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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천혜의 생태 학습장… 오붓한 가족여행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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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천혜의 생태 학습장… 오붓한 가족여행 '딱'

곡성 제월마을
나무숲·강변습지·억새 갈대…
어린이들의 숲속 놀이터
제월섬을 내려다보는 함허정
풍광 좋다 손가락 꼽히는 누정
몸이 섬진강 물에 떠있는 듯

게재 2021-12-02 14:33:13
섬진강변 함허정. 누정에서 발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돈삼
섬진강변 함허정. 누정에서 발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돈삼

대한민국은 섬이 많은 나라에 속한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섬이 많다. 통계수치가 들쭉날쭉한 탓에 정확한 섬의 숫자는 귀신도 모른다고 한다. 3340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유인도 277개, 무인도 1888개가 전라남도에 속한다. 2165개로 우리나라 섬의 3분의 2에 해당된다. 전남에서 섬이 가장 많은 곳은 신안군이다. 그 뒤를 여수, 완도, 진도, 고흥, 영광, 해남이 잇고 있다. 전라남도의 통계수치다.

'골짝나라' 곡성에도 섬이 있다면, 믿을까? 곡성군 입면에 있다. 제월섬이다. 사전에서 섬을 찾아보면 '주위가 수역으로 완전히 둘러싸인 육지의 일부'라고 나와 있다. 내륙과 바다를 가리지 않는다.

섬의 분포 상태에 따라 제도(諸島), 군도(群島), 열도(列島), 고도(孤島)로 나뉜다. 생겨난 원인에 따라 육도(陸島)와 해도(海島)로 구분한다. 곡성 제월섬은 뭍으로 둘러싸인 강 가운데의 섬, 육도에 속한다.

섬진강을 생각하면 화개장터와 쌍계사 입구, 압록이 먼저 떠오른다.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중장년층은 동악산의 밑동을 휘감고 흐르는 곡성 섬진강변을 연상한다. 섬진강 굽이마다 하얀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졌고, 곡성과 순창이 경계를 이루는 제월리 강변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입을 모은다.

제월섬 풍경. 숲과 숲길이 잘 단장돼 있다. 이돈삼
제월섬 풍경. 숲과 숲길이 잘 단장돼 있다. 이돈삼

곡성 섬진강변은 조선시대에, 새로 부임한 옥과현감이 지역의 유지를 초청해 첫 만남을 갖는 향음례를 여는 장소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섬진강의 수량이 줄고 모래사장이 사라졌다. 차츰차츰 토사가 쌓이더니, 강 한가운데에 섬이 생겨났다. 지금의 제월섬이다.

제월섬에는 갈대와 잡목이 무성하게 자라났다. 주민들도 섬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주민들 사이에선 '똥섬'으로 불렸다. 섬의 면적이 6만㎡(1만8000평)쯤 된다.

80년대엔 섬이 묘목장으로 활용됐다. 나무를 이용한 돈벌이에 관심을 가진 한 개인이 메타세쿼이아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 30여 종을 심었다. 이후 섬진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부지를 사들였다. 지난 2010년이었다. 자연상태 그대로의 숲이 유지됐다.

2년 전부터 곡성군이 관심을 갖고 잡초와 잡목을 걷어냈다. 쓰레기를 수거하고 단장을 하면서 어엿한 섬과 숲으로 가꿨다. 지금은 어린이들의 숲속 놀이터로 변신했다. 곡성군이 근사한 이름까지 붙였다. 마을 이름의 '제월'을 따서 '제월섬'으로 명명했다. 실제 섬의 지형이 반달처럼 생겼다.

제월섬은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멋지게 자라 숲을 이루고 있다.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쭉쭉 뻗은 메타숲이 있다. 소나무, 미루나무, 단풍나무, 배롱나무 어우러진 숲도 있다. 억새와 갈대도 무리 지어 하늘거린다. 섬을 둘러싼 강변 습지도 넓다. 생태계의 보고가 따로 없다.

제월섬은 어린이들이 뛰놀기에 아주 좋은 놀이터다. 어린이 체험시설도 많이 만들어져 있다. 치렁치렁 연결된 밧줄을 타고 나무를 기어오르는 트리 클라이밍 체험도 할 수 있다. 어린이와 학부모가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 나무 위에 함께 지은 트리하우스도 만들어져 있다. 섬진강이 어린이들에게 선물한 천혜의 생태 학습장이 됐다.

제월섬의 트리하우스. 어린이와 학부모가 함께 체험학습의 일환으로 나무 위에 집을 지었다 . 이돈삼
제월섬의 트리하우스. 어린이와 학부모가 함께 체험학습의 일환으로 나무 위에 집을 지었다 . 이돈삼

제월섬은 어른들한테도 좋은 여행지다. 여유를 맘껏 누리며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끔 진행되는 어린이들의 체험학습 시간만 피하면,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섬에 편의시설은 없다. 간이화장실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10개의 섬 부럽지 않은, 하나뿐인 곡성의 산중 섬이다.

제월섬 앞으로 흐르는 섬진강변에 멋진 누정도 있다. 함허정(涵虛亭)이 제월섬을 내려다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내 몸이 섬진강물에 떠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함허정은 470여 년 전, 1543년 심광형이 지역 유림들과 시단을 논하기 위해 세웠다. 심광형은 광양․곡성․순창 등지의 사학에서 교육을 관장하는 훈도를 지냈다.

함허정에서 내려다보는 제월섬과 섬진강변 풍광도 멋스럽다. 함허정 아래로 섬진강이 흐르고, 강 가운데에 제월섬이 떠 있다. 옛날 옥과현감이 지역 유지들을 불러 술과 음식을 대접했던 그 자리다.

함허정은 3면이 트인 마루 1칸에 방 2칸 반의 집이다. 시문을 적은 편액도 많이 걸려 있다. 풍광 좋다고 손가락에 꼽히는 호남의 누정이다.

함허정은 청송심씨 인수부윤공파 제호정종가에서 지켜왔다. 종갓집인 제호정고택은 안채, 사랑채, 행랑채로 이뤄져 있다. 사랑채가 후학을 가르치는 글방으로 쓰였다. '군지촌정사'다. 무등산, 옛 서석산이 보이는 곳이라고 '망서재'로도 불렸다.

'군지촌정사'로 인해 이 일대가 군촌마을이 됐다. 제월리는 곡촌, 평촌, 군촌 3개 마을로 이뤄져 있다.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