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노트북에 '악성코드' 심어 시험지 빼내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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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교사 노트북에 '악성코드' 심어 시험지 빼내 '충격'
고교생 2인 범행… “성적 압박감” ||노트북 관리 규정 없어 개별 책임 ||시험 끝날때까지 인지 못해 ‘논란’ ||경찰, 추가 공범 여부 등 수사 확대
  • 입력 : 2022. 07.26(화) 17:54
  • 양가람 기자
광주시교육청 전경
광주 모 사립고등학교 부정시험 의혹이 제기된 지 8일 만에 학생 두 명이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했다. 교무실에 몰래 들어가 교사 노트북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는 방식으로 기말고사 시험지와 답안지를 빼내는 조직적인 범죄를 시인한 것이다. 교육당국의 교사 노트북 관리 부실과 함께 허술한 시험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 학생들 "직접 악성코드 심었다"

광주 서부경찰은 26일 모 사립고 답안지 유출 사건과 관련, 부정시험 의혹을 받은 A(16) 군과 친구 B(16)군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전날 A군을 입건하고 주거지 압수수색에 나선 한편, 조사 중 '답안지를 유출했다'는 A군의 자백을 받아냈다. 또 A군이 공범으로 지목한 B군에 대해서도 이날 새벽 추가로 자백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다른 반 학생 B군과 함께 기말고사가 치러지기 약 열흘 전 교무실에 몰래 침입했고, 교사들의 노트북에 악성코드가 들어있는 USB를 설치해 시험지와 답안지를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악성코드는 일정 시간마다 화면을 캡쳐하는 기능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평소 컴퓨터를 다루는 데 능한 B군이 시중 프로그램을 수정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성적 향상 압박감에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 허술한 교사 노트북 관리

A군과 B군은 시험 출제 기간인 지난달 말께 사람이 없는 저녁시간 4층 교무실의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침입해 담당 과목 교사들의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어 놓았다.

그런데 해당 교무실에는 교사 인권 문제로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다만 시험지와 답안지가 보관됐던 금고에는 이중 잠금장치와 CCTV가 있었고, 그곳에서 유출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

교사 노트북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 과목 교사들은 사건 발생일부터 시험이 끝날 때까지 본인 노트북에 악성코드가 심어져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교사들의 노트북에 캡처 파일 폴더가 생성됐지만, 쉽게 찾을 수 없는 위치에 생성돼 해당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노트북 관리를 제대로 못해 범죄에 쉽게 노출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실제로 시교육청은 10여년 전부터 수업 활용 등을 이유로 교사들에게 데스크탑 대신 개인 노트북을 배급했다. 내구연한을 고려해 5년마다 한번씩 교체를 해주고 있지만, 별도의 노트북 관리 규정이 없어 교사들이 개별적으로 관리해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에게 지급된 노트북은 공용물품이라 보안을 위해 비밀번호를 걸어야 한다고 안내하긴 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만큼 교사들이 노트북을 교무실에 놓고 다니는지 여부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시험관리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기술 습득 출처·여죄 밝혀내야"

시민들은 해당 범죄가 10대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벌어졌다는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각에선 악성코드가 곧바로 발견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해당 기술을 누군가로부터 배운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범죄에 사용된 기술이 코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어렵지 않는 수준"이라며 "해당 기술을 악용한 다른 범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다만 추가 공범이나 여죄가 있는지에 향후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업무방해 외에도 건조물침입죄와 악성 코드 유포와 관련해 적용할 수 있는 죄가 있는지 법률적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