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행 세종학당 교장의 30년 한글 교육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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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선행 세종학당 교장의 30년 한글 교육 기록
  • 입력 : 2022. 05.19(목) 11:24
  • 이용환 기자

허선행 우즈베키스탄 한글학교 교장이 지난 14일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귀향 인사를 겸한 출판기념회를 갖고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 제공

허선행의 한글아리랑. 라운더바우트 제공

허선행의 한글아리랑

조철현 | 라운더바우트 | 2만원

지난 1992년 3월, 전남대 사범대를 막 졸업한 27세 청년 허선행이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행 비행기를 탔다. '옛 소련으로 들어가서 한국어 보급을 위해 헌신할 자원봉사자를 찾는다'는 은사의 말을 듣고서 였다. 교사로 발령나기 직전이었으니 누가봐도 이해하기 힘들고 무모한 도전이었다. 급여 한 푼 없고, 생활비 보조는 물론 현지로 가는 항공권조차 자신이 부담해야 했던 험난한 길이기도 했다.

"갈등과 번민의 시간을 거쳐 결단에 이 르기까지, 또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을 설득하고 신변 정리를 하기까지, 그리고 자식 고집 을 어떻게 꺾으랴, 한숨을 내쉬며 아버지가 자신의 몫으로 물려준 재 너머 한 뼘 밭을 팔 아 여비와 1년치 생활비를 마련해 주신 어머님에 대한 감사와 불효자가 된 아픔에 이르기까지…"(본문 75 페이지)처럼 그의 도전은 고통이었다.

기록문학가 조철현의 신간 '허선행의 한글아리랑은' 젊은 나이 고려인에게 모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미지의 땅'으로 떠났던 해외 자원 1세대 한국어 교사 허선행의 30년 기록집이다. 한글 세계화의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직조한 책이기도 하다.

당시 27세였던 청년은 이제 57세의 중년이 됐다. 그 과정에서 지구촌 변방의 언어였던 한국어는 세계 중심의 언어로 바짝 다가섰다. 이른바 '꿈(KOREAN DREAM)의 언어'로 까지 확장됐다. 그가 떠났던 길을 따라 KOICA(한국국제협력단) 교사들이 미지의 땅으로 파견됐고, 30년 동안 그가 가르친 8000명가량의 제자들 중 상당수가 한국어 교사가 되어 '한글 세계화'의 토대를 만들었다.

책은 광주 광산구 월곡동 '월곡 고려인문화관 결'에서 열리고 있는 '광주한글학교 개교 30주년 기획전'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행사는 1991년 광주 · 전남 지역 인사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옛 소련 지역에 한글학교 6곳을 만들었던 기록전이다.

대우자동차 진출(1996)과 아시아나항공 직항편이 개설(1997), 삼성 가전공장 가동(1998) 등 급변하는 과정에서 고려인의 모국어 복원을 넘어 현지 청년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지난한 여정도 보여준다.

현지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본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 사업의 진행 과정과 남북 관계의 긴장 속에서 멈춰 있는 안타까움도 담겨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북한식당 사장과의 우정, 탈북자 사업가와의 깊은 인연과 통일에 대한 열망, 모국어 공동체의 완전한 복원을 꿈꾸는 허선행의 간절한 소망도 엿볼 수 있다.

문화원이 개설되지 않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그의 한글학교가 한류 1번지로 기능하며 활동하는 '한복체험 및 떡국체험'(1월 설날), '한국문화 축제'(6월), 세종학당재단이 후원하는 '세종문화아카데미'(7월), 추석 민속축제(9월), 중앙아시아 성균한글백일장 등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책 첫 머리를 장식한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귀향 인사를 겸한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세종대왕 탄신일 겸 스승의 날인 15일에는 한국에 나와 있는 그의 제자들이 대거 참석해 북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인구 3500만명의 우즈베키스탄은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다. 중앙아시아 최대의 인구를 보유하고 매년 60만~70만 명의 순인구 증가를 보여주는 역동적인 희망의 땅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의 면화 생산국이면서 천연 가스의 주요 생산국으로도 유명하다. 우리와도 광범위한 경제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더 넓은 세상을 꿈꾸며 기회와 희망을 좇아 '제2의 허선행'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