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현재, 자연·문화 공존… 무안으로 힐링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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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과거·현재, 자연·문화 공존… 무안으로 힐링여행"
신라 경덕왕 때 무안 지명 얻어 ||영산강 굽어 보는 식영정 ‘볼만’ ||무기전시장 밀리터리 테마파크 ||못난이전시관 미술작품도 감상 ||출출할땐 무안낙지골목 식도락
  • 입력 : 2022. 05.25(수) 11:11
  • 무안=성명준 기자

무안의 시간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마제석기와 반월형 석도 등이 출토된 무안의 역사는 신석기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마한 영지였다가 신라 경덕왕 16년(757) 무안군이란 이름을 얻는다. 조선 500년간 읍성이 들어서며 위상을 공고히 하던 무안이 1897년 개항과 함께 무안부로 승격했으며 1969년 무안·신안 분리된 후 도청과 국제공항이 들어서며 남악 일대가 일약 신도시로 비상하고 있다. 다양한 자원을 보유한 무안군으로 '시공간 여행'을 떠나보자.

무안 몽탄면 식영정

무안 몽탄면 식영정

●식영정(몽탄면 호반로 562-15)

식영정은 한호(閑好) 임연(1589~1648)이 낙향해 지은 정자로 야트막한 둔덕 위에서 휘돌아가는 영산강을 굽어보고 있다. 시인‧묵객들의 강학 장소로 이용되던 식영정은 임연의 증손인 노촌 임상덕이 1900년대 초반에 중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몽탄강(夢灘江)이라고 불리던 식영정 일대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까닭에 조운선이 모여들어 번성하던 포구였다. 그런 만큼 전략적 요충이기도 했다. 몽탄강 이름도 왕건과 견훤의 전투에서 전래됐다. 고려 통일 전 왕건은 견훤을 치러 왔다가 도리어 포위 당해 위기에 처했다. 왕건이 전투 중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신령이 나타나 "대업을 이룰 사람이 한가하게 잠을 자고 있느냐. 지금 바닷물이 빠졌으니 어서 피신하라"고 꾸짖어 일어나보니 정말 바닷물이 빠져있어 몸을 피할 수 있었고 군사를 다시 정비해 파군교에서 견훤을 격파했다. 몽탄강이라는 이름은 글자 그대로 꿈몽(夢)에 여울탄(灘)자를 써서 왕건이 꿈을 꾼 강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조기석 문화관광해설사는 "영산강 하구언 공사 이후 지금은 일대가 들판으로 바뀌었지만 이전에는 바닷물이 들어와 상괭이(돌고래)들이 몰려다니던 곳"이라며 "임진왜란 때 명량대첩후 이순신이 수영(水營)을 물리자 왜군이 이곳까지 쳐들어와 김충수 장군등이 적을 맞아 싸웠던 격전지"라고 말했다.

몽환적인 비경을 품은 영산강과 식영정에는 해마다 일대를 뒤덮던 유채꽃 대신 지금은 양귀비꽃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지친 방문객들에게 최고의 '쉼'을 선물하고 있다.

무안 백로 서식지

●백로·왜가리 번식지, 무안읍 용월리 307-1

생태관광에 관심이 있다면 무안읍 상동마을 백로·왜가리 집단번식지도 들러 볼 만 하다. 매년 3~4월이면 동남아에서 월동한 백로와 왜가리가 찾아 번식하고 10월이면 다시 남쪽으로 날아가는 기착지다. 마을앞 연못에는 4000여 수가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백로와 왜가리가 왜 이 곳에 운집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들과 주민들이 이웃이 된 지는 오래전부터다. 하얀 옷을 입은 새들의 거처는 못 가운데 작은 숲 나무 위다. 날아갔다 돌아가 오는 무리도 있고 수면 아래 물고기를 주시하는 모습도 여유롭다.

전망대가 따로 설치돼 있지만 사람들과 새들이 함께 공존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무안 밀리터리 테마파크

●옥만호 장군 건립 '밀리터리 테마파크'(몽탄면 우명길 21)

색다른 볼거리로 밀리터리테마파크도 빼놓을 수 없다.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옥만호 장군이 건립한 호담항공우주전시관으로 지금은 밀리터리 테마파크로 이름을 바꿨다. 옥만호(1927년 9월 2일생) 장군은 한국전쟁 당시 평양 근처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에 참여하는 등 115회 전투 출격을 달성한 호국영웅으로 무안군 몽탄면 출신이다. 밀리터리테마파크가 바로 이곳에 있는 이유다.

옥 장군은 훗날 공군참모총장으로 승진했으며 주중대사, 13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야외전시장에는 18대의 실물 항공기와 전차, 장갑차 등 무기를 비롯해 그의 소장품, 전사(戰史)가 전시 돼있다. 전시관 내부에는 미국 NASA와 러시아 등 세계 항공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각종 자료도 정리 돼있다. 대한민국 국군 교육, 홍보와 유격훈련, 참호 같은 체험시설이 있고 전시 장비 규모도 커 밀리터리 마니아라면 꼭 한번 찾아볼 만하다. 월요일은 휴무다.

