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6개월… 광주·전남 20명 산재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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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중대재해처벌법 6개월… 광주·전남 20명 산재 사망
하남 산업단지 내 끼임 사고 발생 ||중대법 시행 이후 산재사고 빈번 ||“법 사각지대 없애는 제도개선을” ||노동청 “현장 관리·감독 개선할 것”
  • 입력 : 2022. 07.06(수) 17:30
  • 정성현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1월26일 오후 건설사업 현장에 안전모와 장갑이 놓여 있다. 뉴시스
#지난 5일 오후 3시40분께, 광주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내 에어컨 부품 공장에서 설비 점검을 하고 있던 A(39)씨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설비 가동을 멈추고 생산 라인에 올라섰으나, 이를 미처 보지 못한 동료가 설비를 재가동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공장은 중대재해처벌을 받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경찰은 공장 관계자를 상대로 안전 규정 준수 위반 여부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 6개월 째를 맞았다. 그러나 여전히 산업현장에서는 중대재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 처벌을 받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가 빈번해 관련 대책이 요구된다.

6일 고용노동부·광주노동청 등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일인 지난 1월27일부터 6월23일까지 발생한 산업재해 총 발생 건수는 289건이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306명에 달한다. 이중 광주가 2건 발생·2명 사망, 전남은 15건 발생·18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총 사고 건수는 176건으로 전체의 60.9%를 차지했다. 더욱이 이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재해유형이 떨어짐(70건)·끼임(34건) 등 대부분 기본적인 안전 수칙 준수로 예방 가능한 '재래형 사고'였다는 점이다.

광주의 한 건설 현장 종사자는 "중대재해법 적용이 안되는 소규모 현장에서는 아직도 '안전'보다는 '시간'이 우선이다"며 "사업주들은 비용 등을 이유로 노후 장비를 교체조차 않는다. 결국 작업자들이 (안전을 위한)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노동계도 비슷한 입장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법으로 인한 변화를 전혀 느낄 수 없고, 안전은 오롯이 노동자 몫이라는 것이다.

김광균 민주노총 광주본부 선전국장은 "지난해 통계를 보면 산재의 80% 이상이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했다"며 "그러나 이곳은 대기업에 비해 안전보건 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안전시설·장비 등을 갖출 경제적 여력조차 없어 '쉬쉬'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 산업재해 사고 사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망자 828명 중 50인 미만 사업장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670명(81%)에 달했다.

김 국장은 "모든 장비에는 추락·끼임 등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 방어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행정당국에서) 이게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현장 전수조사를 아직 한 번도 진행하지 않았다"며 "(전수조사가 있었다면) 광산구에서 발생한 재해도 결국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법 유예 제도 개선 △노동청의 관리·감독 강화 △현장 전수조사 실시 △50인 미만 사업장 기술·재정 지원 마련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도 "지금까지 산업재해 전체 사망자 중 5인 미만 사업장이 24.2%·50인 미만 사업장은 38.9%를 차지한다. 약 63%의 사망자가 법 적용을 받지 못한 셈이다"며 "현재 중대재해법이 한국의 산업 재해 실태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법 개정·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광주노동청 관계자는 "소규모 작업장의 경우, 지도 감독을 나가 (안전 관리에) 신경 써 달라고 해도 잦은 담당자 교체 등으로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안전 보건 환경 조성현장 감독 강화 등 미흡한 부분들을 채워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 관계자도 "(소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추락 끼임 사고가 발생하는 등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 역량이 아직은 부족한실정"이라며 "기본 안전 수칙이 잘 준수될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 지원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정성현 기자 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