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 대선과 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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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비호감 대선과 아웃사이더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 입력 : 2021. 11.24(수) 13:16
  • 서울=김선욱 기자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내년 대선을 바라보는 여론이 싸늘하다. 주변 지인들 사이에선 무관심층이 더 늘어가는 것 같다. "찍고 싶은 후보가 없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비아냥이 여기저기서 심심치 않게 들린다. 여야 대선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과거 대선에선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현재 링 위에는 5명의 후보가 올라와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정의당 심상정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새로운 물결' 창당을 준비중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이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양강 구도에, 제3지대 후보들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이들 중 한 명이 내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에 오를 것이다.

여야에서 후보가 확정됐는데도, 시중의 여론은 차갑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불안하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두 후보에겐 '비수를 꽂는 말'로 들릴 것 같다.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높은 비호감도를 보이고 있는 '아웃사이더' 정치인이다. 앞으로 누가 더 호감도를 올리느냐에 따라 지지율 희비가 갈릴 것은 명확하다.

두 후보의 면면을 들여다 보자. 언뜻 보면 닮은 듯 닮지 않았다. 성격이나 살아온 인생이 확연히 다르다. 정치 역정도 크게 갈린다.

이재명 후보는 '스토리'가 있는 흙수저 출신이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소년공 시절을 보냈다. 일하면서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집권여당의 대선 후보로 우뚝 섰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부친이 연세대 교수 출신으로 유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따른다. '든든한 형님 리더십'의 소유자다. 정치 입문 4개월여 만에 제1야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찼다.

두 후보는 법조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후보(57)가 4살 어리지만, 사법연수원 기수(18기)로는 윤 후보(23기)의 다섯 기수 선배다. 윤 후보(61)가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해서다. 둘은 각각 인권 변호사와 검사의 길을 걸었다.

중앙정치 경험이 없는 '0선 의원'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전례없는 '0선' 후보 간 대결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직설적이고 자신감에 찬 화법도 닮은 꼴이다. 즉문즉답을 피하지 않는, 투머치토커(too much talker) 성향이다. 정치 경륜이 없는데, 여의도 문법에 맞지않는 직설 화법이다 보니 말실수가 잦다.

이 후보는 "바지 내릴까요"부터,"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 통합한 적이 없다"까지 여러 발언이 구설에 올랐다. "음주운전 경력자보다 초보운전자가 더 위험하다"는 발언도 비판 대상 됐다.

윤 후보 역시 마찬가지다. '개 사과' 논란으로 번진 전두환씨 정치 잘했다는 발언, '주 120시간 노동'과 '아프리카 손발 노동'까지, '1일 1망언'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두 후보의 입은 앞으로도 언제든지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열려있다.

정치 불신을 키우는 가장 큰 비호감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윤 후보는 고발사주 의혹에다, 배우자와 장모를 둘러싼 리스크가 있다. 오죽하면 이번 대선은 검찰 손에 달려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향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두 후보의 지지율이 요동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사법이 정치를 지배하는 불행은 없어야 하는데 걱정스럽다. 여기에 '누구는 절대 안된다'는 식의 진보와 보수 진영간 극한 대결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더 키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도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점까지 동병상련이다.

'비호감 대선'이라는 프레임이 굳어질수록 중도·무당층은 늘어난다. 2030세대의 표심도 지지후보가 없다며 표류하고 있다. 정치 혐오가 커지면 투표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 투표율 저하는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상당한 후유증을 낳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아웃사이더'에게 기대하는 것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하는 변화와 개혁을 추동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다. 익숙하고 낡은 것과 결별하고, 미래와 희망,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이런 기대가 다시 모아지면 비호감은 호감으로 바뀔 것이다. 국민의 공감을 부르는 후보는 누가 될까.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