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의 '색채 인문학' (6) 빨간색의 여러 가지 주장과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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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박현일의 '색채 인문학' (6) 빨간색의 여러 가지 주장과 기억
인생의 쇠퇴 과정은 빨간색에서 검정색으로 진행
  • 입력 : 2019. 06.03(월) 15:25
  • 편집에디터

빨간색의 여러 가지 주장

빨간색은 인간의 전성기 중에서도 정점(頂點)에 해당된다. 인생의 전개 과정은 검정색에서 빨간색으로 진행되며, 인생의 쇠퇴 과정은 빨간색에서 검정색으로 진행된다.

빨간색은 적극적이고 역동적이다. 움직이는 모빌을 고안한 알렉산더 콜더(Alexander Calder, 1898년∼1976년)는 빨간색에 대해 "모든 것을 빨갛게 칠하고 싶을 정도로 빨강을 좋아한다."고 언급하였다.

움직이는 모빌 .

판코스트(Pancoast, S.)는 그의 저서인 파란 광과 빨간 광에서 "빨강은 절대적인 활동과 생명의 활동을 불러일으키는 색"이라고 주장하였다.

케이스(Cayce, Edgar, 1877년~1945년)는 빨간색에 대해 "빨강은 힘과 활력 그리고 에너지"라고 언급하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인 웰맨(Wellman, William A., 1896년~1975년)은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는 색으로 "빨강은 정력의 색"이라고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1948년 스위스 심리학자인 막스 뤼셔(Max Lüscher, 1923년~2017년)는 색채 테스트를 처음으로 만들어 발표했다. 그는 검정, 빨강, 회색, 노랑, 갈색, 파랑, 보라, 녹색 8가지 색채와 감정 영역을 관련지었으며, "빨강은 적극성, 역동성, 열정, 삶의 목표를 상징한다. 이 색과 파랑은 삶의 목표를 지향한다."

도가다강(土家田敢)은 그의 저서인 '색채의 미학'에서 빨강, 주황, 노랑, 연두, 녹색, 청록, 파랑, 남색, 보라, 자주 10가지 색의 느낌을 주장하였다. "빨강은 굉장히 따뜻하고, 강하고 화려하며, 예리하고, 무겁고, 품위 있고, 유쾌하고, 확대시킨다."

빨간색의 기억

서술적인 의미의 빨간색은 타는 듯이 뜨겁다. 이 색은 사랑에서 증오까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든 종류의 열정을 나타내는 색이다. 그래서 빨강은 동물의 색과 동물적인 생명의 색이다.

남성의 빨간색은 고기에서 광채가 도는 붉은색 피를 의미하며, 여성의 빨간색은 월경을 상징하는 어두운 색으로 나타낸다. 선명한 빨간색은 심장과 적극성을 상징하고, 어두운 빨간색은 배(腹)와 조용한 밤을 상징한다.

기억하기 쉬운책 .

기억색은 머릿속에 고정관념으로 인식되어 있는 색이고, 색의 연상과 상징의 작용에 의해서 일어난다. 또한 이 색은 연령, 계층, 지역, 선호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색채에는 오랫동안 기억되는 색과 기억되지 않은 색이 있다. 일반적으로 빨강과 노란계통의 난색(worm color)이 파랑과 녹색계통의 한색보다 기억하기 쉽다. 원색(原色)이나 채도가 높은 색은 기억하기 쉽다는 연구가 있으며, 또한 이와 반대되는 결과도 있다.

정신의학자인 융(Carl Gustav Jung, 1875년∼1962년)은 꿈의 분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연금술이 면모(面貌)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흑화(黑畵), 백화(白畵), 홍화(紅畵)를 꿈의 분석과 관련지어 언급하였다. 특히 환자가 범한 과오와 비행 그리고 부도덕한 행위는 주로 검정색과 결합한 상징이 많았다."

고흐(Gogh, Vincent Van, 1853년∼1890년)는 <밤의 카페>라는 작품을 그렸을 때 동생 테오(Theo)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써서 보냈다. "나는 인간의 세찬 정열을 빨간색과 녹색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였다. 실내에는 선열의 붉은 빛과 순수한 노란색, 중앙에 녹색의 당구대가 있고, 오렌지색과 녹색을 비추는 레몬옐로의 램프가 4개 있다."

아서 골든(Arthur Golden, 1956년∼)은 그의 저서인 게이샤의 추억에서 게이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그는 "풋내기 게이샤는 빨간 깃으로 장식"을 하며, 이것을 '옷깃의 차이'라고 주장하였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 '포스터 .

색채에 의한 과거의 괴로운 기억에서 해방되는 인간을 그린 영화로는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1899년∼1980년)의 <마니(Marnie)>가 있다. "주인공 마니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빨간색만 보면 실신하거나 심리적 발작으로 괴로워하였다. 가난한 생활 속에서 혼자 딸을 키워온 어머니는 매춘으로 삶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를 폭행하려는 남자에게 어린 마니는 쇠로 만든 불쏘시개를 들고 달려든다. 남자는 새빨간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빨간색(피)을 본 순간 마니는 사건의 기억을 잃는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책 '마더' 표지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