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군상으로 담아낸 색채와 수묵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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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인간군상으로 담아낸 색채와 수묵의 조화
은암미술관, 김평준 드로잉전
  • 입력 : 2018. 05.25(금) 13:10
  • 박상지 기자

은암미술관(관장 채종기)은 5월 30일부터 6월 18일까지 김평준 작가의 드로잉초대전 '파랑새가 떠나간 자리'를 개최한다.

예향의 도시 광주를 빛나게 하는 원로작가 김평준은 장흥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소년기를 보냈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다. 1996년 김평준은 귀국해 서울 생활을 시작한다. 고국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려는 희망에 불탔으나, 서울에서의 생활은 작품작업 보다 인생사에 심신의 소모가 더 컸다. 귀소본능이었을까 그는 가족을 설득해 마침내 그리운 고향 땅 광주로 내려온다. 2001년의 일이었다. 낙향이 아닌 의미 있는 귀향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움직이는 군상을 즐겨 그리며 작품 속에 휴머니즘의 본질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사람들의 동작에 주목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동선(動線)은 마치 생명의 흐름 선과 같아 보일 것이다. 그는 동작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 거침없는 드로잉과 황색, 녹색, 적색 그리고 수묵의 조화를 선보이는데, 이번 전시는 그의 50여년 화업을 기념하는 전시로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종이, 장지, 골판지에 먹을 위주로 아크릴 물감, 크레용, 색연필, 연필, 그리고 붓이나 나무젓가락을 사용하여 다양한 터치를 보여준다. 이 거침없는 터치의 드로잉은 흑과 백의 무채색, 또는 원색이 주를 이루는 유채색 작품으로 표현되는데, 강렬한 색채와 생략적인 기법은 야수파 앙리 마티스의 작품이나 피카소의 드로잉을 떠올리게 한다.

또 세부적인 얼굴의 표정은 생략하고 다양한 움직임에 집중하여 삶과 죽음의 순환 궤도,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상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화두는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의문, 즉 그 자체일 것이다. 도대체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는 존재의 근본과 실체에 대한 것들을 깨우치고자 한다.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게 될 작품들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풍요로운 작품들은 평소 그의 치열한 작업을 증언하고 그가 낳은 드로잉은 내밀한 야성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김평준 작가만의 확고한 색채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박상지 기자 s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