원에 도전하는 입지자들이나, 현직들이 추석 명절 안부와 함께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려 광주 주요 교차로와 횡단보도에 앞다퉈 현수막을 내걸었다. 특히 교육감 입지자들이 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당에 소속된 다른 선출직에 비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이처럼 무분별하게 걸린 현수막으로 도심은 몸살을 앓고 있다. '공해'라는 볼멘 소리를 하는 시민도 있을 정도다. 정치인 명절 인사 현수막이 명절 때마다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6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부터다. 대법원은 '정치인의 일상적인 사회적 활동·정치적 활동이 인지도와 긍정적 이미지를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고 해도, 그 행위가 당선·낙선을 도모하는 의사가 표시되지 않는 한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는 요지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정치인의 현수막 게첨을 사전 선거 운동으로 처벌했던 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 180일 이전에 정치인의 명절 현수막은 게시를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 공식 게시대에 걸지 않은 명절 현수막은 현행 옥외광고물법상 엄연히 불법이다.옥외광고물법과 관련 시행령은 허가받지 않은 현수막을 설치한 자에 대해 5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정치인 명절 인사 현수막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광주의 5개 구청은 이에 대해 '관례'라는 이유로 철거와 계도만 할 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구청측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응원과 추석 인사말을 담은 공익적 성격을 띤데다 현수막 게시대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 교육감 입지자들의 현실적인 애로사항 등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구청측은 미관을 크게 해치거나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현수막은 바로 강제 철거하고 연휴가 끝나면 불법 현수막을 모두 정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뜩이나 전통 명절 의미가 희미해져가고 있는데 삭막한 플래카드를 통해 추석을 맞아야만하고 명절마저도 정치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풍성함과 넉넉한 추석 민심이 회복되어야 함에도 대결과 대립이 판치는 냉혹한 정치판으로 휩쓸리는 것같아서다. 불법 플래카드 정치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정치인들이 자신의 비전과 소신과 역량을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거나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소통 방안을 정당과 정치인, 선관위 등이 함께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