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복합쇼핑몰, 끝까지 반대할 수도 없고…"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경제일반
소상공인 "복합쇼핑몰, 끝까지 반대할 수도 없고…"
광주시 ‘복합쇼핑몰’ 추진 속도 ||상권 보호 방안 최우선 논의 요구 ||‘이익금 배분·판매품목 제한’ 제시 ||“단순 찬반 아닌 심층 여론조사를”
  • 입력 : 2022. 07.06(수) 16:48
  • 강주비 인턴기자
지난 2015년 5월 11일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자영업연대와 금호월드 (주)광주신세계 호텔건립 반대추진위원회가 집회를 갖고 광주시와 신세계가 협약을 통해 특급호텔과 대형쇼핑몰 건립을 추진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지역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복합쇼핑몰 건립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지역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중소상권 몰락 등을 이유로 복합쇼핑몰 유치를 반대하지만, 불가피할 경우 충분한 논의와 소상공인 상생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지역 상권 보호를 위해 대기업이 내세우는 '상생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광주 복합쇼핑몰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국민의힘이 주요 공약으로 내건 이후, '광주시에 없는 것들' 선거 쟁점화 등으로 지역 최대 이슈로 부각됐다. 이후 2030세대를 중심으로 '광주 낙후론'과 함께 복합쇼핑몰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 채택이 더해져 복합쇼핑몰의 윤곽은 더욱 뚜렷해졌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복합쇼핑몰 입점을 기정사실화 하고 국가 지원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강 시장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달 22일 이진복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면담에서 '복합쇼핑몰 유치를 위한 국가 SOC 사업 지원' 건의를 하고 긍정적 답변을 받아낸 바 있다. 복합쇼핑몰 입점은 이제 시간 문제인 셈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광주신세계, 금호, 롯데 등 대형 업체들의 복합쇼핑몰 유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복합쇼핑몰 추진 과정을 지켜보는 지역 상인들은 울상이다. 복합쇼핑몰 유치가 기정사실화된 시점에서 더 이상 반대 입장만을 밀어붙이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복합쇼핑몰 유치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만약 유치가 불가피해질 때는 상권 보호 방안이 최우선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상공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매출 하락이다. 이들은 이미 코로나19로 피폐해진 전통시장 및 상점들이 복합쇼핑몰 진출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이에 대한 실질적 보상 방안으로 '이익금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이기성 소상공인연합회 광주시지회 회장은 "복합쇼핑몰이 들어온다면 소상공인들의 매출 피해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복합쇼핑몰 매출 이익의 일부를 주변 상권과 나누는 방안이 적합할 것이다. 정확한 보상 체계를 구축해 서류를 위한 합의가 아닌 진정성 있는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면서 "지역화폐 활용, 판매 품목 제한 등 이해타산을 고려해 다양한 상생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생은 허울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기업들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상인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여러 상생 방안을 약속해도 결국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동규 중소상인살리기 광주네트워크 전 위원장은 "어떤 상생 방안을 마련하더라도 복합쇼핑몰 설치 후에는 기업들이 이익에 눈이 멀어 절대 지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경쟁 상대와 상생한다는 것은 애초에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소상인들은 기업과의 논의에 앞서 충분한 여론 수렴이 먼저라고 주장이다. 다수 기관에서 복합쇼핑몰 유치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지만, 단순히 '찬성'과 '반대'만을 나눌 뿐 심층적인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 전 위원장은 "아무런 설명 없이 '찬성'과 '반대'를 물으면 당연히 모두 '찬성'을 말하지 않겠나. 복합쇼핑몰 유치가 지역 상권에 미칠 영향이 충분히 설명돼야 시민들도 신중하게 고민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진행된 여론조사는 복합쇼핑몰 유치의 근거로 내세울 수 없으며, 이 상태에서는 깊이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을 추진하고 있는 광주시는 소상공인 합의와 관련, 아직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아직 복합쇼핑몰 유치가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상공인과의 합의나 관련 협의체 구성 등에 대한 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일단 유치가 확정된 후에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주비 인턴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