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딸' 英왕립학회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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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의 딸' 英왕립학회 입성
  • 입력 : 2022. 07.05(화) 16:54
  • 이용규 기자
영국 왕립학회는 1660년 창립된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단체다. 1660년 10여명의 학자가 천문학자이자 건축가인 28세 청년 크리스토퍼 렌의 천문학 강의를 듣기위해 런던 그레셤대학 강의실에 모인 것이 그 모태다. 이후 보일의 법칙을 발견한 로버트 보일, 존 윌킨스 등이 합류했고 1662년 찰스 2세로부터 공식 인가를 받았다. 왕립학회는 세계 최초로 과학학술지 발간과 동료 평가제도를 도입, 현대과학 연구의 기틀을 마련했다.1665년 출판된 '철학회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 학술지로 꼽힌다. 왕립학회의 과학을 다루는 원칙은 '누구의 말도 그대로 믿지 말라'는 것이다.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실험으로 결정된 사실로만 모든 말을 검증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왕립학회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실험으로 꼽히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번개 검증을 위한 연날리기 실험 등 많은 연구를 지원,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영국 왕립학회는 자연 지식의 개선에 대한 심대한 기여를 기준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친 회원으로 구성된다. 긴역사를 갖고 있는 만큼 회원들의 명성은 화려하다.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등 과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들의 이름으로 가득차 있다. 왕립학회 출신으로 노벨상 수상자만도 현재까지 280여명에 이른다. 왕립학회는 매년 62명의 신입 회원을 맞아 들이는데, 외국인은 10명 내외로 불과하다. 투표로 선출되는 신입 회원은 영국 왕립학회 회원 2명이 지명해야만이 후보자격을 얻는다. 수백년의 역사에도 왕립학회에 이름을 올린 회원이 8000명에 안되는 이유다. 최근 영국 왕립학회에서 한국인 2명을 포함한 신입회원 가입식을 열었다. 한국인 최초 영국 왕립학회에 입성한 주인공들은 영광 백수읍 장산리 출신으로 RNA 분야 세계적 석학인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와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 부총장이다. 이들은 지난해 신입 회원으로 선출됐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뒤늦은 가입식을 갖게 된 것이다. 김교수는 암세포의 성장과 사멸을 조절하는 miRNA 생성 경로를 전세계에서 최초로 밝혔고, 2018년 코로나19 백신에 쓰인 전령 RNA 분해를 막는 혼합 꼬리를 발견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해 진단 기술을 개선하고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도움을 줬다. 이러한 독보적 성과로 김교수는 한국인 과학자 중 가장 유력한 노벨상 1순위로 꼽힌다.

김교수의 화려한 학문적 성과는 그의 아픔을 극복하고 일군 것이어서 더욱 뜻깊다. IMF시절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결혼, 첫째 아이를 낳고 1년반 동안 전업 주부를 했을때 사법고시로 방향을 틀기도 했으나 다시 과학의길로 돌아왔다. 실험실에 파묻혀 살며 연구에 매달리다 갑자기 찾아온 위암과 연구비 부족으로 어려움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한국 과학계의 새역사를 써가고 있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 세상에 빛을 비추라'는 부모의 소망을 담은 그 이름처럼 그의 수많은 연구 활동이 인류를 위한 의학 발전에 깊은 영감과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결과로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오늘도 밤낮없이 실험실에서 밤을 밝히는 김교수의 별명은 '한국의 퀴리부인'이다. 그의 별명처럼 그의 목에 노벨상 메달을 거는 그 날이 속히 오길 응원한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