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되니까 그림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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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팔순 되니까 그림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아"
화집 통해 60년 화업 마무리 한 김재형 화백(전 호남대 교수)||58년간 1000여점 중 선별 300페이지에 담아
  • 입력 : 2018. 10.15(월) 16:44
  • 박상지 기자

김재형 화백이 2016년 왼손으로 작업한 신앙적 풍경.

원로 서양화가 김재형(77)화백은 자연과 신, 인간을 주제로 독자적인 화풍을 선보여왔다. 풍경화의 경우 소재의 아름다움을 심미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김 화백은 시각적인 이미지 이면에 자리하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 즉 인간 삶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는 자연과 신의 존재성에 대한 성찰을 회화적인 제재로 삼았다.

두터운 질감을 바탕으로 무거운 색조와 신비로운 명암대비가 적절히 안배된 성스러운 이미지의 성화는 김 화백만의 독창적인 화풍으로 자리잡았다. 197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크고작은 변화를 거듭해 온 결과다.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김재형 화백의 첫 개인전에서는 인상파적인 자연풍경이 대다수였지만 1980년대 들어 속도감 없는 진중한 터치와 무거운 색조로 변화를 시도했다"며 "여기에 나이프라는 도구로 표현기법의 독창성을 부여했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중후반에 이르러서는 개인적인 신앙을 소재로 적극 받아들이면서 김재형 화백만의 화풍을 완성했다.

본격적인 미술인을 걷게 된 지 58년. 여든을 앞둔 그가 지난 60여년간의 화업을 정리하는 화집을 미술세계를 통해 발간했다. '하림 김재형'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된 이번 화집은 300여쪽에 60년에 걸친 화업의 역사를 신앙, 풍경, 정물이라는 주제로 나눠 정리했다.

작업 초,중,말기에 따라 그의 작품이 어떻게 변화돼 갔는지, 그만의 독자적인 화풍이 어떻게 완성돼 갔는지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8년 전 목디스크 수술 후유증으로 시작된 왼손작업의 작품들이 지난 작품들과 어떤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지도 비교할 수 있다.

이와함께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미술세계에서는 팔순을 기념하는 초대전도 마련된다. 이번 전시는 사실상 김 화백의 마지막 개인전으로 1960년대 초반부터 최근작까지를 총망라한 7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재형 화백은 "팔순이 되니 이제야 비로소 그림이 무엇인지 알것 같다"며 "더 열심히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눈도 침침하고 손도 둔해진 것이 많이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평생이 행복했다. 은퇴후에도 창작활동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형 화백은 전북 순창 출신으로 조선대 미술대를 졸업했다. 1983년 호남대에 부임한 이후 1994년부터 10년간 예술대 학장을 역임했다. 1958년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시작했으며 지난 3일 60년간 레지오 그룹에서 활동한 공로로 프란체스카 교황 표창도 받았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