무안 초의선사 탄생지

무안 초의선사 헌다례

무안 초의선사 헌다례

무안 초의선사 헌다례

●초의선사 탄생지(삼향읍 초의길 30)

삼향읍에는 초의선사 탄생지가 있다. 초의 대선사는 조선후기 침체된 불교계에 새로운 선풍을 일으킨 선승으로 한국 다도를 중흥시킨 다성이다. 시, 서, 화를 남겨 한국문화에 각인된 초의선사는 1786년 삼향읍 왕산리에서 태어났다. 15세때 나주 남평 운흥사로 출가 했으며 19세때 영암 월출산에서 바다 위로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다 큰 깨달음을 얻어 선승이 됐다. 강진 유배 중이던 다산 정약용으로부터 유학과 시문을 배웠으며 완당 김정희 등 당대 석학들과 종파를 초월해 교유했다.

무안군은 초의선사를 1997년 5월 문화인물로 선정했다. 초의선사 탄생지 현창사업을 본격 추진해 생가, 추모각을 복원하고 기념전시관, 차문화관, 차교육관, 차역사관, 다정(茶亭)등을 건립해 다인들의 다도 순례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초의선사 탄생일(음력4월5일)을 전후로 전국 다인들이 참여하는 초의선사 탄생문화제를 매년 열고 있다.

초의선사 탄생지 월요일은 휴무이며 입장료는 무료다.

무안 전통생활문화테마파크

●전통생활문화테마파크(몽탄면 사옥길 12)

전통생활문화테마파크는 폐교를 활용해 조성한 레트로 관광지다. 재연해 놓은 옛날 생활모습을 볼 수 있다. 1960~80년대 생활상을 볼 수 있으며 초등학교 교실풍경, 시골장터, 대장간 등 과거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문구점에서 파는 달고나 좌판까지 볼거리를 꾸며 놨으며 교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규모는 작지만 전시된 내용물의 밀도가 높고 정리가 잘 돼있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자녀들과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

무안군 못난이미술관 '마르면먼로'

●못난이 미술관(무안군 일로읍 상사바위길 125)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미술에 역설적으로 무안에는 '못난이 미술관'이 있다. 작가 김판삼씨는 "우리 마을 슬로건은 누구나 예뻐지는 못난이 마을'"이라며 "주민, 관광객 모두 함께 참여해 건축자재, 자전거 거치대 등을 미술작품으로 재탄생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들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에 알맞은 재료를 구하는데 미술관은 재료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일반적인 작업 프로세스와 배치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미술관 이름이 '못난이'이니 창작 절차가 거꾸로 됐다고 이상할 것은 없다. 김씨는 "실내작품은 브론즈나 인조대리석을 이용하지만 실외는 스티로폼을 비롯해 버려진 생활 쓰레기가 주재료"라고 말했다.

그의 작업 절차가 거꾸로이 듯 작업 패러다임 또한 역설적이다. '못난이들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움이 돋보인다'는 생각으로 미술을 상대적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가 처음부터 이 작품세계를 추구했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 인체 위주 사실주의 작품을 추구했다. 어느 순간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세상에 대한 반감이 일었다. '외모 보다는 내적 아름다움을 추구해 보자'는 시도로 이어졌다. 그는 "내 작품은 못생겼지만 그 못난이들이 활짝 웃는 모습이야말로 이 세상의 아름다움"이라며 "관람객들이 웃고 돌아갈 수 있도록 쉽게 접할수 있도록 제목을 붙였던 게 관객과 공감할 수 있었던 계기"라고 말했다. 그의 생각은 미술관 벽면에 적혀 있는 짧은 글 속에 함축 돼있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완벽하다면/이세상의 '美'는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부족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美'가 존재하는 것이며/'美'가 아닌 것을 우리는 쉽게 못난이라고 부릅니다/못난이…/뚱뚱함과 찢어진 눈, 낮은 코, 곱슬거리는 머리/이것은 분명 우리 눈에 보이는 선입견일 것입니다/아름다움은 과거의 뮐렌도르프 비너스 처럼 한 시대를 흘러가는 트랜드일지도 모릅니다/(중략)/우리는 못난이들이 있기 때문에/아름다움을 찾게 된다는 것을 잊고 살아갑니다/외형적 美와 함께 내면적인 美까지 바라볼 수 있는 우리들을 꿈꿔봅니다'

2016년 10월 문을 연 못난이 미술관은 못난이 아트월만들기, 나만의 머그컵만들기, 맞춤형조형체험, 에코백만들기, 손모형만들기 등 가족단위 관람객을 위한 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미술관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무안 연포탕

●무안 맛집 – 무안낙지특화거리(무안읍 무안로 497-1 일대)

무안 최고 특산품은 뭐니뭐니해도 낙지다. 낙지는 한때 목포, 영암 앞바다의 갯벌에서 많이 잡혔지만 금호방조제 건설 이후 무안 갯벌에 집중되고 있다. 다리가 가늘어 세(細)발낙지로 불리는 무안 낙지는 식감이 부드럽고 쫄깃쫄깃한데다 씹을수록 맛이 나는 까닭에 관광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무안 공영터미널 뒷골목이 낙지골목으로 인근에서 잡은 낙지로 만든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다. 제철은 겨울이지만 사시사철 찰진 식감과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무안=성명준 기자 mjs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