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 전 관장, 은퇴 첫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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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조진호 전 관장, 은퇴 첫 개인전
  • 입력 : 2018. 09.18(화) 16:15
  • 박상지 기자

무등의 어머니, 1990.

지난 6월 광주시립미술관장으로 은퇴한 조진호 작가는 1980년대 '광주목판화 연구회'와 '광주전남 미술인 공동체'를 중심으로 미술운동을 펼친 작가이자 미술 운동가다. 특히 목판화를 중점적으로 발표하며 활동했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첫 선을 보인 '오월의 소리'부터 10여년간 제작한 것이 백 수십여점에 이른다. 1980년대 군사독재의 불의를 나무위에 기록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의미가 크다. 광주전남 미술인 공동체를 중심으로 펼쳐 온 지역에서의 미술운동이 1980년대 미술의 중요한 축을 이뤘었다는 점, 그 중심에 그의 목판화가 한 축을 형성했었다는 것도 그의 작품을 유심히 감상해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까닭에 그의 목판화 작품들은 타 지역에 알려질 기회가 없었다.

미술관장 임기를 마치고 화순 작업실에 머물며 작품활동을 해 온 그가 판화작품만을 모아 서울에서 전시회를 열고있다. 서울 나무아트 갤러리가 '한국현대 목판화 발굴 프로젝트'의 첫번째 전시로 마련한 자리에서다.

'무유등등(無有等等)'을 주제로 오는 2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1980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나무에 소박한 칼질로 기록한 광주의 역사와 자연, 시민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작품이 제작됐던 시기에 따라 '오월의 소리' '오월시, 잡풀베기' '고향, 어머니' '무유등등' 네 부분으로 구성됐다.

'오월의 소리'는 목판화를 시작했던 1980년부터 1982년에 제작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섹션으로 1980년 광주를 소재로, 습작기 특유의 각법과 깔끔한 프린팅의 조화가 특징이다. 처녀작 '무제' 등 이 시기의 작품에서는 당대 한국 사회에 대한 심리와 비판이 동시에 반영됐다.

'오월시''잡풀베기'에서는 1983~1984년의 표현주의적 수법이 독특한 삽화로 표현됐다. 공포, 불안, 분노 등 남도 민중의 거칠고 뜨거운 생명성과 소박한 이웃에의 애정과 서정 등이 게재된 시어들과 함께 직접적인 판각법으로 형상화 돼 있다.

'고향, 어머니'는 1985년 이후부터 1990년에 제작된 것으로 이웃과 서민들의 삶과 향토적 정서가 단정하게 드러난 것이 특징이다. 특히 1980년에 가족을 잃은 한을 간직한 듯한 모습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중심을 이룬다.

마지막 1986년부터 1990년에 제작된 '무유등등'에서는 어머니 품 같은 무등산의 장엄함과 생명성에 대한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또 1980년 광주를 회고하면서도 생명에 대한 능동적인 여유도 감상할 수 있다. 기술면에서는 조진호만의 목판화 양식이 완성됐던 시기이기도 하다. '광주항쟁 10주기 거리미술제'에서 선보였던 '학살도'와 '대학살도'는 목판화가로서 조 작가의 절정기를 반증해 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무유등등의 담담한 서정성의 배경에 치열한 1980년의 한과 역사적 기억이 여전히 그에게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진하 미술평론가는 "1990년대 초 목판화에서 회화로 작업매체를 전환한 조진호 작가의 1980년대 작품에는 광주를 모티브로 이웃에의 애정어린 시선이 드러나 있다"며 "조 작가의 1980년대 목판화가 지금에 와서 발굴되고 체계적으로 기록돼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기록이자 기억이고, 내면이자 일상이기도 한 그런 힘이 조진호다움으로 목판화에 질박하게 남아있다"고 평론했다.

문의 (02)722-7760.

회상, 1982.

잡풀베기, 1984.

고향-흙, 1985.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