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54-1> 중대재해처벌법 27일 시행… 일터 죽음 줄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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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54-1> 중대재해처벌법 27일 시행… 일터 죽음 줄어들까
법제정 1년만… 50인이상 사업장 ||잇단 붕괴사고, 건설사 바짝 긴장 ||기업도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노동계 실효성 높이는 개정 촉구
  • 입력 : 2022. 01.23(일) 17:34
  • 홍성장 기자
오는 27일부터 산업재해 발생 시 원청의 최고 책임자까지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뉴시스
'중대재해 처벌에 관한 법(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부터 시행된다. 법이 제정된 지 1년 만이다. 법 제정 당시부터 나왔던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경제계는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법안"이라는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법은 예정대로 시행된다. 말 그대로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법 시행이 일터에서의 안타까운 죽음을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다.

본격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를 줄이고 안타까운 죽음을 끊어내기 위한 것이 취지다. 무엇보다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규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안전 확보 노력이 미흡한 상태에서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중대재해는 산업보건법상의 산업재해 중 △사망자 발생 1명 이상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 필요 △직업성 질병자 3명 이상이다. 우선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법이 적용된다.

건설사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최근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탓이다. 건설업계는 애초 정부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재 수준이 과도하다고 처벌 수위를 낮춰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명분을 잃은 꼴이 됐다. 건설사들은 중대재해처벌 1호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점검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긴장하는 이유는 그동안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경우가 다반사인 탓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최근 3년(2018~2020년) 사망사고 2건 중 1건이 건설업이다. 최근 3년 사망자 2708명 중 1371명(50.6%)이 건설업이다.

기업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저마다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고, 시설 안전 개선에 투자하는 등 강화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에 신경을 쓰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노동계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한다면 재해예방은커녕 사업주의 형량 감경·처벌 면피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도 안전보건 의무의 범위가 넓고, 적용 대상인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 처벌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중대재해가 많은 소규모 사업장도 문제다. 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은 이번 법 시행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이나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에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줘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된다. 5인 이하 사업장은 아예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법 시행 자체에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의 한 노무사는 "법률명에 '처벌'이 들어간 것은 그만큼 처벌을 강조하는 것이지만 '예방'도 이 법이 제정된 취지일 것"이라며 "이 법 시행을 계기로 사업주의 산업안전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 이 법이 산업재해 '예방'에 방점이 찍힌 법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건설노동자 이모 씨는 "건설사들이 단순히 법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장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기업의 탐욕으로 인한 죽음의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며 "법률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