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실종 여중생 "가방만 두고 어디로 갔니"…애타는 가족·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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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광주 실종 여중생 "가방만 두고 어디로 갔니"…애타는 가족·친구들
두 달째 실종소식 애타는 지인들||조용했지만 평소 우울감 호소도||학교 친구 터미널 가는법 물어봐||"부모, 상당한 심적 고통 호소해"
  • 입력 : 2022. 09.20(화) 18:01
  • 김혜인 기자
지난 7월18일 A양은 하교 후 휴대폰과 가방을 학교에 둔 채 광주에서 대전으로 이동한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사진은 A양의 가방이 발견된 학교 정문. 강주비 인턴기자
"반에서 조용한 아이였는데... 무사하게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본보가 보도한 '휴대폰 두고 대전行… 광주 여중생 실종 두 달째 (9월20일)' 기사와 관련, 해당 학생이 행방불명된 지 65일 째인 20일. 실종된 A양이 다니던 학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A양의 빈자리를 말해주기라도 하듯 유난히 휑한 운동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학교를 나서는 학생들에게 A양 실종에 대해 물었지만, 대부분은 '모른다'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틈에서도 A양을 기억하는 학생 몇몇을 마주칠 수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은 A양을 '조용한 아이'라고 기억하며,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A양과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던 B군은 "A양이 학교를 나오지 않자 친구들 사이에서 'A양이 실종됐다더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면서 "1학년 때 A양은 조용한 아이였다. 반 아이들과 두루 어울리기보다는 2~3명 정도의 소수 아이들과 놀았다. 처음에는 금방 돌아올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2학년 학생 C양은 A양의 실종 소식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서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C양은 "(A양을) 화장실이나 복도에서 몇 번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혼자 다녀서 기억이 난다"면서 "빨리 학교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양과 같은 반인 D양은 "같은 반 친구들은 A양이 실종된 당일날 (실종 사실을) 알았다. 가방이랑 휴대폰을 두고 갔다는 것도 다 퍼졌지만 예민한 사안이다 보니 다들 말을 아꼈다"면서 "'왕따'는 아니지만, A양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그냥 (A양과 친구들이) 서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점심시간 때 밥도 거의 먹지 않고 늘 혼자 있었다. 다른 반에 친구가 한두 명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거의 혼자였다"며 A양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오랜 기간 모습을 보이지 않는 A양에 대한 여러 추측들이 쏟아졌다.

게임을 즐겨하던 A양이 온라인으로 친분을 쌓은 지인이 있는 대전으로 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같은 반 학생 E양은 A양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학생들 사이에서는 A양이 평소에 즐겨하던 모바일 게임에서 알게 된 친구를 만나러 대전에 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A양이 평소 우울감을 호소한 정황도 드러났다. 같은 반 급우들의 말을 종합하면 A양은 사라지기 전 주변인들에게 '벗어나고 싶다', '떠나고 싶다', '얼른 돈 벌고 싶다'는 등의 말을 하며 불안감을 보이기도 했다.

학교 측 역시 A양을 걱정하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A양은 평소 학급 내에서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아이였다. 실종 당일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곧바로 학교 내부를 샅샅이 뒤졌지만 휴대폰과 가방만 발견됐을 뿐, 특별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A양이 오후 3시30분께 학교를 떠나기 전 한 친구에게 광주종합버스터미널로 가는 방법을 물었고, 이후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는 A양의 모습을 목격한 친구들이 있었다는 정황은 확인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교 관계자는 "결석 한 번 한 적 없었으며 학급 친구들과 조용히 어울려 지내는 편이었다"며 "학부모 측과 꾸준히 연락을 통해 A양의 소식을 확인하고 있지만 여전히 무소식이다. 부모님 역시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기 힘들어 할 정도로 심적 고통이 상당한 상태다. 하루빨리 발견해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A양은 지난 7월18일 학교에 휴대폰과 가방을 두고 대전으로 향한 뒤 택시를 타고 그대로 행적을 감췄다. 광주 서부경찰은 대전을 중심으로 집중 수색에 나섰으며, A양의 휴대폰과 컴퓨터를 확보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