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속의 경지, 동국진체의 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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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탈속의 경지, 동국진체의 개화
  • 입력 : 2018. 07.17(화) 17:19
  • 박상지 기자

19세기 동국진체의 개화를 이룬 호남 동국진체 서법의 진가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은암미술관은 오는 28일까지 동국진체의 대가 창암 이삼만(1770~1847)과 그의 세 제자 호산 서홍순, 기초 모수명, 호암 박문회의 작품을 한데 선보인다.

이삼만은 조선 영조46년 정읍 출생으로 호남을 대표하는 동국진체 서예가다. 동국진체는 민족 고유의 서체로 18세기 당시 원교 이광사(1705~1771)가 명필로 이름을 떨쳤다. 이삼만은 이광사에게 글씨를 배웠으며 특히 초서에 능했다. 19세기 호남서단에서 물 흐르듯 이어지는 유수체를 완성해 필명을 떨쳤으며 조선 후기 3대 명필로서 동국진체를 진정으로 개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호남 서단을 평정하며 추사 김정희(1786~1856), 눌인 조광진(1772~1840)과 나란히 3대 명필로 알려져 있다.

생전 서예 이론서인 '서결(書訣)' 뿐 아니라, 독자의 눈을 씻어주기 위해 맑고 청아한 서도론을 남기기도 했다.

서도론은 "항상 고요한 곳에서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每於靜處 先正其心) 마음 속으로 미리 획을 생각한 뒤에 써야 한다(豫想心劃 然後下筆). 글씨는 작은 도가 아니며(書非小道), 도는 본래 인륜을 돕는다(道本助於人倫)"는 내용을 담고있다.

이번 전시는 19세기 당시 수도권에서 유행하던 추사체가 아닌 호남 동국진체 서법의 진가를 보여주는 자리다. 지역화단의 차이로 볼 수 있으며 높이 평가받던 중국의 서법을 배제하고 동국진체를 선보인 이삼만의 굳은 고집을 본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 소장가는 "중국의 경우는 서예작품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나 한국은 아직 서예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아 이번 전시를 통해 동국진체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남도의 서예를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