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차도로 내모는 '좁은 보도'… 사고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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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아이들 차도로 내모는 '좁은 보도'… 사고 위험↑
좁은 이면도로서 보·차도 분리 ||폭 최소 기준 ‘1.5m’도 못 미쳐 ||아이들 차도로 지나다녀 ‘불안’ ||“좁은 스쿨존 단속 강화해야”
  • 입력 : 2022. 10.06(목) 15:06
  • 강주비 인턴기자

지난 5일 광주 서구 양3동어린이집 부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한 아이가 보행자 통행로를 이용하지 않고 도로로 걷고 있다. 해당 보행자 통행로의 폭은 0.7~0.8m로 매우 협소했다. 강주비 수습기자

'좁은' 보도가 어린이들을 차도로 내몰고 있다.

폭이 좁은 어린이 보호구역에 무리하게 보·차도를 분리한 것인데, 비좁은 보도에 답답함을 느낀 어린이들이 차도로 통행하는 부작용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도를 넓힐 수 없다면 주정차·속도를 엄격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5일 광주 북구 운암초등학교 인근 도로. 폭을 재보니 1.4~1.8m 수준으로 매우 협소했다. 중앙선이 없고 차량 2대 정도가 가까스로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이면도로라 보도 폭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많은 학생이 보도를 놔두고 차도로 걸어 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었다. 해당 도로는 행정안전부의 '2020년 교통사고다발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광주 서구 양3동어린이집 옆 도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곳은 단차를 두지 않고 도로 한쪽에 U형 볼라드를 설치해 보행자 통로를 마련해 놓았다. 그러나 그 폭이 0.7~0.8m로 매우 좁아 아이 1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정도였다. 당연히 이용률은 매우 낮았다. 되레 U형 볼라드 바깥으로 걷느라 차와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매일 아침 양3동어린이집 주변을 청소하는 고모(59) 씨는 "한두 달 전쯤 사고 예방 차원에서 이 구조물(U형 볼라드)을 설치했는데, 예방은커녕 아이들이 이 안으로 다니는 걸 본 적이 없다. 대부분 다 차도로 다닌다"고 말했다.

학부모 정보미(38) 씨는 "보도가 좁아서 차도랑 구분해 놓은 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방금도 한 아이가 차도로 가는 걸 봤다"면서 "보도가 한쪽에만 있는데, 학원 등 상가는 보도 맞은 편에 있어 아이들이 차도로 건너간다. 양쪽에 보도를 설치하면 좋을 텐데 도로가 좁아 그럴 수 없는 것 같다. 등·하교 시간 때는 차도 많아 볼 때마다 아슬아슬하다"고 걱정했다.

지난 4일 광주 북구 운암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한 아이가 보도를 놔두고 차도로 통행하고 있다. 강주비 수습기자

국토교통부의 '보도 설치 및 관리 지침'을 보면 보도의 유효 폭은 2.0m 이상을 확보하되, 지형 여건 등의 이유로 부득이한 경우에는 최소 1.5m 이상으로 해야 한다. 본래 최소 1.2m가 기준이었지만 보행 편의와 안전에 대한 요구가 지속되자 지난 2018년 전면 개정됐다.

관련 규칙이 존재함에도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지자체는 이에 대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시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현장 실사를 통해 필요한 부분에 대한 보·차도 분리를 시행한다. 지침에 따라 최소 폭 1.5~2.0m를 준수하려고 하지만, 생활도로 등 지형상 여건이 되지 않을 땐 1.2m 이상을 확보하려고 한다"면서 "분리가 어려운 경우 U형 볼라드를 설치하거나 색 포장을 하는 등 보행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광주·전남의 어린이 교통사고는 계속 증가추세다. 광주·전남경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광주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2020년 16건 △2021년 20건 △2022년(1~8월) 11건, 전남은 △2020년 18건 △2021년 9건 △2022년(1~9월) 17건 등 총 91건이 발생했다. 특히 전남의 경우 지난해보다 2배가량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보행량 대비 보도 폭이 좁을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여건상 보도 폭을 넓힐 수 없다면 교통안전시설과 주정차·속도 단속 등을 강화해 사고를 최대한 예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상구 전남대 물류교통학과 교수는 "보도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안전하겠지만, 보도 폭이 좁은데 보행량이 많은 경우 아이들이 차도로 나오게 돼 위험하다. 여기에 불법 주정차까지 있다면 사고 위험이 매우 크다"면서 "보도가 좁다면 신호기, 노면표시와 같은 교통안전시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호 광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연히 보도를 넓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지형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른 부수적인 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차선책"이라면서 "예컨대 폭이 좁은 어린이보호구역에 구간 내 시작 지점의 속도와 종료 지점의 속도를 측정해 평균값을 내는 '구간단속 카메라'를 의무 설치하는 것이다. 그러면 과속을 더욱 효과적으로 단속해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차도로 걷는 상황에서도 사고 위험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4일 광주 북구 운암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학생들이 보도를 이용하는 가운데, 몇몇 아이들은 차도를 건너고 있다. 강주비 수습기자

강주비 인턴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