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정상 회복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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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무등산 정상 회복의 날
  • 입력 : 2022. 09.29(목) 17:59
  • 편집에디터
이기수 수석 논설위원
9월 28일. 한국 전쟁 당시 북한군에게 점령 당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국군과 연합군이 완전히 되찾은 이른바 '서울수복'의 날이다. 전후 세대들은 9월27일 새벽 한국 해병대 2대대 요원들은 중앙청에 날리던 인공기를 내리고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을 통해 당시를 상상하게 된다.시공간을 광주 무등산 정상으로 돌려보자. 29일 국방부·합동참모본부·공군·육군 핵심 관계자들이 이 곳에서 모였다. 무등산 천왕봉 정상부에 주둔해 있는 방공 포대 이전 대책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국방부는 최근 국회에 "광주시가 부지만 결정해 주면 옮길 의향 있다"고 밝히면서 후속 조치로 현장 방문 회의가 진행된 것이다.방공 포대 이전 실질 당사자들과 광주시,국립공원관리공단 등 당사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방공 포대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와 절차에 돌입하는 첫발을 내딛는 셈이어서 지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무등산 천왕봉(해발 1천187m) 정상부에는 1966년부터 방공 포대가 주둔하고 있다. 군사 시설로 민간인 출입 통제지역으로 설정돼 '금단의 땅'이 되었다. 광주시민과 타 지역 산행객들은 수십년간 무등산에 오르면서 '국가안보'라는 불문율에 막혀 산 정상을 밟지 못해 완등의 환희감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시민과 지자체의 환경에 대한 인식 제고로 1990년대 중반부터 군부대 이전 논의가 본격화됐다. 군장비가 현대화됐고 자연을 크게 훼손하고 있는 군부대가 굳이 산정상에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현실 인식도 작용했다. 실제 무등산 삼밭실( 해발 890m )에 주둔해 있던 공군 8989부대 방공대대가 나주로 이전됐고, 광주시가 14억원을 들여 훼손된 군부대 이전 부지를 재자연화했다. 지난 2007년 5월 19일 현직 대통령으로서 최초로 무등산에 오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상 군부대 이전을 처음으로 언급한 대통령이기도 하다.당시 광주시민단체의 건의에 대해 노 전대통령은 자신을 수행하던 국방부장관과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 되는쪽으로 긍정 검토해 답을 주라"고 지시했고,광주시민사회단체측은 일주일후쯤 안보실장측으로부터 "지금은 어렵고 오는 2012년 군 작전통수권이 이양되면 그때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이후 정상 군부대 이전은 2013년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고, 2015년 12월 국방부·광주시·국립공원공단이 군부대 이전 협약까지 체결했지만, "광주 군 공항 이전이 확정된 이후 그 주변 부지를 찾아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국방부 입장 탓에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가 이전 부지 문제만 해결되면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어도 이전 가능성을 시사한 점에서 광주의 해묵은 현안 해결에 의미있는 진전을 기대한다.전쟁 3일 만에 빼앗겼던 서울을 3개월 만에 되찾은 날을 보내면서 56년간 잃어버린 무등산 정상을 회복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해본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