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남도인문학> 수축 사회·역동하는 세계정세 대응 미래비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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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수축 사회·역동하는 세계정세 대응 미래비전은?
광전해(光全海) 관계도시||인구는 줄어가는데 팽창시대에||유효했던 인구수 중심 기획들만||늘어놓는 게 옳은 전략일까||분권자치 역행하는 메가시티를||생각하는 마음 착잡하기만 하다
  • 입력 : 2022. 02.17(목) 16:32
  • 편집에디터

부울경이 한해륙 동남부 지방을 일컫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지역을 통틀어 일컫는 말에서, 메가시티 전략 혹은 동남권 비전을 담아내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주지하듯이 메가시티는 인구 천만의 경제·행정 도시연합을 말한다. 부울경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부상한 아젠다이다. 일본의 오사카나 영국의 맨체스터 등이 거론되는 듯하다. 수도권에 대응해 지역을 묶는 정책이니 경제연합은 물론 쓰레기매립장 등 공동문제를 풀어내기에 좋아 보인다. 수도권 일극체제 전환을 위해 유효한 전략이라고 한다. 영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메가시티가 증가한다는 통계도 제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천만명 이상 도시가 2018년 33개에서 2030년 43개로 늘어난다고도 한다. 동남권 경제의 핵심이라고 하는 부울경 또한 약 800만을 헤아리니 메가시티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수도권 인구집중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혹은 국토균형발전 정책으로 메가시티를 추진하는 것만이 정답일까?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소멸하는 지방의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슈퍼메가시티인 수도권에 대응하는 방식이 군소단위의 지방소멸을 부채질하는 방식이 되는 것은 아닌가?

부울경 메가시티의 환상과 수축사회의 현실

바야흐로 인구 절벽의 시대에 들어섰다고들 한다. 2차대전 이후의 베이비부머세대에 비교하면 난감한 상황이다. 각종 통계가 지적하는 바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2020년 5184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2028년으로 예상한 정점 연도가 8년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향후 연평균 6만명 이상 감소하다가 2030년에는 5120만 명 2070년에는 3766만 명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인구가 감소하는 탓인지, 1인가구 세대가 늘어났다. 2021년 현재 주민등록 1인 세대가 936만여 세대로 사상 처음 40%를 넘어섰다. 평균연령이 늘어 70대 이상이 18.6%로 가장 높긴 하지만 비혼세대와 이혼세대를 포함해 일명 포미(for me)족 또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가히 1인경제의 시대라고도 한다. 인구 감소는 출산율 저하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 '인구 데드크로스'를 넘어섰다. 이른바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로 접어든 것이다. <수축사회>(2018)를 쓴 홍성국은, 수축사회 진입을 앞두고 마지막 파이 쟁탈전이 제로섬전쟁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길게 보면 역사시대 이후 2,500년 만에 전 세계가, 동시에, 모든 영역에서 수축사회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이익, 자선, 질서 등과 같은 정신적 기반이 약화되면서 개별적으로는 타당한 이야기가 전체적으로는 그릇된 현상을 의미하는 '구성의 오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미래지향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적인 동의를 보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세계화, 양극화, 신자유주의, 과학기술의 발전, 개인주의의 부상 등 갈등이 격화되는 수축사회의 해법은 없는 것일까? 아니 다른 것은 미뤄두고라도 부울경을 중심으로 급부상하는 메가시티 방식이 정녕 유효한 것일까?

