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현장실습생 사망은 우리 모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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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여수 현장실습생 사망은 우리 모두의 문제"
광주 청소년 노동 교육, 어디까지 왔나||(3)서진여고·평동중 노동인권 수업현장||외부강사 초빙해 일년에 1~2차례 실시||게임 활용·사례 중심 수업 학생들 호응||"노동인식 개선·부당대우 대처 등 필요"
  • 입력 : 2021. 10.20(수) 15:51
  • 양가람 기자

지난 15일 광주 남구 서진여자고등학교 2학년 2반(간호과)에서 '산업재해'를 주제로 한 노동인권수업이 진행됐다.

"지난 2016년엔 서울 구의역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김군이 숨졌고, 2017년엔 제주의 한 공장에서 이민호군이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일 여수에서 홍정운군이 현장실습을 하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

지난 15일 광주 남구 서진여자고등학교 2학년 2반(간호과)에서 노동인권수업이 진행됐다. 특성화고교인 만큼 서진여고 학생들은 3학년 2학기부터 현장실습을 나가는데, 2학년 학생들은 1년에 두 차례 50분씩 노동인권수업을 받는다.

이날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소속 최옥 강사가 '산업재해'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1학기에 산업재해의 개념에 대해 수업받았던 만큼, 현장실습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례와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 등에 초점을 맞췄다.

최옥 강사는 "10년 째 노동인권교육을 하고 있는데, 현장실습 환경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며 "직업계고 학생들이 나가는 실습은 취업이 아니다. 현장실습은 말 그대로 배운 걸 실전으로 옮겨보는 작업이지만, 현실은 싼 가격에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수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정운군은 전공을 살려 실습 기간 동안 승선 보조와 고객 응대 서비스를 배워보려 했다. 그런데 사업주는 스킨스쿠버 자격증도 없는 홍군에게 잠수작업을 시켰고, 결국 혼자 물밖으로 나오지 못한 홍군이 사망한 것"이라며 "내년이면 여러분도 현장실습에 나가게 된다. 만약 사업주가 간호과 학생들에게 전공과 상관없는, 위험한 작업을 시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학생들은 "사장님이 시키니까 하는 수 없이 할 것 같다", "노동청에 신고한다"는 등의 답변을 했다.

최옥 강사는 "감정노동자의 산재가 인정받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모두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뤄낸 결과"라며 "앞에 언급한 산업재해가 여러분과 상관없는 일이 아님을, 주변에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주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강연을 마쳤다.

수업을 들은 서진여고 이서연(18)양은 "일전에는 PPT 등으로 산재의 개념 등에 대해 수업받듯이 배웠는데, 이번엔 다양한 사례들을 들을 수 있어 귀에 쏙쏙 박혔다. 특히 홍정운 학생이 자기 전공분야와 상관없는 업무를 하다 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에 큰 충격을 받았고, 내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주변에 일찍 실습나간 친구들로부터 차별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간호사들이 겪을 수 있는 산재 유형과 대처방법 등을 좀 더 자세하게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노동인권의 감수성을 기르는 교육도 큰 호응을 받았다.

공립형 대안학교인 광주 광산구 평동중학교는 지난 13일 1~3학년을 대상으로 90분씩 노동인권수업을 진행했다.

이날 수업을 받은 3학년 2반 학생들은 매 학기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해 수업해 온 덕인지 '노동'이란 단어를 친숙하게 받아들였다. '노동'을 주제로 마인드맵을 그리거나 짧은 글귀를 작성하는 과제도 수월하게 마쳤다.

학생들은 급식노동자 파업 관련 뉴스 영상을 시청하고, 노동3권과 관련된 퀴즈를 풀었다.

최세진(16)양은 "어머니가 비정규직 특수교사셔서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자주 말씀해 주신다"며 "훗날 내가 사용자가 될 수도 있는데, 좋은 사용자가 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의 권리는 꼭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학교에 와서 매학기마다 노동인권수업을 받지만, 한두시간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더 많은 수업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토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노동 수업을 진행한 이유진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강사는 "특성화고에서는 근로계약서 작성이나 산업재해같은 보다 실질적인 내용들을 다루지만, 중학생 대상으로는 노동의 개념이나 노동자의 권리를 주로 강의한다"면서 "중학생들은 감수성 면에서 노동인권을 이해하는 속도가 빠르다. 중학교는 신청학교에 한해 노동인권강의를 나가는데, 코로나 여파로 많이 줄었다. 만 15세부터 아르바이트가 가능한 만큼, 보다 많은 중학교에서 수업을 신청해 학생들이 부당대우에 대처하는 법 등 노동인권 감수성을 키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광주 광산구 평동중학교 3학년 2반에서 노동인권수업이 진행됐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