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이 보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은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미술
외부인이 보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부산출신 하민지(31) 작가 광주에서 개인전||희미해지는 ‘5월 정신 ’촛불혁명으로 현재화
  • 입력 : 2018. 10.01(월) 17:41
  • 박상지 기자
[{IMG01}]

벽에 걸려 있어야 하는 작품들은 전시 공간의 바닥에 한 줄로 놓여져 있다. 뿌옇게 처리된 작품 표면은 마치 낡은 사진을 보는 듯, 혹은 짙은 안개 속을 들여다 보는 듯 했다. 몸을 숙여 뿌연 표면 속을 들여다보았다. 1980년 5월의 현장이 현재의 여러 장소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전시장의 안으로 들어갈수록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모습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지난달 20일 광주 동구 대인시장 내 예술공간 지구발전오라의 전시장에 부산출신 하민지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창백한 밤'을 주제로 한 하 작가의 개인전은 올해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고 있는 김만석 큐레이터가 기획했다. 김만석 큐레이터와 하민지 작가는 부산출신이다.

김만석 큐레이터는 "언젠가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로부터 '이젠 5·18을 우리 스스로 기억하고 기념하기보다는 외부에서 기억하고 기념하게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며 "외부인 입장에서 5·18이 어떤 모습인지 기획해 보고 싶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부산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하민지(31·여)작가는 지난해 9월부터 예술공간 지구발전오라의 레지던시에 참여해 왔다. 이번 전시는 하 작가가 1년간 광주에 머무르면서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보고 듣고 느꼈던 점에 대한 일종의 레지던시 결과 보고회다.

김만석 큐레이터와 하민지 작가가 광주에서 목격한 5·18광주민주화운동은 어떤 모습일까.

김 큐레이터는 "광주에서 담론으로 가장 많이 제기된 것이 5·18광주민주화운동인데, 이에 대해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5·18광주민주화운동이 박제화 된 것이다. 외부인 입장에서 박제화된 1980년 5월을 다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민지 작가에게 5·18광주민주화운동은 지난해 광주를 방문하기 전까지 생소했다. 전남대에서 금남로를 따라 옛 전남도청까지, 역사의 현장을 따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흔적을 더듬어갔다.

하 작가는 "광주의 곳곳을 발 딛을 때마다 5·18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됐다"며 "광주의 아픔을 들으며 고향 부산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인 부마항쟁에 대해 공부하게 됐고, 광화문의 촛불혁명을 떠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80년 5월 광주가 외부로 흘렀으면 하는 바람이 하 작가의 내면에서 일었다. 오늘날의 촛불이 5·18광주민주화운동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지금까지 뚜렷하고 규칙적인 형태들이 반복되는 패턴을 작품에 담아왔던 하 작가는 이러한 바람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였다. 하나의 캔버스 위에 여러 장면을 겹쳐 올린 '레이어 기법'이 그것이다.

캔버스의 가장 밑에는 5·18광주민주화운동 현장을 중심으로 1979년에 발생한 부마항쟁의 현장, 광화문 광장을 켜켜이 쌓아올렸다. 5월 정신이 외부로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은 광주 송정역으로 표현했다.

김 큐레이터는 "38년이라는 역사의 두께를 레이어 기법으로 표현한 것이 기발하다"며 "광주의 역사를 불투명하게 표현하고, 작품을 벽에 걸지않고 바닥에 전시한 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광주를 제대로 들여다 보게 하는 작가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원형을 훼손하지 최대한 유지하면서 다양한 장면을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레이어 기법은 힘든 작업이다. 1년간 작품 활동을 하면서 하 작가에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따로 있었다.

"캔버스에 새로운 장면이 얹어질 때마다 1980년 5월의 현장이 점점 희미해지는거에요. 붙잡고 싶은 기억이 사라지는것 같잖아요. "

하민지 작가

[{IMG01}]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