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광주방문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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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윤석열의 광주방문을 지켜보며
홍성장 기획특집부장
  • 입력 : 2021. 11.17(수) 12:40
  • 홍성장 기자
숱한 '실언'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았지만 그는 어느덧 '유력 대권주자'가 됐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그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된 직후 광주를 찾았다. 이른바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찾은 광주다.

그의 광주행은 상당히 시끄러웠다. '정치쇼'라며 그의 광주행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왔고, 참배를 반대하는 이들에 막혀 국립 5·18민주묘지 추념탑에서 헌화·분향도 하지 못했다. 그는 추념탑과 추념문 사이에서 고개 숙여 묵념하는 것으로 참배를 대신해야 했다. 그리고는 '사죄문'을 읽어 내려갔다.

"40여 년 전 광주시민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고, 광주의 피가 민주주의를 꽃피웠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광주의 아들이고 딸이다.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고 여러분이 쟁취하신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시키겠다." '그럴싸한' 그의 사죄문 대부분은 '광주에 대한 사과'로 채워졌다. 국립 5·18민주묘지 방문에 이어 홍남순 변호사 화순 생가를 찾아 유족들과 차담을 했고, 5·18 당시 상무대 영창이었던 5·18자유공원을 방문하는 등 '사과 행보'를 이어갔다. '요란한' 그의 광주행은 그렇게 끝이 났다.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그를 지지하는 이들은 '제1 야당 대통령 후보자답게 통 크게 잘못을 인정하고 광주를 찾아 직접 사과했다는 용기와 진정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치켜세웠다. 반면 '지극히 실망스럽다. 도대체 사과를 왜 하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거짓 참배'라고도 했다. '우려했던 대로 윤석열의 광주 방문은 정치쇼로 그치고 말았다'는 혹평이 나오는 등 여진이 이어졌다.

그런데 안타깝고 답답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의 광주행에 대한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들어서가 아니다. 그의 광주행을 두고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현실이 답답해서도 아니다. 그의 광주행으로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논란이 '광주와 5·18에 대한 모독'이라는 프레임이 더 견고해졌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광주에 와서 사과하면 끝날 일인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것도 비슷하다.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논란의 본질은 상상을 초월한 그의 '왜곡된 역사관'의 문제고, 국민을 '졸'로 보는 '천박한 선민의식'의 문제다. 5·18을 빼더라도 집권 내내 민주주의를 혹독하게 탄압하고 인권을 짓밟있던 전두환의 정치를 잘한 정치로 인식하고 있는 그의 왜곡되고 그릇된 역사관이 문제고, 사과마저도 '개 사과'로 국민을 조롱하는 천박한 선민의식이 논란의 본질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논란은 '5·18과 광주에 대한 모독'이 본질이 돼 버렸다.

그의 '전두환 옹호'발언이 5·18과 광주를 모독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5·18에 사죄하지 않는 전두환을 옹호한 것에 대한 광주의 분노는 당연하다. 그의 5·18 참배를 저지한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희석돼 버린, 묻혀버린 본질이다. 의도했는지 모르지만, 결과론적으로는 그런 모양새가 돼 버렸다. 그가 '교묘하게' 광주를 자극했고, 정치에 지역감정을 끌어들인 결과이기도 하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하시는 분이 꽤 있다'며 교묘하게 호남, 광주의 분노를 자극했다. 의도한바 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성공작이 됐다. 상상을 초월한 왜곡된 역사관은 '5·18 모독'에, 천박한 선민의식은 '광주 모독'에 묻히고 희석돼 버렸다. 그래서 광주에 와서 사과하는 것으로 모든 논란 역시 사그라지고 있다. 오히려 그의 '용서 참배'를 막은 광주만 고립된 듯한 느낌이다. 그의 광주행을 바라보면서 안타깝고 답답할 수밖에 없었던 연유다.

언론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언론인으로서 부끄러운 반성이다. 그의 언행 모든 것을 5·18과 광주 모독이라는 '프레임'으로 축소한 것이 다름 아닌 언론이었다는 반성이다. 광주의 분노만을 부각했고, 논란의 본질에 대한 따끔한 지적에는 소홀했다.

결과적으로 광주행은 그에게 상당한 '이득'까지 챙겨줬다. 보수 진영에게는 광주까지 와서 할 도리를 다한 '용기 있는 정치인'임을 보여준 셈이고, 그의 5·18민주묘지 참배를 막은 광주는 여전히 '과격하다'는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결과적으로 '보수진영 결집'이라는 '사과 선물'을 선사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5·18은 여전히 광주 만의 것'이란 인식을 알게 모르게 심어준 꼴이 됐다는 안타까움도 있다. 5·18민중항쟁은 '일부 지역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지만, 여전히 광주 안에 머물러 있다는 아쉬움이기도 하다.

'교묘하게' 흔든 꼬리에 몸통은 이미 잊혀 버린 꼴이다. 안타깝고, 답답한 현실이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