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삼의 마을 이야기> 영광 송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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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이돈삼의 마을 이야기> 영광 송이마을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
  • 입력 : 2019. 06.06(목) 14:58
  • 편집에디터

몽돌해변과 송이도항

한낮의 날씨가 덥다. 벌써 한여름이다. 자연스레 시원한 숲과 바다가 그리워진다.

서해안에 떠있는 섬으로 간다. 하얀 몽돌 해변이 아름다운 섬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드넓은 펄이 드러나 바지락과 동죽, 백합, 맛을 채취할 수 있다. 해넘이도 황홀경을 연출한다. 고단한 일상 잠시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는 섬이다. '굴비의 고장' 전라남도 영광에 딸린 송이도다.

송이도는 널리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다. 아니, 오랫동안 교통편이 좋지 않았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겠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송이도에 가려면 홍농 계마항에서 배를 탔다. 여객선이 하루에 한 번밖에 다니지 않았다. 들어가면 하룻밤을 묵어야 했다. 당일치기 여행이 불가능했다.

배 시간도 물때에 따라 들쑥날쑥했다. 어떤 때는 오전에, 물때에 따라 오후에 들어가기도 했다. 주민들의 불편이 컸다. 배편이 번거로운 탓에 외지인들이 기피했다. 덕분에 사람들의 손때를 덜 타는 섬으로 남았다.

지금은 물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염산면 향화도에서 배를 탄다. 향화도항에서 오전 8시, 오후 2시 30분 두 차례 들어간다. 송이도에선 오전 9시 50분, 오후 4시 20분에 나온다. 오전에 배를 타고 들어가 섬을 돌아보고, 오후에 나오는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해졌다. 향화도에서 송이도까지는 1시간 30분 남짓 걸린다.

송이도(松耳島)는 전남 영광군 낙월면에 속한다. 낙월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낙월도와 안마도 사이에 떠 있다. 조기잡이로 널리 알려진 칠산바다의 한가운데다. 한때는 조기잡이 어선과 상선이 모여들면서 불야성을 이뤘다. '강아지도 지폐를 물고 다녔다'고 한다. '영광경찰서장보다 송이·낙월·안마도를 관장하는 지서의 주임이 더 낫다'는 말도 그때 나왔다. 오래 전의 얘기다.

송이도의 면적은 3.60㎢. 섬에 소나무가 많고, 소나무로 둘러싸인 섬의 지형이 사람의 귀를 닮았다고 이름 붙었다. 고려 때 전주 이씨가 풍랑을 만나 섬에 들어오면서 시나브로 마을이 형성됐다. 1895년 지방관제 개편 때 지도군, 1914년에 영광군으로 편입됐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500여 명이 살았다. 대촌과 외미 두 개 마을이 있었다. 80년대 중반 외미에 살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면서 대촌마을만 남았다. 지금은 100명이 조금 안 되는 주민이 살고 있다. 약초, 마늘 등 밭농사를 주로 짓는다.

배를 타고 들어가 송이도에 닿으면 '아름다운 섬 송이도'라고 새겨진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표지석 오른편으로 몽돌해변이 펼쳐진다. 그 너머로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포구 언덕에 책을 든 김인곤 박사 동상이 서 있다. 광주대학교의 설립자로, 이 섬이 태 자리다. 포구 앞으로는 상낙월도와 하낙월도가 보인다. 두 섬이 다리로 연결돼 있다. 오른편으로는 각이도가 자리하고 있다. 큰섬이 대각이도, 작은 섬이 소각이도다. 영광군이 품은 '보석' 같은 섬 64개 가운데 일부다.

송이도는 숨김이 없는, 직설적인 섬이다. 섬의 명물, 몽돌해변을 바로 보여준다. 몽돌해변은 길이 1㎞, 넓이가 30㏊ 남짓 된다.

우리는 해변, 해수욕장이라고 하면 하얀 모래사장(백사장)을 떠올린다. 하지만 송이도 해변에는 모래가 없다. 작은 돌로만 이뤄져 있다. 그것도 검정 몽돌이 아닌, 하얀 빛깔의 몽돌이다. 느낌이 색다르다. 크고 작은 돌들이 오랜 세월 파도와 부딪히며 다듬어진 것들이다. 큰 것은 주먹보다도 크고, 작은 것은 바둑알만한 것까지 지천인 몽돌밭이다.

