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역사, 예술성은 어떻게 발전돼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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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개인의 역사, 예술성은 어떻게 발전돼 왔나
30년간 독일서 작업한 지역작가 정영창, 김유섭 2인전||2018광주비엔날레 기념전…11월 4일까지 담빛예술창고
  • 입력 : 2018. 09.17(월) 17:26
  • 박상지 기자

정영창 작 김정은

담양 담빛예술창고 전시실 한켠엔 공간을 압도할 만한 거대한 크기의 검은색 그림들과 역사속 인물들이 걸려있다. 다른 한쪽에는 두텁고 거칠게 칠해진 다양한 검은 색 추상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1980년대 독일로 유학을 떠나 지금까지 줄곧 그곳에서 작업을 해 온 지역출신 두 작가의 그림들이다.

정영창, 김유섭 작가가 그들이다. 두 작가는 정치, 사회, 예술의 불안정했던 1980년대 독일 유학이라는 새로운 출구를 찾아 현재까지 예술정신을 견고하게 이어 온 동시대적 작가들이다. 구상과 추상이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특별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있다.

11월 4일까지 담양 담빛예술창고에서 열리는 정영창 & 김유섭 '경계와 다리: 블랙 페인팅'전은 2018광주비엔날레 기념전으로 두 작가의 상반된 매력을 비교할 수 있고 동시에 공유된 시대정신을 감상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다. 올해 광주비엔날레 주제인 '상상된 경계들'이 세계화 이후 민족적, 지정학적 경계가 재편되고 있는 동시대 현상을 다룬 것이라면, 담빛예술창고에서 마련한 '경계와 다리:블랙 페인팅'전은 오늘날 예술가들이 어떻게 고유의 표현의 경계로부터 해방돼 예술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지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정영창 작가는 전쟁과 국가 폭력에 대한 침묵적 저항을 표현하고 있다. 생명과 인권의 존중, 평화의 염원을 반영한 매체의 활용이 사실과 추상적 방식으로 블랙페인팅 안에 녹여냈다.

'김재규' '나는 누구인가' 연작, '체르노빌 소년' '천황' 죽음의 백조' '김정은' 등 작품 속에는 인류 역사 속에서 발생한 폭력과 죽음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거대한 크기로 확대된 초상화는 언뜻보면 사진을 확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역사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감당해 왔던 작가의 내면을 미묘한 변화를 주고 여러 상징적 장치를 화면에 부과했다. 대중 매체에서 봐왔던 해당 인물의 인상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그의 작품에서 받게 되는 이유다.

김유섭 작가는 암울한 시대 속에서 억압된 예술정신을 자유롭게 해방시키기 위한 무의식의 분출법을 선보이고있다. 색채와 안료의 분석을 통해 예술 본질에 대한 자유로운 탐구를 추상적 방식의 블랙 페인팅으로 표현했다.

김 작가에게 예술이란 회화의 자기 정체성을 찾는데서 출발한다. 첨단 매체 예술이 감히 넘볼 수 없는 회화만의 영역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그가 선보이고 있는 '검은그림' 연작은 무채색의 검은 물감 덩어리가 제공하는 물성의 경험이 회화 예술의 본질이라는 확신에서 시작됐다. '검은그림' 속 거칠게 칠해진 검은색 안료 덩어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물체가 되고 관객들은 그 물성에 집중하게 된다. 물체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어 외계의 미지의 물체를 보았을 때 처럼 불안감과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원초적인 경험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태고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담빛예술창고 관계자는 "정영창, 김유섭 두 작가는 독일 유학 때부터 자신의 작업을 정당화 할 수 있는 개념을 설정하고 그 개념을 중심으로 자신의 작업의 서사를 만들어 왔다"며 "이번 전시는 동시대 미술의 다양성과 그 서사의 중요성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섭 작 나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