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학살 책임자 전·노 죽고 누가 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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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학살 책임자 전·노 죽고 누가 남았나
신군부 5인 중 이희성·정호용 남아 ||이희성 “전씨 월권행위 부인·무관”|| 정호용, 조사 자진했지만 불발돼 ||책임자 44명 진술거부 조사 차질
  • 입력 : 2022. 05.16(월) 17:45
  • 김혜인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유혈 진압 책임자이자 신군부 핵심 5인. 왼쪽부터 전두환, 노태우, 황영시, 이희성, 정호용. 뉴시스
지난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유혈 진압의 진실과 학살에 대한 사과 없이 사망한 노태우와 전두환 씨.

이들의 죽음 이후 그날의 비극을 책임 질 사람은 몇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시 핵심 관계자였던 이들에 대한 행방 및 조사 근황이 주목받고 있다.

12·12 군사반란을 주도하고 5·18 광주 학살을 벌인 신군부 핵심 5인(전두환, 노태우, 이희성, 황영시, 정호용) 중 남은 사람은 2명이다.

지난해 10월26일 노태우, 같은 해 11월23일 전두환에 이어 해를 바꿔 지난 4월23일 황영시가 사망했다.

5명 중 이희성 5·18 당시 계엄사령관과 정호용 당시 특전사령관만이 살아있다.

이희성은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군 명령 공식 체계 내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다. 물론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상 최고 지휘권자는 전두환 씨였다.

하지만 이씨는 여러 미디어를 통해 전씨의 월권행위를 부인하며 오히려 광주 학살사태와 전씨는 무관하다는 등의 발언을 해왔다. 그는 줄곧 광주 진압은 자위권 천명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해오고 있다.

전두환, 노태우와 육사 동기인 정호용 당시 특전사령관은 군내 사조직 '하나회'의 주요 멤버였고 12·12 군사반란부터 5·18민주화운동 등의 핵심 책임자다.

지난해 5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에 자진해 조사를 신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씨와 노씨의 죽음 이후 입장을 바꿔 미국으로 떠났다.

조사위에 따르면 "정씨의 경우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대면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현재 한국으로 다시 들어온 것으로 보여 이른 시일 내 대면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명령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없었고 군수지원만 조달했다는 것이 정씨의 주된 입장이다"고 전했다.

이들 5명의 핵심 멤버 이외에도 1997년 문민정부 당시 내란죄 및 반란죄 수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신군부 세력 9명 중 생존자는 6명이다.

이중 최세창 당시 제3공수여단장은 5·18 민주화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실탄 배부와 사용을 지시하는 등의 행적이 알려져 유혈 진압에도 일조한 가담자로 꼽힌다.

최근 조사위의 보고서를 통해 5월20일 광주역 현장에 나와 권총 3발을 공중에 발사하는 등의 현장 지휘를 했다는 진술이 공개됐다.

또한 조사위는 "최씨가 무전으로 발포승인을 요청했다는 무전병의 진술을 바탕으로 현장지휘관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발포가 아니라 별도의 명령계통에 의해 광주역 집단발포가 있었는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씨 이외의 다른 이들은 건강 이상과 조사 거부로 더이상의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들이 입을 열지 않는한 진상규명은 계속 제자리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신군부 핵심 5인 중 대면 조사가 이뤄진 경우는 이희성과 사망한 황영시 뿐이다. 정호용은 개인적으로 조사신청서까지 제출했지만, 중요한 증언은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조사위 대외협력과 관계자는 "주요 고위 책임자들의 전반적인 증언이 1995년 검찰 조사와 내용이 유사하고 조사 대상자들의 노령화와 진술 거부 등으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송 전남대 5·18 연구소 교수는 "5·18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가담자들이 점차 고령화되면서 건강 문제로 인해 진실규명에 어려움이 커진다. 조사위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기존에 군 수뇌부들을 기점으로 시작하던 조사방식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조사위는 최근까지 5·18민주화운동 직·간접 책임자를 44명까지 확대 지목했다. 이들은 80년 오월 지휘관급의 책임자들이지만 구체적인 신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