몽돌은 눈으로 보기에도 멋스럽지만,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이 아주 좋다. 돌도 모나지 않아 걷는데 부담이 없다. 병조각이나 쓰레기도 일절 없어 맨발로 걸어도 괜찮다. 햇볕에 달궈진 몽돌이 원적외선을 내뿜어 천연 지압까지 해준다. 갖가지 세균을 없애주고, 성인병과 신경통 예방에도 좋다.

하얀 몽돌이 햇볕에 반사돼 반짝반짝 빛을 낸다. 바닷물에 잠긴 몽돌도 아름답다. 파도가 밀려와서 몽돌에 쏴아- 부딪히고, 파도가 물러가면서 몽돌이 또르르륵 소리를 내며 짜글거리는 소리도 정겹다. 그 소리에 귓전이 시원해진다. 마음속 깊은 곳까지 경쾌해진다.

몽돌밭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몽돌이 구르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신발을 벗고 시원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것도 바다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몽돌을 하나씩 모아서 탑을 쌓고, 발바닥 모형을 만들어보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도 즐겁다. 납작한 몽돌을 들고 바닷물을 향해 옆으로 던지는, 물수제비를 떠보는 놀이도 재밌다.

송이도에서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도 드넓다. 바닷길은 송이도 선착장의 반대편, 서쪽 해안에서 펼쳐진다. 바닷물이 빠지면 건너편의 섬 각이도까지 걸어갈 수 있다. 바닷길이 4.5㎞, 폭이 6~7㎞에 이른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걸어서 각이도까지 오가는 데만 두세 시간이 족히 걸린다.

걸으면서 백합과 맛, 동죽을 채취할 수 있다. 장비를 미리 챙기면 좋겠지만, 장비가 따로 없어도 상관없다. 맛조개도 잡을 수 있다.

"바지락이나 백합·동죽은 아무라도 채취할 수 있어요. 맛조개를 잡으려면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죠. 맛이 사는 구멍을 찾아야 하거든요. 그 구멍에 조금 굵은 철사 막대를 45도 각도로 꽂아 살짝살짝 건들면서 맛조개를 빠르게 끄집어내야 합니다."

송이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며 체험객을 맞는 김상천 씨의 얘기다. 주민들은 맛을 금세 잡지만, 일반인들이 체험하기엔 쉽지 않다는 말이다. 주민들은 맛을 잡아 짭짤한 소득을 올린다. 바닷물이 빠지면 모래등이 드러나고, 여기서 맛조개가 나온다고 주민들은 이 일대를 '맛등'이라 부른다.

송이도에서 눈여겨볼만한 곳이 또 있다. 우리나라 특산인 왕소사나무 군락이다. 섬에서 가장 높은 왕산(161m)에 100여 그루가 한데 모여 있다. 수령이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된 것들이다. 해안가가 아닌, 산정에 왕소사나무 군락이 형성돼 있다.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돼 있다. 주민들이 당제를 지내는 곳이기도 하다.

송이도의 북서쪽 해안 큰내끼에는 절벽과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해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물결바위, 촛대바위, 거북바위 등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트레킹 코스도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있어 걷기에 불편하다. 트레킹 길을 만드는 일 못지않게, 사후 관리가 중요함을 느낀다.

섬에 전문 음식점은 없다. 민박집이나 펜션에서 묵으며 직접 해먹는 게 좋다. 민박집에 부탁하면 식사도 차려준다. 섬주민이 버무려 내놓는 먹을거리가 별미다. 야영 채비를 해서 몽돌해변에 텐트를 치고 밤바다를 만나는 것도 멋스럽겠다.

몽돌해변과 송이도항

몽돌해변과 송이도항

몽돌해변과 송이도항

송이도 몽돌해변

송이도 몽돌해변

송이도 몽돌해변

송이도 몽돌해변

송이도 몽돌해변

송이도 몽돌해변

송이도 백합탕

송이도 전경

송이도 갈매기

송이도 갈매기

신비의바닷길-송이도와 각이도 사이

신비의바닷길-송이도와 각이도 사이

신비의바닷길-송이도와 각이도 사이

신비의바닷길-송이도와 각이도 사이

왕소사나무 군락

왕소사나무 군락

큰내끼

큰내끼

큰내끼

향화도항 칠산타워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