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충장로, 120억 들여 호남 최대 상권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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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광주 충장로, 120억 들여 호남 최대 상권 '부활'
‘상권 르네상스’ 공모사업 선정||임대료 인상 금지 등 자구노력||문화·예술 특화점 브랜드 구축||지상-지하 잇는 융합상권 조성
  • 입력 : 2021. 11.08(월) 17:42
  • 곽지혜 기자
광주 동구 충장상권이 중기부에서 진행하는 상권 르네상스 사업에 선정되며 5년간 최대 120억원 규모의 상권 활성화 사업을 진행한다. 사진은 지난 7일 충장로 모습.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신도심이 각광받는 지금, 광주 동구에 위치한 충장로는 옛 모습을 간직한 보기 드문 상권이다.

누군가에겐 '쇠퇴한 도심'으로,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광주시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으로 남아있는 충장상권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부활을 꿈꾸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낙후된 구도심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제5차 상권 르네상스 사업'에서 호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충장상권은 앞으로 5년간 120억원 규모의 상권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특히 이번 사업 선정은 그동안 충장상권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밑그림을 그려온 상인회와 동구의 지속적인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상인들은 이번 사업 선정을 계기로 광주·전남의 대표 상권을 뛰어넘어 전국에서 찾아올 수 있는 광주의 랜드마크로 충장상권을 활성화하고, 문화와 예술이 살아있는 상권 특성을 십분 살려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 상인 자구노력이 사업 선정 '1등 공신'

8일 광주 동구에 따르면 상권 르네상스 사업 선정에 따라 충장로와 금남(충금)지하상가를 연계한 입체 상가 융합 등 2022년부터 2026년까지 '광주충장상권문화지구' 육성 계획 수립 및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이번 사업 선정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상인회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김충현 충장상인회장은 "상권 르네상스 사업에 충장상권이 선정돼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충장상권 역사 이래 120여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며 "무엇보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상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고, 한 마음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부분이 가장 의미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 충장상인회는 지난 한 달간 1400여개 업체 중 무려 94%가 '임대료 인상 방지 상생협약'을 맺고 상권 활성화 시 우려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예방하는 등 뜻을 모았다.

이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인들의 이해도와 동의율, 상생협약, 안전시설 등이 주요 목적으로 의미를 갖는 동시에 가점으로도 작용하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장로 3가에서 의류수선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황모(69)씨는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장사를 하면서 정말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나처럼 나이 먹어가면서 같이 늙어가는 동네로 생각했는데 뭔가 변화한다고 하니 괜히 마음이 설렌다"며 "건물주들이 임대료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한 부분은 정말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 '예술과 문화', 상권 활성화와 연계

상인들이 직접 참여해 상권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한 '충장상권혁신대학'이나 충장로에서 30년 이상 가게를 운영해온 상인들의 이야기를 엮어 지난해 동구청이 지원하고 충장상인회가 발행한 '충장로 오래된 가게'도 이번 사업 선정의 디딤돌로 작용했다.

이처럼 세월의 흔적을 쌓아온 충장상권은 특히 예술과 문화, 역사 등 충장상권만이 가진 특색과 상권을 접목시켜 유일무이한 상권 브랜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려고하는 '복고주의'와 '레트로' 경향과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1935년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극장출입제한에 대응해 민족극장으로 만들어진 '광주극장'은 현재 국내 유일의 단관극장으로 인근에는 대를 이어 수십년 운영해 온 가게들이 즐비하다.

동구는 광주극장을 중심으로 충장예술창작소 사업을 진행, 영화의 거리와 장인의 거리 등 테마골목을 조성하고 관광성과 상권 활성화를 동시에 잡으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충장로만의 풍성하고 활력 있는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충장오감만족' 사업을 통한 골목여행과 오매도매개미장터도 추진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남도 예술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예술의거리, 동명동 카페의거리, 대인예술시장, 무등산 국립공원 등 도심의 자연과 역사, 문화 자원을 연계한 상권을 조성한다면 향후 사업 종료 후에도 충분한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지상-지하 잇는 복합상권 특성 살려야"

충장상인회와 함께 이번 상권 르네상스 사업 선정을 이끌어낸 금남지하상가도 지속가능한 상권을 테마로 재도약을 꿈꾼다.

한때는 '쇼핑의 메카'로 불리던 금남지하상가는 전남도청 이전 이후 쇠퇴하기 시작해 지금은 빈 점포가 가득한 상권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하상가에서 20여년간 옷장사를 해온 백인희(54)씨는 "차라리 요즘보다 IMF 때가 더 나았다고 할 정도다. 지금 금남지하상가에서 가장 시급한 부분은 환경개선"이라며 "낡은 통로나 화장실, 환기도 제대로 안되는 환경부터 쾌적하게 바뀌어야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문신 금남지하상가 1공구 상인부회장은 "쇠퇴한 지하상가를 살리기 위해 상인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여러 가지 노력을 진행해 왔지만,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번 상권 르네상스 사업 선정으로 꼭 우리 상가만이 아니라 동구 도심 상권이 모두 활성화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들도 지하상가를 찾을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전자상거래도 준비하고 있고 정찰제 등 상인들도 노력을 하고 있다"며 "좀 더 다양한 고객층 유치를 위해 만남의 광장 주변으로 문화사업을 진행한다던가,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 외에도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매장이 운영된다면 상권도 함께 살아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동구는 노후화된 환경과 더불어 미래지향적 인프라 개선을 통해 스마트디지털상권과 지하예술정원을 조성하는 등 지상과 지하를 잇는 상권문화지구를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충장로 장인들과 청년 로컬크리에이터가 협업하는 장인대학을 통해 스타점포를 육성, 소호멘토링스쿨을 통해 상인 역량 강화를 도모한다.

김충현 충장상인회장은 "지금은 충장·금남상권이 광주·전남 인구 300만 정도를 대상으로 구성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5000만 국민을 잠재적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광주를 찾아오는데 일조하는 상권으로 거듭나고 싶다"며 "상인들도 상권 활성화를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힘을 모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