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의 쾌거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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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임윤찬의 쾌거를 보면서
  • 입력 : 2022. 06.23(목) 13:48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수석 논설위원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18세 한국 피아니스트 임윤찬(한국예술종합학교)이 세계적 권위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소식은 코로나19 로 지친 우리 국민에게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했다. 임윤찬은 지난 18일(현지 시간) 미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폐막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그의 신들린듯한 명연주는 세계인을 놀라게 만들었고, 우승 이후 가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은 아픈 한국 현실을 담고 있어 씁쓸함도 순간 맛보게 했다.대회 참가중 미국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그는 " 호스트 패밀리가 새벽4시까지 연습해도 괜찮다고 해서 좋았다. 한국에서는 제가 아파트에 살고 있어 새벽4시까지 피아노를 쳤다가는 큰 일이 난다"고 말해 청중들을 웃음짓게 만들었다. 그는 꿈을 묻는 질문에는 "산에 들어가 피아노 치며 살고 싶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하루 12시간씩 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이로운 그의 연주가 이런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로 이뤄낸 것이기에 더 감동을 주고 있다. 그는 7살때 동네 상가 피아노학원을 다녀 지금의 세계 정상에 오른 사례여서 많은 한국의 부모들의 못다 이룬 꿈을 대리 만족시켜준 의미도 있다고 여겨진다. 세계인에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 피아노 천재가 인터뷰를 통해 '큰 일난다','산에 들어가 살고 싶다'라고 말한 것에는 그의 아쉬움과 불만 ,바람 등이 응축돼 있어 애잔함도 없지 않았다. 아파트 층간 소음 때문에 마음껏 연습을 하지 못했고, 이웃의 항의에도 시달린 적이 있었음을 읽을 수 있어서다. 개인적으로 아파트 집에서 통기타 연주를 했다가 이웃 신고로 자제해달라는 구내 방송을 들은 경험이 있는 터라 인터뷰 내용에 공감도가 높았고,열악한 환경을 딛고 쾌거를 이룬 그에게 더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층간 소음 문제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요인중 하나가 악기 연주여서 한국 아파트에서 악기 연습은 금지 사항이나 진배 없다. 임윤찬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악기 연주 실력은 개인의 음악성과 좋은 스승 못지 않게 연습이 중요하다는 게 정설이다. 취미로 하는 악기 연주라도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학원이나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하루 5분씩이라도 매일 연습하는 것이 요구된다. 집에서 악기 연습이 필요한 이유다. 한데 이웃간 분쟁 때문에 이럴 수가 없다. 임윤찬의 우승 소식을 접하면서 두 가지 '희망사항'이 떠올랐다. 하나는 지자체 등이 아파트(동네)마다 청소년과 어른들이 24시간 악기 연습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하나는 아파트 입주자들이 옆집 등에서 악기 소리가 나더라도 임윤찬을 떠올리며 조금은 이해해줬으면 하는 기대감이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