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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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다이아몬드 비'
  • 입력 : 2022. 09.12(월) 16:07
  • 이용환 기자
이용환 문화체육부장.


2007년 개봉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산업이 가져온 비극을 다룬 영화다.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내전에 휩싸인 시에라리온. 반군의 잔인한 폭력으로 온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원주민 솔로몬은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강제노역을 하다 100캐럿이 넘는 원석을 발견한다. 전쟁 속에서 소년병으로 끌려간 아들을 구하기 위해 이 원석을 숨긴 솔로몬. 하지만 그에게 거대한 다이아몬드는 시련의 시작일 뿐이었다. "다이아몬드는 피의 희생이 만든 댓가다.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의 축복이 아니고 저주다."는 것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솔로몬의 얘기다.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소장된 45.52캐럿(9.1g)짜리 '블루 다이아몬드'도 저주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단 한 번 착용했다는 루이 14세가 천연두로 사망했고, 이것을 이어받은 루이 16세는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1830년 이 다이아몬드를 구입했던 영국의 부호 헨리 호프 역시 몇 년 뒤 파산하면서 가족이 모두 비극적 운명을 맞이했다. 이후에도 이 다이아몬드를 소유했던 상당수가 살해되거나 고문으로 죽임을 당했다. 자살하거나 정신이상을 일으킨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다이아몬드는 순수한 탄소(C)로 구성된 지구에서 가장 비싼 보석이다. 지하 200~300㎞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받아 만들어지고, 캐내는 것도 어렵다.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상징이면서 공학과 과학, 예술 등의 분야에서 빠질 수 없는 귀중한 재료이기도 하다. 작가 박완서는 이런 다이아몬드를 두고 '천년을 가도 만년을 가도 영원히 청춘인 돌'이라고 했다. 1947년 다이아몬드 전문 회사인 영국 드비어스가 만든 광고 슬로건도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였다. '신이 흘린 눈물', '하늘에서 떨어진 별 조각' 등 별명도 많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가 태양계의 천왕성과 해왕성에서 다이아몬드가 비처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수소와 탄소 등이 고온, 고밀도의 액체로 존재하는 이들 천체에서 다이아몬드가 생성돼 지구의 비처럼 내린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행성 전체가 수천억 톤의 거대한 다이아몬드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억겁의 시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우주의 비밀은 어디까지일까. 인류는 과연 우주를 이해할 수나 있는 것일까. 1캐럿(0.2g)의 다이아몬드에 연연하는 인간사가 하찮을 따름이다. 문화체육부장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