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단축' 무리한 속도전…"후진국형 붕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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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공기 단축' 무리한 속도전…"후진국형 붕괴사고"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겨울철 콘크리트 양생 부족 지목 ||아래층 충분히 굳기 전 상층 작업 ||실종자 6명 구조 재개 진전 없어
  • 입력 : 2022. 01.12(수) 17:57
  • 도선인 기자
12일 건물 외벽이 붕괴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기울어져있다. 나건호 기자
"21세기 한국에서 일어날 수 없는, 아니 일어나서는 안되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붕괴사고입니다."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이틀째. 실종된 6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고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겨울철 무리하게 진행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하층의 콘크리트가 완전히 양생(굳힘)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상층 콘크리트 작업을 했고 강풍까지 불면서 건물 붕괴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 콘크리트 양생 불량 원인 지목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화정 아이파크 건물 2단지 201동 건물에서 외부 벽체 거푸집인 갱폼이 붕괴되면서 34층부터 23층까지 차례로 내려앉았다. 23층에는 구조가 단단한 기계실이 있어 붕괴가 멈춘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사고원인에 대해 거의 엇비슷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무리한 작업이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아 2주가량 양생을 거쳐야 한다"며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건물이 무너졌다는 것은 양생이 불량하게 진행된 상황에서 공기 단축을 위한 속도전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콘크리트가 굳기까지 하중을 지지하기 위해 설치한 지지대인 동바리가 붕괴하는 경우는 흔하나 화정 아이파크처럼 건물 구조물까지 붕괴하는 사고는 일반적이지 않다"며 "특히 사고 당일 강풍이 불었는데 39층 고층 작업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보통 겨울철 시기를 피한다. 콘크리트가 굳기 전 물이 얼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영하 날씨에서 작업할 경우 천막을 씌어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따뜻한 물을 사용해야 한다. 현장에서 이런 공사 매뉴얼이 무시됐을 가능성이 크다.

콘크리트 타설 업체 한 관계자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겨울에 양생 기간이 더 길어진다"며 "예를 들어 여름엔 양생 기간이 하루 걸릴 것이 겨울엔 3일씩 걸린다. 화정동 사고는 양생이 덜 됐는데, 상층에 콘크리트가 얹히면서 건물이 무너진 것 같다"고 말했다.

● 공사기간 단축 위해 무리한 시공

여러 관련자들에 따르면 화정 아이파크 공사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속도를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붕괴한 건물 외벽 부분을 보면, 인발(뽑힘)된 철근에 콘크리트 잔재물들이 붙어있지 않고 가시처럼 깨끗한 상태인데 이는 콘크리트가 완벽하게 양생되지 않아 철근과 콘크리트가 제대로 결합하지 않은 증거다.

화정 아이파크 신축공사 하청업체 작업자는 "최근 공사를 빨리 마무리해야 해서 주말에도 쉼 없이 일했다고 한다"며 "닷새마다 한 층을 올리는 식이었다"고 증언했다.

화정 아이파크 신축 공사는 일체형 시스템 공법을 사용했는데,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완료한 하층 2개 층이 상층의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위한 갱폼의 무게를 지탱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번 붕괴 건물의 경우, 상층의 작업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콘크리트 강도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 실종자 6명…지지부진한 구조작업

소방당국은 긴급 안전진단 점검 이후 12일 오전 11시20분께부터 구조견 6마리와 핸들러를 투입해 구조작업을 재개했다.

이는 앞서 국토안전관리원이 주관해 오전 8시부터 3시간 가량 진행된 붕괴 현장 구조 안전 진단에서 건축물 내 23~34층 붕괴 구조물을 제외한 실내는 진입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벽·바닥체 등 건축자재 잔해물이 무너져 내린 실외의 경우엔 붕괴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1차 구조는 시작됐지만 추가 잔해물 낙하, 설치형 타워크레인 붕괴 전도 위험 등으로 대대적인 구조대원 투입이 어려워 구체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실종된 근로자는 28~29층에서 작업한 조적공 3명, 31~34층에서 작업한 창호·창틀공 3명 등 6명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잔해물을 해체할 대형 특수 중장비를 투입해야 구조에 속도가 붙을 거 같다"면서도 투입 시기와 관련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화정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소장 A(49)씨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감리업체 및 시공사 다른 책임자 입건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