에스프로젝트와 서남해안 특별법, 서남해안의 미래는 어디에 있나

에스(S)프로젝트라는 것이 있었다. 싱가포르 자본이 추진했던 사업이기에 S자가 붙었다고 알려져 있다. 2004년 8월에 싱가포르 정부가 투자의향서를 주관부처인 건설교통부에 제출했다. 전남 영암 간척지 3천만평과 해남 매립지 6천만평 등 모두 9천만평에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물류단지, 지식산업형 기업도시 등을 건설하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성사되지 못하였다. 지금 이를 거론하는 이는 거의 없다. 아니 대부분은 S프로젝트가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마치 새만금 간척 이후 특별한 전략 없이(혹은 전략이 너무 많아서) 비틀거리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남도지역만을 예로 들어도 서남권 종합발전계획이 있었고 서남해안특별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서남권을 환황해시대의 신성장 거점으로 삼는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여기서의 서남권은 목포, 무안, 신안을 의미했다. 이외에도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계획(2018~2022), 남해안권 발전 종합계획(2010년 수립, 2019년 변경) 등 수많은 계획이 세워지고 추진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 만들어낸 계획이고 최고 전문가들이 고안해낸 전략이니 틀림없이 어떤 분석이 선행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의심스러운 것은 인구 절벽의 시대, 전 세계적인 수축시대를 제대로 반영한 아젠다인가 하는 점이다. 예컨대 부울경을 좇아 광주전남도 메가시티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인구는 줄어가는데 팽창시대에 유효했던 인구수 중심의 기획들만 잔뜩 늘어놓는 게 옳은 전략일까. 수축사회를 대비하고, 역동하는 세계정세에 대응하는 미래비전이 그 안에 담겨있는가 말이다. 수도권은 밀집해서 압사하고 지방은 소멸해서 아사한다. 지역을 한군데 모으는 메가시티 방식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나같은 인문학자야 그저 꿈꾸는 일을 도모할 뿐이고 희망을 상상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정책을 입안하고 또 결정하여 집행하는 이들이라면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은 이즈음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양극화만 해도 복잡한데, 분권자치에 역행하는 메가시티를 생각하는 마음 착잡하기만 하다.

남도인문학팁

광전해(光全海) 관계시티, 서남해의 비전

전남만 해도 전국 섬의 2/3를 보유하고 있다. 부울경의 배경인 경상남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남해안권 종합개발계획(2010)을 보면 이 수많은 섬에 대한 비전과 전략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실크로드의 고대 영화를 재현하려는 중국은 일대일로라는 이름 아래 내륙의 길과 해양의 길을 재구성하고 있으며 섬이 가장 밀집한 주산군도에 천문학적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지도를 거꾸로 펴놓고 연안의 섬들, 근해의 섬들, 원해의 섬들을 서로 맞대어 연결해보라. 한해륙의 지도가 혁명적으로 바뀐다. 바다를 중요한 영토로 바라보게 될 때, 비로소 새로운 상상이 시작된다. 수축의 시대는 수축의 패턴에 맞는 강령을 채택하는 것이 옳다. 나는 일찍이 전국 5대 해만(海灣)을 설정하고 남도만(南道灣)을 제안한 바 있다. 남도만에 좌우로 대칭되는 해만이 김해만이다. 부울경에 대응하는 권역을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나는 이를 광전해(光全海)로 제안하였다. 광주, 전남, 해양의 준말이다. 인구 밀집 논리로 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하는데 비해, 인구감소와 분권자치는 물론 수축시대의 공간 중심, 바다와 섬을 국토의 중요한 거점으로 보는 방식이다. 메가시티의 여러 문제를 극복하는 관계시티의 구성이다. 정주인구 한계를 극복하는 관계인구로의 발상이다. 이미 인류의 기술은 지역과 공간을 넘어서는 스마트시티로 진입해가고 있다. 인구를 가둘 이유가 전혀 없다. 수도권이 가진 파이를 나누는 것이 첩경이다. 그래서다. 서남해안특별법, 남해안종합개발계획 등 인구팽창시대 유효했던 계획들을 성찰하고 수축시대의 비전을 구상하기 위해 (사)서남해안포럼이 재구성되었다. 한때 각종의 서남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실천했던 모임이다. 불가피하게 이 땔나무꾼도 소정의 책임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 단지 부울경에 대응하거나 서남해를 앞세우는 이기적 발상이 아니라, 수축의 시대, 바다에서 내륙을 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도해가는, 그래서 한해륙의 비전을 꿈꾸고 실천하는 창발적 활동을 펼쳐보려 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